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드라마/애니

넷플릭스 드라마 <어둠 속의 미사> 감상기 (스포일러 주의)

칼도 ·

조회 12,324 · 공감 5 · 댓글 14

어둠 속의 미사 - 인상적이고 묵직한 드라마 (스포일러 주의)
https://www.imdb.com/title/tt10574558/

1
죽음, 종교, 구원, 용서, 희생, 자유, (광신/독단에 사로잡히기 쉽고 유혹에 약하다는 의미에서의) 인간의 연약함 등 인간의 존재론적 조건에 해당하는 무거운 주제들을 드라마틱하면서도 지적으로 다룬 아주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폴과 에린의 죽음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감독은 (종교에 기대지 말고) 자유주의적인 미덕들과 인간의 유한성과의 적극적 화해라는 (범신론적) 자연주의적인 삶의 윤리와 감각을 가지고 살아가라고 감상자들을 아주 잘 유혹했습니다. 다만 설정과 스토리 전개에 무리가 있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천사가 아니라 뱀파이어라는 것이 너무나 명백한데도 - 어떤 천사가 건강과 젊음을 되찾게 해주는 자신의 혈액을 [강제로] 선물로 제공하면서 '단 태양빛에 몸을 노출하면 순식간에 몸이 재가 된다'는 제한을 가할까요? 게다가 민간전승으로서의 뱀파이어 설화와 판박이로 사태가 전개됩니다 - 그걸 막판에나 깨닫게 된다는 설정이 그렇고 그 뱀파이어를 그 섬마을까지 데려올 수 있을 가능성이, 9/11 이후라면 특히나 더, 제로라는 점이 그렇습니다.

2
폴: 우린 죽으면 어떻게 되는데, 에린?

에린: 자신의 경우를 말해?

폴: 너 자신의 경우를 말해봐

에린: 나 자신
나 자신
그게 문제야
이 전부를 관통하는 문제지
자신이라는 단어
자신
그건 맞는 단어가 아니야
그건 아니야
틀렸어
그걸 어떻게 잊었지?
그 사실을 언제 잊었지?
육체의 세포가 하나씩 멈추지만
뇌는 계속해서 뉴런을 발사해
속에 불꽃놀이를 품은
작은 번개처럼
절망하거나 두려워질 줄 알았지만
전혀 못 느껴
아무것도
너무 바쁘거든
그 순간에 기억하느라 바빠
당연하지
내 몸안의 모든 원자가
별에서 만들어진 게 기억나
이 물질, 이 몸은
결국 대부분 빈 공간이었어
고체인 부분?
그건 그저 아주 천천히 진동하는
에너지야, 나라는 건 없어
원래 없었어
내 몸 안의 전자가
몸 아래 있는 땅의 전자와
섞이고 춤을 추고
난 더는 숨을 쉬지 않아
그리고 기억이 나는 거야
땅과 자신을 구분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내가 에너지라는 걸 기억하지
추억이 아니라
자신이 아니라
내 이름, 성격, 선택
전부 내가 생겨난 후에 생겼어
난 그 모든 것의 전과 후에 있어
나머지는 그림일 뿐이야
도중에 주운 그림들
죽어가는 내 뇌 조직에 새겨진
찰나의 꿈 조각들이야
난 그 사이를 뛰어다니는 번개야
내가 뉴런을 발사하는 에너지고
난 돌아가고 있어
기억하는 것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어
마치 바다에 다시 떨어지는
물 한 방울과 같지
언제나 일부였던 바다
모든 게 세상의 일부고
우리 모두 세상의 일부야
너, 나, 내 예쁜 딸
내 엄마와 아빠
여기 살았던 누구든
식물, 동물, 원자 모두
별이든 은하계든 전부
바닷가의 모래알보다
우주엔 은하계가 더 많아
우리가 '신'을 말할 때
바로 그걸 말하는 거야
단 하나
우주와 우주의 무한한 꿈
우린 우주 자신을 꿈꾸는 우주야
내가 매번 인생이라고 생각하는 건
단순한 꿈일 뿐이지
근데 이 사실을 잊을 거야
항상 그랬으니까
난 꿈을 기억 못 하잖아
이제 모든 걸 기억한 그 순간에
바로 그 순간에
난 한 번에 모든 걸 이해해
시간은 없어, 죽음도 없어
인생은 꿈이야
바람(wish)이야
빌고 또 비는 바람, 영원토록
난 그 모든 것이야
내가 모든 것이고 내가 전부야
나는 곧 나야

댓글 14

  1. Hearit ·
    특유의 착 가라앉은 북유럽풍 분위기가 매력적이라 시도했던 영화인데, 저는 끝내 완주하지 못했습니다.
  2. ddungddi ·
    이 시리즈는 OST 강추입니다. 다행히 공식적으로 넷플릭스에서 OST를 유튜브에 오픈한 것 같아서 제약없이 들을수 있습니다.
  3. 레니 · · 공감 2
    마이크 플래너건 작품은 다 좋더군요.. 이번에 나온 자정클럽도 1화만 봤는데 딱 취향 저격이고요..
    흠을 굳이 찾자면.. 사실 보다보면 다 비슷비슷한 주제, 비슷비슷한 스토리이긴 하고...
    굳이 저렇게 갑작스렇게 깜짝놀라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한 장면도 많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깊이도 있고 연출도 탄탄하고.. 웰메이드 호러에요...
    어둠속의 미사도 찜만 해놓고 아직 못봤는데 조만간에 곧 봐야겠어요..
  4. 칼도 ·
    @레니님 자정 클럽도 아주 훌륭하죠. 새파란 나이에 죽음을 앞둔 이들의 삶의 욕망, 죽음이 끝이 아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붙잡을 희망의 끈을 찾으려는 안간힘,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는 서로에 대한 온전한 헌신 - 이 모든 인간적 면모들을 형상화는 큰 이야기 속에 그들 각자가 자신들의 역경을 재료로 꾸며낸 기막힌 작은 이야기들이 교묘하게 배치되어 강력한 호소력을 발휘하는 풍부한 휴먼 드라마가 출현하고 있습니다.
  5. 박시봉 ·
    인용해주신 대사는 정말 이거 하려고 찍었구나 싶은 그런 장면 맞죠. 여러모로 기억나는 장면이 많아요 뱀피의 날개를 칼로 열심히 구멍을 내는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6. 짜짜로닝 ·
    저도 저대사 너무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인생은 꿈인것 같아요...
  7. 법솨 · · 공감 2
    저는 개인적으로 인생미드입니다. 특히 적어주신 대사는 너무 감명깊어 지금도 저 부분만 돌려볼정도에요 ㅠ
    여주와 남주 연기와 목소리 때문에 더 몰입했던 것 같아요
    제 의식이 한 번 생겼으니 두번도 가능하다, 죽어도 끝이 아닐거라고 은연중에 생각 하고 있었는데요, 그런데 저 미드보고 제가 나라고 생각했던건 애초에 없었고 나라는건 이미지들의 연

    속이고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도 어떻게 보면 이미지들을 쉴 세 없이 연상하는 컴퓨터이구나 하는 생각을 요즘 계속합니다.

    컴퓨터(사람)가 아무리 많이 태어나도 지금 연상하는 저와 육체가 다르기 때문에 그 의식이 저의

    의식은 될 수 없어 죽으면 끝이므로 현실에 충실히 살아야겠습니다.
  8. neosion ·
    저도 저 대사를 듣고 머리를 한대 맞은 기억 이였습니다. "죽음"이란 그냥 두려움의 대상 이라기 보다도 다시 무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9. 풍덩길동 ·
    중간에 잠깐 고비가 있었는데....재미있게 봤었습니다~~
  10. avalokiteshvara ·
    혹시 저 대사 나오는게 몇화인가요??
  11. 짜짜로닝 ·
    @avalokiteshvara님
    마지막화입니다.
  12. 나의라임오졌지나무 ·
    불교 사상도 많이 녹아 있는거 같네요.
  13. 곽곰12345 ·
    조선족
  14. 골든멍멍 ·
    에린이라는 캐릭터가 과학상식이 풍부하네요.

사용기 최근 글

사용기 목록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