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돈에 미친 사람 눈에 비친 이재명

언젠가는 부자아빠 · · 수정

조회 9,193 · 공감 9 · 댓글 21

여러분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규명하시나요? 전 제 자신의 정체성을 '돈에 미친 사람(새X)'으로 정의합니다. 

세 글자로 줄여서 돈미새네요. 풀어 쓰면 육두문자 되니까 자제하겠습니다.

1997년에 대학 입학하고 지금까지 군 생활 2년 2개월 제외하고는 단 한 달도 일을 쉬어 본 적이 없습니다. 대학 들어가자마자 아르바이트 시작하고 복학 후에도 학점은 버릴지언정 수입은 챙겼죠. 뭐 연휴나 휴가때는 쉰 적이 있지만 이직 시에도(이직도 별로 안 했습니다) 금요일 날 전 직장에서 빠이빠이 하고 월요일 출근해서, 이제는 멀쩡한 가정을 이룬 제가 가장 궁금한 것은 일 안하고 집에 있으면 무슨 느낌이 들까 입니다. 마이 레이디 말로는 제가 아마 미쳐서 죽을 수도 있다더군요.


재테크도 옵션 투자 빼고는 거의 다 해봐서 취미라고는 돈 모으는 계획 세우기 뿐이고 친구도 별로 없습니다. 17년 결혼생활 동안 해외여행은 큰 딸 초등학교 졸업했을 때 엔화가 싸서 일본 3박 4일 갔다 온 게 답니다. 부부가 다 돈 쓰는 거 싫어하고 모으기만 좋아하다 보니 분명 대한민국 통계 상으로 서민은 아닌데 마인드는 서민 중의 서민입니다. 저는 (제 생각에) 부자 운동인 골프를 극혐하고 마이 레이디는 5만원 아낀다고 서울페이 구매창 열리기만 기다립니다. 저나 그녀나 결혼하고 택시 타 본 게 10번도 안 됩니다.


나는 이재명도 저와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보다 불우하기도 힘든 출신에서 악착같이 살아보겠다고 버둥거렸고, 생존이 걸린 투쟁으로 공부했으며, 재능과 근성을 똘똘 뭉쳐 율사의 길에 올라섰지요. 판/검사 임용 포기하고 변호사의 길을 걸은 것은 인권 변호사의 뜻도 있었지만 생계 문제도 없지 않았다고 봅니다. 예전 삼프로에 나왔을 때 (그것이 만약 다 진실이라면) 화려한 투자 경험을 재미나게 썰로 풀기도 했죠. 저도 비슷한 짓 해 봐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다만 저는 돈에 미친 인간이지만 다주택 투자만큼은 안 했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탓도 있지만 패가망신하는 꼴도 몇 번 봐서요. 따라서 주식투자 실패로 돈을 잃는 아픔이 얼마나 큰지, 투자 실패는 본인 책임이라는 말이 얼마나 비수 같은 극언인지 이재명은 알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민주당 정치인들, 특히 정말 존경하지만 흉내를 내기는 힘든, 여기서도 10선비 소리 들으며 모든 진영의 공적이 된 이탄희 전 의원 같은 분들의 신념은 우러르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그쪽은 범인(凡人) 보다는 성인(聖人)에 가까우니 저 같은 세속의 때에 찌든 사람으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어서 감정 이입도 잘되는 세속 정치인 이재명을 계속 뽑았고, 성남 시장 선거 때를 제외하고는 차악을 선택한다는 기분으로 투표하기도 했습니다. 중산층이 되어 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심정을 이재명은 알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엄연히 자본주의 국가고 우리나라가 세기를 건너 뛰어서 발전한 원동력 중 하나는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주의일 겁니다. 타인과의 비교와 질투는 인생을 피곤하게 하는 악영향인 동시에 경쟁을 통해 더 잘되겠다는 순작용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IMF를 거치면서 고용 안정성이 뚝 떨어진 시점에서 사촌의 '땅'은 명백히 자산일 것이고, 현금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 시점에 으뜸인 안전 자산은 수도권 아파트일 것이며 본인도 본인 명의 집이 분당에 있었기에 수도권 요지 아파트 사는 사람 입장을 이재명은 알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늘 기자회견, 그리고 방금 전에 SNS질 하는 이재명을 보며,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참아 왔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이왕 참는 거 왜 좀 더 못 참는지도 궁금해졌습니다. 돈에 미친 인간인 저는 돈 앞에서는 감정 따위는 버릴 수 있거든요. 이재명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제가 바보 멍청이였습니다.

댓글 21

  1. 방구석투자자 · · 공감 1
    우울한 내인생 주식도 망했고 대통령 욕이나 하는 평생 야당의 길이라 생각하심 될듯 합니다.
  2. 곰곰제제 · · 공감 2
    자본주의 ‘꽃’인 주식에 이정도로 신경 쓴 대통령 드물죠
    통 etf살때 저도 같이 들어갔죠.
    1년차 지수 3천까지 목표였는데..지금은..
    덕분에 부동산 잔금도 무사히 치뤘네요.
    삼하닉빼도 엄청납니다.
    이젠 배당주 적립식 갑니다.
  3. 은의나무 ·
    이재명이 어떤 사람인지는 그가 어릴때 부터 썼던 일기장으로 만든 자서전을 보면 됩니다.
    그의 아내 김혜경씨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도 남들 처럼 다이아 반지나 분위기 잡고 사랑 고백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자신이 어릴때 공장 다니면서 부터 써왔던 일기장을 보여 줬으니까요.
  4. 언젠가는 부자아빠 ·
    @은의나무님 자서전을 따로 읽을 정도로 열성 지지자는 아니라서요. 뭐 생각해보니 저도 나잇살 먹고도 여유 못 찾은 인생이니 별로 변한 게 없네요. 이재명도 변한 게 없나 봅니다.
  5. 버나드 · · 공감 2
    국힘도 있답니다. 거기엔 맘에 맞는 분이 많을테니 자유롭게 활동하시면 됩니다.
  6. 언젠가는 부자아빠 ·
    @버나드님 국힘은 부유층 정당이지 중산층 정당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7. 플리키 ·
    마음의 여유는 돈과 반대인가보군요
  8. 언젠가는 부자아빠 ·
    @사과는apple님 그런 것 같습니다.
  9. 브라잍쉐도우 · · 공감 2
    혹시 정기적으로 불우이웃 등에 기부도 하시나요?
  10. 언젠가는 부자아빠 ·
    @브라잍쉐도우님 안 합니다. 님은 하십니까?
  11. 브라잍쉐도우 · · 공감 2
    @언젠가는 부자아빠님 네 지난 17년 정도 동안 매달 30달러 인도 달리트 아이들에게 기부했고요, 비정기적으로 뉴스타파에 여러번 기부했어요

    수입원 보잘것 없던 대학원 시절부터 결혼하고 애 셋 있는 지금까지 그러해 왔습니다

    아 그리고 다니는 종교기관에 매주 기부하고요
  12. 언젠가는 부자아빠 ·
    @브라잍쉐도우님 빈말 아니라 존경합니다. 저도 이러다 미쳐서 나중에 자선 재단이나 하나 만들 수도 있겠죠. 아직은 모으는 데만 미쳐있습니다.
  13. ㅋㄹㄴ · · 공감 4
    제가 보는 이재명 대통령은
    좋은 말로 하면 실용적이고 강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목적을 위해 수단을 합리화할 수 있는 사람이죠(도덕적인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저의 경우에는 이통이 전자와 후자를 동시에 가졌기 때문에 이전의 대통령에 비해 더 기대를 합니다(현실의 대통령으로서)
    또한 이통이 후자의 행동을 한다고 해서 실망/배신감이 들지도 않습니다
    과거의 이통이나 현재의 이통이나 같은 사람/행동이고 또한 국민을 속인 것도 아니고 따라서 국민들은 속은 것도 아닙니다
    이전에는 서로 보고 싶은 것만 보았을 뿐이죠(서로의 이유/필요가 있어서)
    다만 걱정되는 것은 정책의 동력이 떨어져서 실패하면 과거 노통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점이죠(국민이나 이통 자신 모두에게 불행인)
  14. 궁시렁궁 · · 공감 5
    댓글 이미지
    아직도 이재명을 변호하시는 분들이 계시군요.

    대단들 하시네요.
  15. 장구속 · · 공감 3
    @궁시렁궁님 국힘처럼 판사가 판결팔아서 뭐하는것도 아니고 변호사가 왜요?
  16. 궁시렁궁 · · 공감 5
    @장구속님

    판사가 판결 파는거는 안되고 대통령이 권한 파는거는 괜찮다는 얘기군요.
  17. 플레이아데스 · · 공감 8
    한국주가지수는 30년전 300에서 현재 6800으로 올라 2166%올랐습니다. S&P500 30년간 올라간 것보다 휠씬 많이 올라간 것입니다.
    이재명정부 시작할 때 코스피 2700에서 6800으로 올랐으니 이익본 사람이 휠씬 많았을텐데 여기서 주식으로 이익 못본 사람은 미국주식했어도 손실이 났을 것입니다.
  18. 풀컴 · · 공감 10
    금융투자자로 인생을 살아온 경험으로 평가해보자면
    이재명의 정부의 금융투자 정책은 역대급 평가 받을 만한 훌륭한 업적입니다.
  19. 사자와같이 ·
  20. 지니어스명수 · · 공감 4
    글은 그럴싸하게 썼지만 결국은 이재명 대통령 폄하하는
    거네여!?

    나는 이렇게 살아왔어. 이재명 대통령도 비슷하고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근데 싫어! ㅎㅎ

    어쩌라고!? 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21. mtga ·
    이런 글은 일기장에 써도 나중에 읽어 보면 부끄러울텐데 그냥 공개 게시판에 쓰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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