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한국의 대표적인 빈말

오차원고양이 ·

조회 5,010 · 공감 6 · 댓글 32

"언제 밥 한번 먹자."

틱톡에서 이 빈말을 다룬 영상 하나를 봤습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아이돌이 이 말을 듣고 진짜 날짜를 기다렸다 합니다.
인사치레였음은 나중에 알았다 합니다.

"밥 먹었냐"는 인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화자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보게 된다 합니다.
 왜 남이 밥 먹을 걸 궁금해하지, 라는 반응이었습니다.


외국인에게는 문화 차이가 만든 웃긴 해프닝일 겁니다.
그런데 영상 말미, 젊은 한국 연예인들이 실제로 같은 말을 던지는 장면이 이어졌습니다.
 풍자로 넣은 장면인지, 젊은 세대도 여전히 쓰는 말인지 궁금해졌습니다.


찾아보니 관련 조사가 있었습니다.
젊은 세대가 꼽는 대표적 거짓말 중 하나로 이 말이 꾸준히 등장합니다.
결론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여전히 널리 쓰인다는 쪽입니다. 다만 물가 부담 탓인지,
요즘 세대는 실제 약속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오히려 줄고 있다네요.
고의적 빈말보다 경제적 이유로 양산되는 빈말, 이게 시대의 변화로 보입니다.

저는 이 말이 어릴 때부터 싫었습니다.
그래서 빈말로 쓴 적이 없습니다. 누가 "밥 한번 먹자" 하고 그 대상이 괜찮은 사람이거나 친구면 바로 날짜를 잡았습니다.
던진 말에 그대로 달라붙어 진행하는 성격이라 상대는 난감했을지 모르나, 대신 밥은 늘 제가 샀습니다.


사실 밥보다 커피를 좋아했습니다. 커피 한잔 하자는 말을 하거나 받으면 기억해 두었다
반드시 연락하고 제가 샀습니다. 지금은 친구도 없고 외부 미팅이 필요 없는 일을 하고 있어 아주 가끔 그럽니다.

밥 먹는 일은 실제로 중요하긴 한 것 같습니다.

미국 회사에서 일하며 한국 업체들을 관리할 때,  식사비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인 오너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업체와 밥을 먹느냐 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야 그 의미를 이해했고, 지원도 더 잘해주었습니다.


어느 한국 회사 재직시절은 고객사 관리와 식사가 KPI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술이 아니라 고급 레스토랑에서 정기적으로 식사하라는 지시였습니다.
흥미로운 회사였습니다. 그 회사 오너는 지금 강남과 명동 일대 빌딩 부자가 되었습니다.
밥을 진짜로 잘 먹는 것도 도움이 되는 모양입니다.


어찌 되었건 대한민국에서 밥은 중요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바랍니다. 빈말뿐인 "밥 한번 먹자"는 이제 없어지면 좋겠습니다.

댓글 32

  1. 디지 · · 공감 1
    웬만한 영업은 거래처와 밥은 먹어야 관계가 돈독해지죠...
  2. 오차원고양이 ·
    @디지님 식사같이 하는 것은 중요한 것 같기는 합니다. 저는 한국인인데도 저 사람이 진짜 먹자는 건지 인사인지 헤깔리는데 외국인들은 더 하겠어요.
  3. 애플미니 · · 공감 1
    밥 먹으면서 말 하는게 설득의 효과가 있죠
  4. 오차원고양이 ·
    @애플미니님 그건 생물학적으로 증명되었다고 들은 것 같아요.
  5. 중간보스 · · 공감 1
    저는 의미 없는 말이라는거 알면서도 일부러 밥 약속 만듭니다 ㅎㅎ
  6. 오차원고양이 ·
    @중간보스님 일단 빈말은 아니시네요 :)
  7. 야너두 · · 공감 1
    식구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죠.
  8. 오차원고양이 ·
    @야너두님 맞네요 빕먹을때 느끼는 친근함이 관계 척도는 하죠.
  9. 하루세끼 · · 공감 1
    밥 한번 먹자는 화용론적으로 작별인사의 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진짜 밥 한번 먹자는 걸 의미한다면 날짜를 잡겠죠. 영어에도 Let’s get lunch sometime. 같은 표현이 있는데. 이때 when? 이라고 되물으면 쟤 뭐지? 라고 생각할 겁니다.
  10. 백반이 · · 공감 1
    전 사업 시작하고 거래처 사람들이 식사하셨어요 물어볼 때 처음에 밥 사주려는 건가 싶었네요 ㅋ
  11. 우리최고 · · 공감 2
    언제 밥 한번 먹자
    = 우리가 거의 만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서로 인연의 끈을 끊지는 말자. 안면은 튼 관계 아니냐?

    저는... 이 정도로 번역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12. 오차원고양이 ·
    @우리최고님 의미를 그렇게 풀어주시니 나중에 외국인들에게 설명할 기회생기면 그렇게 설명해주면 딱 이겠네요.
  13. 닥흐나이트 · · 공감 3
    영어에서도 how are you 기분이 어때? 라고 해석하기 보다는
    그냥 인사지 기분 궁금해서 묻는건 아닌거와 같은 맥락아닐까요 ㅎ
  14. 축꾸공 ·
    @닥흐나이트님
    맞아요. 인사가 다 그렇죠.
    가난해서 밥 굶던 시절에는 만났을 때 인사가 식사했는지 물어보는 것이었던 시절도 있었죠..
  15. 오차원고양이 ·
    @닥흐나이트님 저는 지금도 그렇게 물으면 다른것도 한번 물어보려고해요. 아픈건 어때, 지난주 어땠어등요.
    알고 들어도 마이웨이 타입이라서요.
  16. 핑소년 · · 공감 1
    저는 진짜 먹는데... 그리고 저런 말 해놓고 연락안하면 좀 서운해 합니다.
  17. 오차원고양이 ·
    @핑소년님 저와 비슷하시네요. 그래서 전 그냥 제가 사겠다고 합니다.
  18. 핑소년 · · 공감 1
    @오차원고양이님 ㅋㅋㅋ 네 저는 밥사는거 좋아하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한테만 이야기하는데, 개인별로 온도차가 있나봐요.
  19. 오차원고양이 ·
    @핑소년님 저도 만날만한 사람에게만 그랬어요 지금은 그럴일은 없는 경우가 일상이라서요.
  20. 라덴 · · 공감 1
    일본 생활하는 한국 사람들이 빈말인지 긴가민가해서 상처받는 사람들이 좀 있던데
    서양인들 입장에서는 한국이 그런 느낌일수도 있겠군요.
    아무래도 동아시아 쪽이 고맥락 사회이다 보니....
  21. 오차원고양이 ·
    @라덴님 영상은 일본출신 여자 아이돌이었어요. 츠키인가 일부러 영어 일본식을해서 웃겼던 그분, 다른분은 모르겠구요.
    아주 정확히 아시네요 :)
  22. 폴라티 · · 공감 1
    우리나라만큼 식탐이 강한 민족도 별로 없다고 봐요. '먹는다'는 단어가 엄청나게 많은 뜻을 담고 있죠. 그러니 식사는 중요한 것이고, 인간관계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봐요. 저는 저런 인사말 할 일도, 들을 일도 거의 없지만요...
  23. 오차원고양이 ·
    @폴라티님 K컬쳐.유명해지기 전 마국지인에게 왜 너희 나라 드라마는 먹는 장면이 그렇게 많이나와 질문 받은적 있어요.
    그때.잘 모르갰다고 대답했는 설명해주신 이유를 조금 더하서 설명하면 좋겠네요.
  24. blumi · · 공감 2
    그냥 인사로 생각하면 되죠. 어느나라나 똑같은 말들 있습니다.
    중국인도 "밥먹었어?"라고 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도 뜯어보면 무탈하고 평안하냐는건데 얼굴봤으면 그런줄 모를까요 그냥 인사어죠.
    진심인가 싶으면 한번 찔러보고 상대반응이 뜨듯미지근하면 인사구나 생각하면 될듯요.
    미국인들도 엄청 친한 용어로 인사하고 말나누지만 다음에보면 생까는 사례 흔하다더군요.

    위에 일본인 사례 나왔는데, 일본이야말로 겉속다르거나 돌려말하는 언어로 유명할텐데요...
    쓰는 용어가 다르니 착각할수는 있을듯요.
  25. 닥흐나이트 ·
    @blumi님
    이거 생각나네요

  26. 오차원고양이 ·
    @blumi님 중국도 문장은 워낙 유명한데, 그것을 중국도 인사로 쓰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먹는게 중요했던 시대로 부터 내려온 것 전통같은 거네요.
  27. OLIVER · · 공감 1
    제가 들을 때는 그냥 인사치레겠거니 하고 넘기구요,
    제가 할때는 진짜 밥 먹자는 의미로 합니다. '빈말 아니고 날짜 한번 잡자, 언제가 편해?' 라던가, "이따 통화/톡 하자"처럼 구체적으로 약속 잡자고 꼭 덧붙이고, 밥 먹을 일 없을거 같으면 아예 밥 얘기도 안꺼냅니다ㅎㅎ
  28. 오차원고양이 ·
    @OLIVER님 밥먹을만한 사람이 그말 꺼내면요. 제가 밥먹자 먼저 꺼내는 건 와이프한테만이라서요. 아닌 경우는 그냥 안녕히 계세요 정도로 끝어버리기는 합니다.
  29. 차카게살자구 · · 공감 1
    그러게요. 저도 몇번이나..
  30. 오차원고양이 ·
    @차카게살자구님 언제 한번 보자는 말 대신 밥먹자는 말 대신 저는 좋은 하루되세요. 이렇게만 하기는 하는데 상황에 따라 눈치껏 해야되는 것 같기는 합니다.
  31. popopofun · · 공감 1
    사회생활 오래하니, 진짜 먹자고하는 사람, 빈말인 사람 조금은 구분이 가더군요, 전 혼밥러버라 밥먹자고 하면 좀 부담스럽긴 합니다...
  32. 오차원고양이 ·
    @popopofun님 눈치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이향인이지만 사람 만날때는 먼저 말걸고 사교성 있는 것 같은 착시를 주기는 하는데, 밥은 여자한테 먹자하면 데이트 신청같을 수도 있고, 커피는 2004년에 남자 직장후배와 거래처나갔다 시간비어서 스벅가서 먹자고 하다 다음날 부터 회사에서 게이로 오인받았습니다. 함부로 먹는것도 위험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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