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선 직후부터 걱정되던 것이긴 했습니다.
1700만 명의 표가 모여 당선이 됐지만,
그 1700만 명의 기대가 각기 너무나도 다를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죠.
이재명이라는 사람 자체가 다양한 얼굴을 한 사람이긴 했습니다.
누군가는 그 얼굴에서 쌍욕을 보았고
누군가는 그 얼굴에서 뒤가 없는 개혁을 보았고
누군가는 그 얼굴에서 일 잘 하는 행정을 보았었죠.
누군가는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을 지지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을 지지했을 것이며
누군가는 민주당 대표로서 내란을 수습하는 모습에서 지지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성남시장 시절 이재명은 싫었는데 민주당 대표로서 이재명은 마음에 들었을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보수를 참칭하는 이재명이 득표를 위해 본모습을 숨긴 것이라 여기며 투표했을 수도 있죠.
다양한 모습의 이재명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대감을 갖게 했을 겁니다.
그에게 투표한 1700만 명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집권 뒤 지지자가 된 이른바 '뉴이재명'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의 다른 면모들은 싹 무시한 채 실용주의자의 얼굴만 보고 지지했을 겁니다.
반면 노통에 대해 "너무 착해서 상대 진영도 나처럼 인간이겠거니 하며 믿었"다며
"어설픈 관용과 용서는 참극을 부른다"고 일갈했던 것에 반한 사람들은
이재명이 집권 뒤 시원한 칼춤을 추며 내란 세력들을 일거에 도륙하는 기대감을 품었을지 모를 일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이재명이 내뱉는 말이 다소 거친 데 비해
일을 할 때는 상당히 안정을 지향하더라는 사례를 몇몇 보면서 꽤 신선하게 여긴 쪽입니니다.
생각보다 과격한 사람이 아니고, 행정을 할 땐 협력적 관계를 강조한 점에서 호감도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유시민이 그에게 내렸던 평가
"발전도상인" 그대로,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성장하는 사람이라는 인상도 가졌습니다.
그게 누군가에게는 쉽게 표변하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검은 속내를 숨긴 채 착한 척을 하는 위선적인 사람을 여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전히 이재명이 배우고 성장하며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대감을 안고 시작했기에
저는 대선 직후에 그의 어려움은 지지자들로부터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의 기대감이 무너질 때 빠는 누구보다도 무서운 까가 되는 법이니깐요.
이재명만이 옳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나랏일을 맡기기로 한 이상, 임기의 절반 이상동안은 믿음을 주기로 한 것 뿐입니다.
이재명이 속였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일하는 중 혹시 무슨 어긋남이 있다면, 한 때나마 내가 그에게 오해를 가졌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무슨 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무조건적인 지지는 아닙니다.
공화국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려 한다면 지지할 수 있을리 없을테니깐요.
반대로 말하면, 그런 짓을 하지 않는 한 지지를 거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지자'란 툭하면 의심하는 사람이 아니고, 굳건한 믿음을 주는 사람입니다.
'비판적 지지'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는 말이라는 걸, 노통을 잃고서야 알았습니다.
좀 더 존버해볼까 합니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