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왜 치료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까요?
조회 2,964 · 공감 0 · 댓글 24
100년도 더 전에 미국의 외과의사 어니스트 에이머리 코드먼이라는 사람이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병원이 환자를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했는지만 기록할 게 아니라, 그 환자가 결국 어떻게 됐는지까지 추적해서 공개하자는 겁니다. 그는 이걸 ‘End Result System’이라고 불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병원이 “우리는 이런 수술을 많이 합니다”, “최신 장비가 있습니다”라고 홍보하는 것보다, 실제로 그 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들이 얼마나 살아남았고, 합병증은 얼마나 생겼고, 재입원이나 재수술은 얼마나 했는지를 보여주는 게 환자 입장에서는 훨씬 중요한 정보니까요.
이런 자료가 공개되면 환자는 실제 치료 결과를 보고 병원을 선택할 수 있고, 병원도 “왜 우리 병원은 다른 곳보다 결과가 안 좋지?”라는 걸 확인하면서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데이터가 계속 쌓이면 어떤 치료법이 실제로 더 좋은지도 알 수 있으니 의학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요.
당시에는 당연히 의사들의 반발이 컸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드먼의 아이디어는 결국 미국외과학회의 병원표준화 운동으로 이어졌고, 이후 Joint Commission의 병원 인증, CMS의 Care Compare, 각종 임상 데이터베이스와 성과평가 시스템으로 발전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는 일부 질환이나 수술에 대해 병원별 사망률, 재입원율, 감염률, 합병증, 환자 경험 등을 공개합니다. 물론 단순히 숫자만 비교하는 건 아니고, 중증환자를 많이 보는 병원이 불리하지 않도록 환자의 위험도까지 보정해서 비교합니다.
한국도 심평원의 적정성평가가 있어서 이런 제도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아직 환자가 정말 궁금해하는 정보와는 거리가 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암 수술을 앞둔 환자라면 궁금한 건 사실 이런 거 아닐까요.
“이 병원의 위암 수술 후 사망률은 어느 정도인가?”
“합병증은 얼마나 생기나?”
“재수술률은?”
“나와 비슷한 상태의 환자를 치료했을 때 다른 병원보다 결과가 좋은가?”
그런데 이런 실제 치료 결과를 병원별로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정보는 아직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 입장에서는 결국 대학병원 이름, 병원 규모, 교수의 명성, 인터넷 후기 같은 걸 보고 병원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래서 서울의 몇몇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이런 정보 부족과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도 지역 병원의 치료성과 정보를 제공하면 서울 등 다른 지역의 병원으로 가겠다는 의향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공개가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중증환자를 많이 받는 병원이 오히려 성적이 나빠 보일 수도 있고, 병원이 성적 관리를 위해 위험한 환자를 꺼리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하려면 환자의 나이, 중증도, 암 병기, 동반질환 등을 반영한 정교한 위험도 보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한국은 전 국민 건강보험 체계라서 환자가 이후에 재입원했는지, 재수술을 받았는지, 얼마나 오래 치료를 받았는지 등을 장기간 추적하기에는 오히려 굉장히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병원에 단순히 1등급, 2등급을 매기는 방식보다 실제 치료 결과를 공정하게 보정해서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데이터가 다시 병원의 질 개선과 의학 연구에 활용되는 구조까지 만들어지면 더 좋겠죠.
결국 코드먼이 100년 전에 던진 질문은 지금도 꽤 유효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환자는 결국 어떻게 됐는가?”
개인적으로는 이 질문에 병원이 제대로 답할 수 있고, 환자도 그 답을 볼 수 있어야 진짜 의료의 질을 비교할 수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병원이 아니라 의사에 대한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현재 CMS의 Care Compare에는 Medicare 인증 병원을 중심으로 150개가 넘는 질 지표가 공개됩니다. 심근경색·심부전 등의 위험보정 30일 사망률, 재입원율, 일부 수술의 90일 합병증, 감염, 환자경험 같은 자료를 병원별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주로 병원 단위이고, 모든 질환·수술에 대해 모든 의사의 개인별 결과가 공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존스홉킨스 외과의사 마티 마카리(Marty Makary)는 2012년 책 《Unaccountable: What Hospitals Won’t Tell You and How Transparency Can Revolutionize Health Care》에서 병원과 외과의사의 합병증률·재입원율·감염률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그가 수련하던 병원에서는 동료 의사들 사이에서 “HODAD(Hands of Death and Destruction)”라는 별명까지 붙을 정도로 수술 결과가 나쁜 의사가 있었는데도 환자들은 그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최근 국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이소희 의원은 15세 때 척추측만증 수술 중 의료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는데, 사고가 난 뒤에야 집도의가 불과 한 달 전에도 다른 환자의 동맥을 손상시키는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2026년 국회 토론회에서 이 의원은 “그 사실을 수술 전에 알았다면 자신과 부모의 선택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취지로 의료사고 이력 공개 필요성을 주장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게 코드먼이 100년 전에 이야기했던 문제와 정확히 연결된다고 봅니다. 환자는 병원 광고나 의사의 경력은 쉽게 볼 수 있는데, 정작 그 의사가 실제로 어떤 치료 결과를 냈는지는 알기 어렵습니다.
댓글 24
수술 힘들어 보이는 사람은 아얘 안받아줄테니까요.
좋아질 환자, 예휴가 좋을 환자만 전과 내지 입원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명성에 흠이 가면 안되서요...
그리고 소위 빅5도 외래로 들어오는 암환자 등만 받지, 정작 열 나고 중간에 변수가 생긴 경우는 나몰라라하고 그런건 집근처 병원 가세요 우리 병원 다닌다고요? 저희는 오셔도 안 받아요 아 우리 병원 다니셔도 그래요 가 현실이죠
그리고 본문에 언급하신 것도 결국 역효과가 크다가 결론이었죠
그리고 나름 각종 의료지표들을 표준화해낸 자료들이 있는데 결국 통계적으로도 우리나라가 압도적 1위 수준인건 아시는 거죠?
미국은 의료가 민영화되어 있으니 저걸로 돈을 더 받던 말던 할수가 있는데 한국은 의료 가격을 나라에서 통제하고 있습니다
의사 입장에선 어짜피 돈 더 받을수도 없는거 힘들고 실패 확률 높은 수술은 안하게 되겠죠
안타까운 상황,사례지만 결과가 안 좋았다고 무조건 의료과실로 몰아가는 것도 생각해보는게 맞지 않을까요?
당장 본인도 법조인으로서 승소율,패소율 따지고 개별 사례들 공개해서 '법률사고' '법률과실'인지 따지고 공개하자고 하면 순순히 ok할까 싶긴하네요
이걸 실행해서 필수과 의사들은 받는 이득이 없어요
돈이 더 되는것도 아닌데요
오히려 실패확률 높은 수술만 기피하겠죠
조금만 생각해도 부작용이 보이는 법안을 개인적 경험이 있다고 제안하고 있는데 그걸 왜 이해해주어야 합니까?
국회 입법은 소꿉놀이가 아니에요
의사가 자기 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환자를 더 적절한 의료진에게 보내는 것과, 자신의 성적을 지키기 위해 고위험 환자를 조직적으로 피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오히려 이런 정보까지 함께 공개한다면 어려운 환자를 많이 맡는 의사가 제대로 평가받고 존경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제도가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위험도 보정이 제대로 되는지, 실제로 환자 기피가 늘어나는지, 필수과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지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하고 수정해야 합니다.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논의 자체를 막기보다는, 입법 과정에서 의사·환자·통계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모아 설계를 다듬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개인의 경험에서 문제 제기가 시작됐다고 해서 그 자체로 옳거나 그른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건 그 경험이 사회적 문제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이후 공개적인 입법 절차와 검증을 통해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제도로 만들어질 수 있느냐겠죠.
의사 입장은 생각 안하고 환자 입장에만 생각한 법안인게 문제니까요
지금도 필수과는 기피문제가 있는데 기피문제를 더욱 가속화할 법안을 비례 승계하고 첫 정책활동이랍시고 내놓으니 더더욱 보복법안으로밖에 보이지가 않아요
이소희 의원은 국회의원인데 환자와 의사 입장 둘 다 보고 법안을 제안해야죠
예전에 대학병원에 학생,인턴,레지던트들 있으니 오히려 병원비 깍아줘야하는거 아니냐 하는 논리가 생각나네요
주치의제도? 말그대로 내가 지정/등록 된 의사를 좋든 싫든 거치는게 우선 순위라는 소리에요 오히려 의사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합니다 나 잘난 명의입니다 그러니 날 주치의로 지정해 주세요 하고 픽미픽미픽미업 하지도 않고요
미국이라고 무조건 내가 존스홉킨스 진료 보고 싶다고 바로 들이밀어서 예약 걸고 진료 보고 그런거 아니죠 그런다한들 우리나라처럼 모두가 빅5 중에서도 저울질 하면서 명의 진료 보겠다고 하고 그러진 못 하죠
차라리 수요자인 국민에 대한 정보제공 자체는 인정하겠으나(물론 이것도 추상적이고 역효과도 있음을 이야기 드렸죠) 애초에 의사,의료기관을 동등하고 보편적으로 고르면서 진료본다는게 나이브한 생각이라는거에요
그리고 그렇게 좋은 제도면 사회 각 분야에서 다 시행하면 되겠죠~
“그렇게 좋은 제도면 사회 각 분야에서 다 시행하면 되겠죠”라는 말도 반론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자동차의 충돌안전성·연비, 금융상품의 수익률과 위험, 기업의 재무정보, 음식점의 위생상태처럼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기 어려우면서 중요한 정보는 이미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 똑같은 지표를 적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정보 비대칭이 크고 선택의 결과가 중대한 분야일수록 검증된 정보를 더 제공하자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쟁점은 선택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을 무엇을 근거로 하느냐입니다. 정보가 부족하면 빅5, 교수 명성, 인터넷 후기 같은 대리정보에 의존하게 됩니다. 오히려 선택권이 큰 한국일수록 위험도 보정된 치료성과 정보를 더 잘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