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별 고민 글 몇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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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나이대별로 반복되는 고민들이
20~30대는 경조사와 인간관계 고민이 많아 보이고,
40대 이후는 몸이 예전 같지 않고 게임도, 영화도, 사는 것도 재미없어졌다는 글이 자주 보입니다.
같은 사회에서 비슷한 나이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생각도 어느 정도 비슷해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20~30대엔 경조사로 고민했습니다.
가지 않으면 관계가 멀어지지 않을까,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신경 썼습니다.
이제 그 시기를 지나고 보니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우리나라 경조사 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젊을 땐 대학 동기들 결혼식, 돌잔치, 장례식 챙기고 회사 경조사도 빠뜨리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30대 중반부터는 경조사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축의금이나 조의금만 보내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그마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저는 경조사를 챙기지 않는 사람으로 굳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삶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습니다.
지나고 보니 당시의 고민이 참 부질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관계 주기는 생각보다 짧았은 것 같습니다.
제가 겪어본 삶은 10년 이상 이어지는 관계는 극히 드물더군요.
나이 들수록 오래갈 소수 사람만 주변에 남고, 스쳐 가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관계가 좁아진다기보다 의미 없는 관계에 힘쓰지 않게 되는 것에 가깝다고 할까요.
저는 이런 성향과 잘 맞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유난히 싫어했습니다.
중학교 담임 선생님은 저를 보고 일본 남자 같은 개인주의자라며 고치라고 훈계하셨습니다.
남에게 피해 주지도, 저도 피해 보지도 않으려 단체 활동을 피하는 편이었는데
선생님은 그런 태도가 좋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왜 고쳐야 하는지 알지 못했고, 나이가 든다고 생각이 바뀌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눈치는 있어서 사회초년생 땐 적당히 맞춰 살았습니다.
나이 들면서 굳이 그럴 필요 없다는 걸 깨닫고, 원래대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최근엔 이런 성향을 이향인이라 부르기도 한다는 것 알았습니다.
내향인도 외향인도 아닌, 제 성향이 여기 가깝다는 걸 최근에 알았습니다.
요즘은 스몰웨딩이나 무빈소 장례처럼 겉치레를 줄이고, 제사도 간소화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요즘 스몰웨딩은 형태만 스몰이고, 비용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더군요.
저희 결혼식은 형태도 비용도 작았습니다.
결혼할 때 회사에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연차를 쓰겠다고 했다가 난리가 났습니다.
일은 늘 바빴고 연차도 제대로 못 쓰던 회사라, 퇴사할 때도 21개가 남아 있었는데
며칠 쉬겠다니 일 안 하고 논다며 이유를 대라고 했습니다.
결국 본부장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죄송하지만 결혼식을 해야 해서요."
그러자 왜 결혼한다고 밝히지 않았느냐, 청첩장은 왜 안 돌렸느냐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저는 아내가 될 사람과 괌에 가서 둘이 조용히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까지 하고 올 생각이었습니다.
막상 괌에 가보니 앞 순서 일본인 커플은 가족들과 함께 결혼식을 하고 있었고
뒤 순서 홍콩인 커플은 두 사람만 와서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홍콩에서는 둘만의 결혼식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 대만인 지인은 예복도 없이 시청에서 혼인 절차를 마쳤다고 했는데,
저는 그 방식이 더 나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선택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는 것 같습니다.
어렵게 연차를 허락받아 둘이 결혼식을 하고 왔습니다.
축의금은 받을 생각이 없었지만 굳이 주시는 분들이 있어, 그 돈으로 선물을 사서 모두 돌려드렸습니다.
참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또 지나고 보니
당시 그렇게 난리 치던 회사 사람들 가운데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는 서로의 기억 속에만 남아 살아갑니다.
요즘도 경조사 때문에 고민하는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제 삶을 돌아보니 안 가도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남겨봅니다.
댓글 6
또 많은 분들은 친구들과 돈거래하는 순간 그 관계가 날아갈 거라는 것을 처음에는 인지 못하시다 나중에 깨닫게 되는 경우도 많아봤습니다.
나이들수록 경사보다 조사가 중요하다고들 하지요.
부모님 상 이런때는 진짜 와주면 고맙고... 결혼식과 달리 빈소에서 크게 뭔가를 하고있는것도
아니어서 한명 한명 와주는 사람들이 기억나지요. 힘들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고등학교때 친구는 거의 하루종일 같이 있고 목표도 비슷하고 같이 고생하고 하니 친할수밖에 없고,
대학교때는 또 군대다 어학연수다 교환학생 인턴 등 서로 길도 천차만별이라...
직장인부터는 회사도 지역도 직무도 천차만별에 결혼하고나면 애보랴 가족에 우선할수밖에없고요.
친구란게 생기거나 유지되기가 참 어려운거 같습니다.
오랫만에 만나봐도, 생활이 달라 공감대나 할말도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더 안만나지기도 하고.
연락할 수 있는 지인은 많은데 딱히 연락할 은 없게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