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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이 뽑은 최고의 영화와 과대평가받는 영화

외선이 ·

조회 7,542 · 공감 2 · 댓글 17

내가 좋아하는 영화 Best 10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19,283편의 영화 중에 머리에 먼저 떠오르는 순서대로 10편을 골라봤다.


1. 가르시아 (1974, 감독 : 샘 페킨파)

애인의 옛 머리를 그의 옛 애인에게 데려다주는 여행이라니! 모두들 너무 심각해서 코믹하다. 늙을수록 엉뚱해지는 작가가 좋다. 나의 우상 워렌 오티스의 최고작.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과 루이스 브뉘엘, 샘 페킨파가 사랑했던 멕시코.


2. 시스터즈 (1973, 감독 : 브라이언 드 팔마)

브라이언 드 팔마의 가장 독창적인 작업. 가난하게 만든 영화야말로 시대를 초월해 살아남는다는 영화 역사의 미스테리. 생일 케이크 살인 장면은 <미션 임파서블> 전체와도 안 바꾼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해결의 라스트.


3. 손수건을 꺼내라 (1978, 감독 : 베르트랑 블리에)

부조리 유머의 대가 베르트랑 블리에는 당연 불어권 최고의 작가. 가부장제에 대한 유례없이 통렬한 비판. 자살한 파트릭 드웨어도 잊을 수 없지만 카롤 로르의 '웃지 않은 공주'처럼 매력적인 여인은 어디서도 본 적이 없다.


4. 세컨즈 (1966, 감독 : 존 프랑켄하이머)

<페이스 오프>는 저리 가라.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기업에 말려든 한 사내의 악몽.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과 제임스 웡 하우 촬영감독이 서로 자기 아이디어였다고 우기는 광각 렌즈의 전면적 활용. 할리우드 사상 가장 심각한 상업영화.


5. 키스 미 데들리 (1955, 감독 : 로버트 알드리치)

사나이 중의 사나이 로버트 앨드리치, 미키 스필레인의 파시즘을 박살내다. 판도라의 상자를 찾아가는 마이크 해머의 기이한 모험담. B무비 중의 B무비, 누아르 중의 누아르, 하드보일드 중의 하드보일드.


6. 사냥꾼의 밤 (1955, 감독 : 찰스 로튼)

악몽으로 각색된 <헨젤과 그레텔>이라고나 할까? 역사상 가장 능글맞은 배우였던 찰스 로턴이 만든 괴상한 동화적 심리 공포 필름 누아르. 오리지널 <케이프 피어>와 더불어, 로버트 미첨의 파충류 연기의 정점을 보여준다.


7. 포인트 블랭크 (1967, 감독 : 존 부어맨)

내게 단 한 명의 배우를 고르라면 역시, 리 마빈. 이 초현실주의 필름 누아르에서 그의 무표정 연기는 빛을 발한다. 잘 걷는 사나이 워커Walker는 줄기차게 복도를 걷지만 그가 겨냥한point 과녁은 텅 비었다blank. 한마디로, 쿨하다!


8. 복수는 나의 것 (1979, 감독 : 이마무라 쇼헤이)

한 연쇄살인자의 범죄 행각을 기록영화적으로 추적하다. 살인하고 손에 묻은 피를 자기 오줌으로 닦는 장면에서 그 비정함은 극에 달한다. 제자들이 아르바이트해서 모아준 돈으로 촬영을 시작했던 노감독 이마무라 쇼헤이의 결의가 비장하다.


9. 배드 캅 (1992, 감독 : 아벨 페라라)

아벨 페라라의 최고작. 타락한 형사는 구원받을 것인가. 성당에서 윤간당한 수녀의 국부를 클로즈업으로 '뜩!' 보여주는 데에서는 할 말을 잃었다. <복수의 립스틱>의 조 타메리스가 비공식 각본가로 참여하고 하비 케이틀이 자기 대사를 직접 썼다.


10. 말러 (1974, 감독 : 켄 러셀)

제일 좋아하는 작곡가가 철저하게 해부되고 조롱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마조히스트적 쾌감. 정신병자 켄 러셀의 증세가 가장 악화된 상태를 알 수 있는 임상보고서이자 분방한 상상력이 뭔지를 알려주는 말러 뮤직 비디오.



과대평가된 영화 Best 10


물론 다 뛰어난 영화들이다. 다만 분에 넘치는 칭찬을 받았다는 게 죄라면 죄.


1. 풀 메탈 자켓 (1987, 감독 : 스탠리 큐브릭)

스탠리 큐브릭은 신비화된 감이 좀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많이 떨어진다. 훈련소를 묘사한 앞의 반은 걸작이지만,베트남에서의 뒤의 반은 범작에 불과하다.


2. 하나비 (1997, 감독 : 기타노 다케시)

<그 남자 흉폭하다> 나 <소나티네> 보다 훨씬 못하다. 아내와의 여행 시퀀스는 너무 유치해서 봐주기 힘들다. 앞의 반으로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3. 로스트 하이웨이 (1997, 감독 : 데이비드 린치)

너무 추켜세워주면 이렇게 된다. 자기 자신의 모티브들을 재탕 삼탕 우려먹는 안이함. 미완성 각본으로 폼만 잔뜩 잡는다.


4. 싸이코 (1960, 감독 : 알프레드 히치콕)

버나드 허만의 음악과 샤워실 장면을 빼면 막상 별로 남는 게 없는 영화. 의사의 해설로 모든 것을 해명하는 각본상의 단점. 히치콕 베스트 7에도 안 끼워준다.


5. 중경삼림 (1994, 감독 : 왕가위)

고독한 게 뭐 자랑인가? 고독하다고 막 우기고 알아달라고 떼 쓰는 태도가 거북하다. 특히 타월이나 비누 붙들고 말 거는 장면은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6. 그랑 블루 (1988, 감독 : 뤽 베송)

물 속에서 숨 오래 참기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바다 속 풍경의 아름다움이라면 <아틀란티스> 쪽이 차라리 낫다.


7. 씬 레드 라인 (1998, 감독 : 테렌스 맬릭)

전쟁에 대한 그다지 독창적인 해석도 없는 데다가, 그 현학적인 독백들이란! 영화에 내레이션을 입힌 건지, 시 낭송에 배경 그림을 깐 건지.


8. 다크 시티 (1998, 감독 : 알렉스 프로야스)

젊은 영화광들이 열광하는 걸 보고 실망했다. 독일 표현주의와 필름 누아르를 분위기만 좀 배워와서 잔재주 부린 데 지나지 않는다.


9. 시민 케인 (1941, 감독 : 오손 웰스)

적어도 영화사상 최고작은 아니다. 자기현시적인 테크닉 과시로 일관할 뿐 스케일에 걸맞는 감동은 없다. 오손 웰스는 후기작들이 백 배 좋다.


10. 올리버 스톤의 킬러 (1994, 감독 : 올리버 스톤)

인디영화들의 노고를 훔쳐다가 떠들썩하게 팔아먹었다. '미디어 비판'이라는 명분으로 도망갈 구멍은 만들어놓고 스캔들을 조장하는 교활함. 



~~~~~~~~~~~


19000편 이상을 봤다는게 놀랍네요.

댓글 17

  1. 오펜하이머 · · 공감 1
    로스트하이웨이는 동감이네요.... 이렇게 졸릴 수가...
  2. Rainmaker ·
    90년대 이후 작품이 거의 없군요
  3. 외선이 ·
    영화의 문법이 고착화 되면서 명작들이 없는건 사실인것 같아요.
  4. 훈제두부 ·
    씬레드라인은 동감요
  5. now! ·
    복수는 나의 것...본인작품을 선택하는 뻔뻔함에 당황했는데 다른 감독 작품이군요 ㅋㅋㅋ
    중경삼림은 고독한 현대인의 감성에 잘 맞아떨여져서 사람들이 좋아했던거지 높게 평가하고 그런건아니지 않나요....
    개인의 평가는 절대적일수 없는거 같아요 아무리 박찬욱이래도
  6. Lusty-Rake ·
    좋아하는 영화에서 제목을 차용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많이 알려졌죠.
  7. StorM · · 공감 1
    영화로써의 형식적 완성도는 어느정도 객관적 수치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영화가 가진 재미와 감동등의 영역은 완전한 개인영역. 호불호.
  8. itzy · · 공감 3
    그랑블루는 바닷속숨참기가 주가 아닌데..

  9. |무대포| ·
    +1
    ㅎㅎㅎㅎㅎㅎ
  10. zhangyuno ·
    사람은 보통 한 세대 앞의 컨텐츠를 칭송하게 되나봐요
  11. hepal ·
    그랑블루가 저런 평을 받을만한 영화가 아닌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12. 실버호크 ·
    과대평가 된 영화들은 다 봤는데 (다 기억은 안나도), 박감독의 걸작이라는 영화들은 하나도 본 게 없는 게 우연이네요...
  13. 포톤84 · · 공감 1
    중경삼림은 자주권을 가지고 민주주의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한국의 실정에서 제대로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라는 생각이 좀 듭니다. 강대국의 손에 운명이 맞겨진 사람들과는 감성이 다르겠죠. ㅜㅜ
  14. 알랙스 ·
    몇몇 영화는 그 시대와 사회저구배경과 맞춰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 되네요 지금 봐서는 명작이 아니지만 그때 그시절엔 명작 이었을수 있습니다
  15. 할러 ·
    시민케인은 꾸준히 여러 랭크에서 상위권 (1위도 몇번 본) 영화인데 단칼에... 존중은 하지만 개취인 부분도 있는 듯 합니다.
  16. 타이거밥 ·
    과대평가 영화는 다 봤는데 칭찬하는 영화는 하나도 본게 없어요... ㅋㅋㅋ
  17. 호빵왕자 ·
    남들 다 좋아하는 영화는 싫고 나는 토쿠베츠 하니까... 흠..
    아무튼 중경상림이 좀 간지럽긴 하지만 저는 분위기가 독특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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