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 노동,계급,결혼을 주제한 영화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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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능한 사랑" / 제공 : 넷플릭스,파인하우스필름,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18:00 KST - AP통신 - 시계처럼 정확한 일정마다 영화를 쏟아내는 영화감독도 있는 반면, 한국의 작가주의 이창동 감독처럼 전할 가치가 있는 이야기를 끈질기고 조심스럽게 첨작하며 만들어내는 감독들도 있다. 영화 애호가들에게 있어 넷플릭스에서 최근 공개한 그의 최신작 《가능한 사랑》은 일종의 고대하던 행사나 다름없다.
세 명의 청춘들을 주제로 사색적인 스릴러물인 이창동 감독의 전작 《버닝》은 오스카 상 후보에 오른 최초의 한국 장편영화였으며, 많은 비평가들이 2018년 최고의 영화로 꼽기도 했다. 이후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가 성과를 나타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창동 감독은 그다지 그의 작품을 서둘러 발표하는 것에 신경쓰지 않는다. 이창동 감독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인내심이라기 보단 병적인 소심함"에 가깝다고 표현한다.
“제게도 큰 고민거리입니다. 영화를 만들때마다 제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곤 해요. 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영화의 주제는 관객들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고 묻고 또 묻습니다."
- 이창동 / 영화감독 -
이창독 감독의 눈길은 그의 모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리해고 사건으로 향했다. 2009년 한국의 쌍용자동차는 전체 고용인력 3분의 1을 해고했으며 이로 인해 회사 생산공장을 두 달 넘게 점거한 노동자들과 공권력과의 충돌로 인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 사태이후 구조조정이 진행되었으며 쌍용자동차 소속이었던 정리해고 노동자들 및 가족들의 잇다른 자살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그 사건이 한국의 노동 시장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대한 전환점이 될것이며, 해고된 노동자들의 삶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평범한 일반인들의 일상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 / 촬영 : 스캇 A 가핏 via Invision)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 이전에도 한국 영화는 잔혹한 폭력이 묘사된 《오징어 게임》이나 박찬욱 감독의 풍자극 《어쩔수가없다》같은 장편 영화를 통해 한국사회의 심화되는 부채와 실업, 절망을 묘사한 작품들을 선보인 바 있다. 이창동 감독의 접근방식은 위 두 영화들과 같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감독 본인이 과연 한국사회의 노동,계급 문제를 전할 자격이 있을지를 고민하는 끊임없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졌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장편 극영화로 만드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차에 공동 각본가인 오정미의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영화의 전개를 노동,계급을 담아내려는 한 다큐멘터리 감독의 이야기로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이창동 감독은 이 모든 것의 의문을 홀가분하게 털어내고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할 수 있었다.
부유한 부부, 그렇지 못한 부부가 극의 중심을 이끌어가는 이 이야기는 주연배우 전도연에게는 무려 10년동안 익숙한 스토리였다고 한다. 전도연은 이창동 감독의 2007년작 《밀양/Secret Sunshine》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이창동 감독의 페르소나라 할 정도로 감독, 그리고 그의 작품들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전도연은 실제로 이창동 감독의 출연의향을 묻는 연락에 "정말 이 영화를 만드나보다"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도 이창동 감독님의 열렬한 팬이예요. 감독님의 영화를 정말 좋아하고 감독님의 모든 작품들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감독님이 《가능한 사랑》 작품구상을 말씀하신게 10년전이고 꾸준이 작품이야기를 해왔어요. 때문에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죠."
"계속 대본 좀 보여달라고 조르다가, 10년이 지나고 대본을 읽으면서 정말로 이 작품이 현실화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 전도연 -
실제로 대본은 존재했고 이번 《가능한 사랑》 에서도 전도연의 배역은 빛이 나고 있다. 《밀양》에서 자식을 잃은 비통한 어머니의 역할은 해고된 자동차 노동자 호석(설경구)의 낙천적인 아내 미옥 역으로 변했다. 부유한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기생충』의 조여정)가 그들의 삶을 기록하고 해고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제안했을 때, 미옥은 기꺼이 마음을 열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편 호석은 그다지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창동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 사회의 두가지 남성성을 탐구하고 있다. 무력한 해고노동자인 호석, 그리고 부유하고 유능한 예지의 남편 상우(조인성)은 한국 사회에서 대표적인 남성상 2가지를 상징한다. 이 구성은 한국 사회의 현실을 대표하는 리얼한 표현으로 더욱 극의 현실성과 진정성을 관객에게 호소한다.
"극에서 미옥의 남편 호석은 공허하고 모든 것을 상실한 공허한 남성이죠. 하지만 상우는 한국사회에 새롭게 등장하는 남성상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유한데다 친절하고 인간미가 넘치죠. 성격도 매우 좋습니다.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여성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의 남편에게는 언제나 든든한 남편이고 대화가 통하죠. 하기만 그 모든 것의 뒤에는 매우, 매우 단단히 가려진 폭력성이 숨어 있습니다."
- 이창동 -
《가능한 사랑》은 현재 미 오스카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베니스 영화제에서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 을 수상했으며 제99회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공식 출품작으로 선정되었다. 이창동 감독은 수상가능성을 묻는 AP통신 기자의 질문에 사람들이 자신에게 가지는 관심이 과장되었으며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크게 주목받는 것이 아니며 자신은 그저 평범한 영화감독 중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AP기자는 이후 전도연 배우과 따로 인터뷰를 가졌다. 모든 인터뷰 과정에서 통역을 통해 진행한 기자와의 대화에서 기자는 이창동 감독의 위 발언을 전도연에게 언급했다.
"정말 감독님이 그렇게 말하셨어요?"
기자는 정말로 이창동 감독이 그렇게 말했다고 확인해주자 전도연은 잠시 멈칫하는 듯했다. 그리고는 그녀만의 미소를 지으며 인터뷰 중 유일하게 영어로 한 단어를 말했다.
"거짓말쟁이 / Liar"
출처 : https://apnews.com/article/possible-love-movie-c6e7ace8cdeb35383e42ab8013b4e05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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