· 톺아보기

선배님 문병을 다녀오고 나서

로제아 ·

조회 18,246 · 공감 44 · 댓글 19

몸과 마음이 저 바닥으로 가라앉는 기분입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억지로 잠만 자게 되네요.
 
아직 암은 불치병인가봅니다.
소변 한 방울도 안 나오면서 고스란히 복수만 차 오르고 잠시 눈을 감고 계시면 숨을 안 쉬는 것 같고, 온 몸이 황금색 황달로 뒤덮여 있고 의사가 이젠 뭐든간에 먹고싶은 거 맘껏 먹고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 하고 진통제만 놔 주는 분을 뵙고 왔습니다.
 
1년만에 뵌 분이라 병실 안에서 못 알아보고 지나쳐 다른 베드를 찾아볼만큼 외모가 변하셨어요.
저보다 키도 훨씬 크시고 덩치도 있던 분이 한 손에 잡힐만큼 뼈만 앙상하게...
 
이제껏 스스로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악화된 걸 주위에 쉬쉬하셨었다고... 이젠 모든 걸 내려놓고나니 사람들이 보고싶더라고...
 
얼른 일어나시란 말씀을 못 했습니다.
그럴 때가 지났단 걸 서로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저 손 잡고 서로 바라보기만...
 
환자분은 우시고 전 어금니 깨물고 꾹 참았는데, 인사 드리고 나올때 '꼭 다시 올거지..?' 하시는 말에 터져버렸네요.
 
 
법 없이도 살 분이, 세상에 적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도 없는 선한 분이 이런 병에 무너진다는 건 너무 불공평합니다.
왜 죽어마땅할 것들은 다들 잘 살고있는 거죠...?...
 
 
어제 이후로 모든 게 너무 허망합니다.
제가 만약 그 상황이면... 모든 걸 내려놓고 용서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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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 계시는 모공에 즐거운 얘기만 하고는싶은데 오늘은 제가 무거운 얘길 했네요.
하소연도 푸념도 아니고 그냥 적고 싶었습니다.
일기는 일기장에 라고 생각하는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이 글은 나중에 내용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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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1. SIM_Lady · · 공감 14
    사랑하는 지인이 아픈모습과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절대로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ㅠㅠ 토닥토닥
  2. 내가고자라니 · · 공감 1
    ㅠㅠ
  3. 즐거운여우 · · 공감 2
    힘내세요
  4. 돌마루™ · · 공감 1
    달달한거라도 드시고 기운차리세요...
  5. 삼혼4 · · 공감 1
    꼭 다시 만날 수 있으실 겁니다.
  6. Meltdown · · 공감 2
    내가 이야기 나누고 평범하게 마주하던 상대가 점점 죽음을 향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 힘든일입니다.
    변한 모습이 거부감이 들기도 하고 괴로워하는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게 무력해지기도 하고 죄책감과 두려움, 아픔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제발 증상이 조금이라도 완화되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7. 돼블리 · · 공감 1
    에휴 무슨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요... 부디 힘내시길ㅠ
  8. 달과그림자 · · 공감 1
    위로 드립니다.
  9. muon · · 공감 1
    힘내세요. 커뮤니티만 보면 다 건강 한 것 같지만 아픈 사람이 참 많죠.
  10. style123 · · 공감 3
    마음 많이 힘드시죠 ㅠㅠ 저는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때 환자분이 '아프지 않았으면. 무섭지 않았으면. 행복하고 편안한 곳으로 가셨으면. 미련과 걱정 같은 것 없었으면' 이 생각만 들더라구요. 비록 제가 뵌 분은 아니지만 지금 이 순간 선배님께서 아프지 않고. 무섭지 않고. 미련이나 걱정 없이 계실 수 있기를 마음 깊이 빌어봅니다 ㅠㅠ
  11. 체스원장 · · 공감 1
    위로드립니다. (요즘 제가 암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지라 남일이 아니네요)
    암 발견이 늦으신건가요 아니면 부위에 따라 발견되고 치료된다하더라도 소용이 없는건가요?
    전 요즘은 다 치료되는줄만 알았거든요
  12. 로제아 ·
    앙팡테러블님// 십이지장에서 암이 시작되었는데 부위가 췌장에 걸쳐있었답니다.
    건강도 잘 챙기시던 분이었는데 병원에 가도 별 이상 없단 소견만 들으시다가 3기가 되어서야 발견되셔서... 위치 시기 모두 안좋았습니다.
    1년 전에 사무실에서 짐 싸며 웃는 얼굴로 '잠깐 다녀 올께' 하실 때도 이미 3기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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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한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13. 개굴개굴이 · · 공감 1
    읽기만 하는 저도 눈물이 왈칵 나려하는데.... 아...

    신이 꼭 있기를... 그리고 기적이란것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14. 나이젤레 · · 공감 1
    작은 기도로 함께 합니다
  15. 벤지 · · 공감 1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당사자와 바라보는이의 아픔을 모르더군요.

    몇개월전 먼저 간 30 년 친구 ..... 자주 만나지 못했던게 미안하고 ..

    힘내세요.
  16. 퓩걸 · · 공감 1
    삶이란게 이런 것일진데 왜 우리는 오늘도 이러고 살고 있을까요...
    정말 생이 한번만 더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프거나 실패하거나 안 좋을 때 확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게...
    선배님 정말 괜찮아지시길 빕니다.
  17. mtrain · · 공감 1
    삶이 평등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더군요.
    그래서 종교가 있는거겠죠...
    비슷한 상황을 겪었기에 이해가 갑니다.
    토닥토닥...
  18. teddy35 ·
    이렇게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로도 그 분은 충분히 행복하셨을 거에요.
    힘내세요.
  19. Seany ·
    저도 가족이 그래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에서 준비할것은 소중한 기억과 우리가 사랑했었다는걸 확인시켜주라고 하네요. 위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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