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제 비서가 쓴 '무섭노' 논란에 대한 답입니다.

사과싫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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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자체를 먼저 정리하면 이래요. 지난달 29일 원이의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37초짜리 영상에서, 멤버 미나미의 일본 집을 방문하던 중 PD가 먼저 "뭔가 덜컹 소리 났는데. 무섭노"라고 말했고 원이가 바로 이어 "무섭노. 조명부터 무서운데"라고 답했습니다. 이걸 두고 김현지 MBC경남 PD가 X에 "여성 아이돌과 PD가 사이좋게 '노노' 주고받고 있어서 무척무척 속상했음"이라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시작됐고, 조국 전 대표와 이준석 대표까지 가세하면서 정치권 공방으로 번졌어요. 

이제 어제 우리가 정리한 틀을 대보면, 이 논란이 왜 이렇게 꼬였는지가 꽤 선명하게 보입니다.

1. 이건 규범 논쟁의 탈을 쓴 사실 논쟁이에요.

핵심 쟁점은 "원이가 '무섭노'라고 말해도 되는가"(당위)가 아니라 "동남방언에서 '무섭노' 같은 감탄형 '-노'가 실제로 존재하는가"(사실)입니다. 후자는 기술언어학이 답할 수 있는 경험적 질문이고, 실제로 학자들이 답했어요. 신지영 고려대 교수는 경상도 방언에 15세기 한국어의 어미 체계가 보존되어 있어 '-노'가 의문문뿐 아니라 혼잣말이나 감탄형 독백에도 광범위하게 쓰이며, '무섭노'는 표준어 '무섭네'로 대체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감탄 표현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안태형 동아대 교수도 동남 방언에서 '노'가 혼잣말, 한탄, 독백에서 감탄형으로 쓰인다고 설명한 바 있고요. 

즉 "그 지역에서 그렇게 쓴다"는 존재 명제에 대해서는 학계 쪽 증언이 나온 겁니다. 방언학자가 강제할 수는 없지만, 사실 명제의 진위를 증언할 수는 있죠.

2. 그런데 반대편의 논리 구조를 보면, 어제 말한 "존재 주장 vs 전형성 주장"의 혼동이 정확히 재현됩니다.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는 "부산 출생으로 경상도에서 25년을 살았으며, 그런 상황에서 '노' 어미를 붙이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베식 표현이라고 판단했다고 했어요. 이건 논리적으로 "내 개인의 관찰 표본에 없다 → 그 방언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추론인데, 이게 바로 귀납의 함정입니다. 개인의 언어 경험은 아무리 25년이라도 세대·지역·상황이 제한된 표본이에요. "존재하지 않는다"는 강한 부정 주장은 반례 하나로 무너지는데, 방언 화자들과 학자들이 반례를 제시한 거죠.

조국 전 대표의 논리도 비슷합니다. "영남말 질문 문장에서 '나'와 '노'는 구별되어 사용된다. '나'는 예/아니오 확인, '노'는 구체적 상황 설명 요청에 쓴다"는 건 방언학적으로 맞는 기술이에요(의문사 의문문의 '-노', 판정 의문문의 '-나' 구별은 실제 동남방언의 특징입니다). 문제는 이 규칙이 의문문에 대한 기술이라는 점이에요. 원이의 발화는 의문문이 아니라 감탄/독백이고, 그 영역에서는 별도의 '-노' 용법이 존재합니다. 올바른 부분 기술을 전체 규칙으로 과잉일반화한 다음, 거기서 벗어나는 용례를 "비문 = 일베"로 판정한 거죠. 어제 표현으로 하면, 전형성 주장을 절대적 규칙으로 격상시킨 다음 그걸 반증 도구로 쓴 겁니다. 

3. 더 흥미로운 건 김현지 PD의 후속 논리인데, 이건 사실 논쟁에서 규범 논쟁으로 후퇴한 경우예요.

김 PD는 비판이 이어지자 "경상도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비문의 '노'를 사용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면서 "혐오 표현이 놀이가 되다 못해 언어의 원형을 오염시키고 있다", "누군가를 모욕하기 위해 만들어진 말을 내 고장 말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주장의 구조를 뜯어보면: (a) 젊은 세대가 실제로 그렇게 쓴다는 사실은 인정하되, (b) 그건 "비문"이고 "오염"이니 (c) 쓰지 말아야 한다 — 는 거예요. 그런데 (b)에서 "비문"을 판정하는 기준이 뭐냐가 문제죠. 방언에는 국립국어원 같은 규범 기관이 없습니다. "언어의 원형"이라는 표현 자체가 방언의 어느 시점 상태를 정본으로 고정하는 규범적 발상인데, 방언학적으로 그런 정본은 존재하지 않아요. 언어는 계속 변하고, 젊은 세대의 용법 확장(생략, 감탄형 확대)도 그 변화의 일부입니다. 실제로 김덕호 경북대 교수는 "'와이리 무섭노'에서 '와이리'를 생략하는 것은 문법상 자연스럽지 않지만 젊은 세대는 생략하고 쓴다"며 세대 간 방언 사용 형태의 차이에 따른 오해라고 설명했고, 조수진 이사는 이 설명을 듣고 사과했습니다. 

즉 "오래된 화자의 직관과 다르다 = 오염"이 아니라 "언어 변화 진행 중"이 기술적으로 정확한 서술이에요. 어제 말한 것처럼 방언학은 갱신되는 기술이지 고정된 정설이 아니고, 통설(기성세대의 용법)과 현실(젊은 세대의 용법)이 어긋날 때 학문이 할 일은 현실을 다시 기술하는 것이지 현실을 통설에 맞추라고 강제하는 게 아닙니다.

4. 국립국어원의 반응이 이 사건에서 제일 정직한 대목일 수 있어요.

국립국어원은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표준어라면 국어원이 "이게 맞다"고 선언할 수 있지만, 방언에 대해서는 규범 권한이 없으니 기술적 견해차가 있다는 사실만 전달한 거죠. 표준어와 방언이 다른 종류의 규칙이라는 걸 기관 스스로 보여준 셈입니다. 

5. 남는 진짜 쟁점 — 그리고 이게 언어학으로 해결 안 되는 부분.

일베의 '-노'가 실재하는 혐오 관행이라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베는 경상도 방언과 무관하게 말끝마다 노무현의 노(盧)를 붙이는 경향을 보였고, 조국 전 대표가 인용한 이미지처럼 부산 사람이 "집이가?", "밥 뭈나?"라고 할 자리에 일베는 "집이노?", "밥 먹었노?"라고 쓰는, 즉 표준어 문장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이는 패턴이에요. 그러니까 "일베식 '-노'"라는 것도 존재하긴 합니다. 문제는 동일한 표층형이 두 개의 서로 다른 언어 체계에서 산출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하나는 동남방언의 정상적 어미 체계, 하나는 방언을 흉내 낸 혐오 코드. 표층형만으로는 둘을 구별할 수 없고, 구별하려면 화자 정보(경남 거제 출신 방언 화자인가)와 발화 맥락(감탄이 자연스러운 상황인가)을 봐야 합니다. 신 교수가 "화자를 생각해야 한다"고 한 것도, 원이가 방언 화자이고 PD가 원이의 방언을 배워 쓴 맥락을 오해한 것이라고 분석한 것도 이 지점이죠. 

정리하자면 이 논란은, 기술적 사실 문제("이 용법이 존재하는가" — 존재한다, 학자들이 확인)를 개인의 제한된 귀납("내가 못 들어봤다")과 과잉일반화된 부분 규칙("의문문 나/노 구별")으로 부정하려다가, 그게 막히자 근거 없는 규범 주장("원형 오염", "비문")으로 이동한 사건이에요. 방언학이 존재의 학문이라는 당신 명제가 그대로 시험대에 오른 사례고, 결과적으로 "그 지역, 그 세대에서 그렇게 쓴다"는 기술이 "그렇게 쓰면 안 된다"는 자칭 규범을 이긴 셈입니다. 다만 마지막 쟁점 — 혐오 코드와 표층형이 겹칠 때 방언 화자가 자기 말을 자기검열해야 하는가 — 는 언어학이 아니라 윤리와 정치의 영역이라, "특정 표현에 상처받는 사람이 있다면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쪽과 "일상 대화를 특정 커뮤니티 말투로 단정하는 건 지나치다"는 쪽의 대립은 사실 확인으로 종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거죠.

제 비서 글 좀 쓰죠?

댓글 9

  1. Dijkstra ·
    이렇게 길게 쓰지 않아도 굉장히 간단한 문제풀이가 가능하죠.
    제가 침묵하는 이유는
    '~노' 접미사 사용을 처음 만들어낸 사람들의 의도가 하찮아서죠.ㅋ
  2. 섬마을생산직 · · 공감 2
    고급 추론 AI 모델을 쓰면 쉬운 말도 어렵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종종 토큰 낭비일 때가 많죠.
  3. 김메달리스트 · · 공감 2
    AI딸깍글은 AI딸깍댓글로 받아야죠 ㅎㅎ의견 환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논란은 언어학적 사실과 사회적 인식을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경상도 방언에서 감탄이나 혼잣말 형태의 ‘-노’ 용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은 여러 방언 연구자들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베가 표준어 문장에 기계적으로 ‘-노’를 붙여 혐오 코드처럼 사용해 온 사례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즉, 같은 표면적인 표현이라도 방언 체계에서 나온 것인지, 특정 커뮤니티의 표현인지는 화자의 배경과 발화 맥락을 함께 살펴봐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례에서도 원래 쟁점은 특정 표현이 실제 방언으로 존재하는지, 아니면 일베식 표현인지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학적 논쟁과 사회적·정치적 논쟁이 뒤섞인 측면이 있어 보입니다. 개인의 경험만으로 “나는 못 들어봤으니 없는 표현”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고, 반대로 “방언이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오해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표현 하나만 떼어 놓고 판단하기보다 화자가 누구인지, 어떤 상황에서 사용했는지, 그리고 실제 방언 사용 양상은 어떠한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관계는 사실관계대로 확인하고, 사회적 민감성은 또 별개의 문제로 논의하는 것이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서로 다른 관점을 존중하되, 충분한 근거 없이 특정인을 낙인찍거나 반대로 상대의 문제 제기를 무시하는 일은 모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4. 평양시청민원과 · · 공감 1
    AI가 쓴 대답을 게시판에 올리는건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요..
  5. 사과싫어 ·
    @평양시청민원과님 저는 이 글 쓰려고 반나절 동안 비서랑 토론했는데, 어떤 점이 예의가 아닌가요?
  6. derida · · 공감 2
    비서가 전혀 자료수집을 다안하시고 글쓰셨네요. 거제시청에서 입장문으로 딱 거제,경남지역에서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구수한 사투리라 불을 질러버렸어요. 일베식 표현이라고 추측(일베가 아니라)되는 사용례가 동영상 3개에서 추출된것만 10여가지가 넘어요. 그것은 안보시고 쓰신듯. AI비서군요..
  7. reportgo · · 공감 1
    @derida님
    AI가 사실 관계가 명확한 팩트 문제가 아닌 경우
    약간의 PC 양념을 친 다음
    사용자의 의도를 아첨하듯 그대로 반영하죠.
  8. 사과싫어 ·
    @report님 그래서 사용자의 의도가 뭘까요?
  9. 사과싫어 ·
    @derida님 아 제 비서는 어느 정도 권위 있고 신뢰성 높은 것만 수집해서요. 기사글 정도는 돼야 갖고 온다고 하더라고요. 유튜브나 황색언론, 찌라시 같은 건 안 갖고 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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