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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과 통합교육 그리고 문제행동

단상 · · 수정

조회 2,038 · 공감 12 · 댓글 5

안녕하세요. 저는 특수교육 연구 분야에 15년 정도 몸담고 있는 클리앙 회원입니다.

클리앙에 글을 거의 써보지 않았고 첫글부터가 매우 망글이 되어서 조심스럽지만 이번 특수교육 관련한 사안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글을 남겨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 부디 이번 사안에 대한 좀더 포괄적이고 본질적인 이해를 하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특수교육이라고 하면 여러 유형의 장애학생을 떠올리실 수 있을텐데 우리나라에서는 12개의 유형으로 특수교육대상자를 선정하고 있고 크게 나누어 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학습장애, 정서행동장애, 의사소통장애

- 시각장애, 청각장애, 지체장애, 건강장애

- 발달지체(장애영유아를 위한 개념입니다.)

- 두 가지 이상의 장애를 가진 학생


이렇게 펼쳐서 설명드린 이유는 물론 모든 장애영역마다 크고작은 어려움들이 있지만 유독 방치되거나 제대로 지원이 되고 있지 않은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두 가지만을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더 최근에 일어난 사건인 자폐성장애와 관련된 것입니다. 제가 가장 안타까운 점은 게시글과 댓글들에서 볼 수 있듯이 문제의 핵심을 학부모와 특수교사 누군가의 잘못인지 그리고 그렇게 자폐성장애학생과 함께 지내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면 결국 일반학교에서 분리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결국 발달장애학생의 문제행동과 통합교육의 가능 여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발달장애는 단순화 시키면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발달장애학생은 올해 기준 약 11만명의 전체 특수교육대상자 중 약 70% 정도인데, 이 학생들 가운데 일부의 학생들에게서 일반적인 관계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공격, 자해, 수업방애 등의 문제행동이 일어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행동은 학교에서 교사들과 또래 학생들에게 실제로 심각한 피해를 줄 수도 있고 발달장애학생에 대한 강한 부정적 인식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많은 교사 학부모 학생 더 나아가 사회전체에 발달장애학생은 그들만의 공간에서 지내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되고 있는 점은 약한 정도건 강한 정도건 그런 문제행동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학생에게 과연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고민하고 실행했느냐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행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교실에 앉혀놓고 "문제행동 일으키면 안돼"라고 말해준다고 문제행동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닌데도 우리의 교육현장은 너무나 흔하게 학생들을 그저 앉혀놓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곤 문제행동이 일어났으니 우리로선 감당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절대로 이런 상황이 모두 교사의 잘못으로 인해 생겨난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여전히 우리의 학교 교실에는 교사가 어떤 섬세한 대안을 계획하고 실행하기에 너무 많은 학생이 있고, 종종 언급되듯이 학생을 가르치는 것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업무가 부여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수교육학생이 있으면 반드시 배치되는 특수교사도 초중등의 경우 특수교사 1명당 6~7명의 학생을 맡기 때문에 맡고있는 모든 특수교육학생을 전담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을 생각해봤을 때 일차적으로는 문제행동 가능성이 있는 발달장애학생을 맡게 되는 학급은 그에 맞는 학생 수 배치와 업무 분배가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고, 특수교사 1명이 맡는 학생 수도 경감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마치 문제행동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가 문제행동이 일어나면 사후적으로 대처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문제행동을 왜 일으키는지, 문제행동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어떤 상황과 조건이 문제행동을 더 많이 일어나도록 하는지를 분석해서 문제행동이 일어나는 빈도와 강도를 감소시키는 사전적, 예방적 접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하고, 그럼에도 공격행동과 같은 심각한 문제행동이 얼어났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규정하는 위기관리 매뉴얼도 개발되어 있어야만 합니다. 이런 준비를 다 해놓는다고 해서 모든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이 문제행동을 전혀 안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말씀드린 것처럼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은 일부이고 그중에서 심각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학생은 더 소수입니다.

이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우리나라가 정말로 급격한 경제성장만을 한 나라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실 위에서 말씀드린 정도의 학교 시스템은 우리나라 정도의 경제역량을 가진 나라라면 이미 어느정도를 지나 꽤나 완성된 단계여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제역량과 사회적 인식의 괴리가 여전히 매우 커서 우리의 자원을 교육시스템의 어디에 어떻게 써야할지 아직 제대로 고민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를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두번째는 간단히 언급만 하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있었던 초6학생의 교사 폭행 사건이 있었는데 그 학생은 정서행동장애 특수교육대상자였습니다. 아마도 저 위에 언급한 12가지 특수교육대상자 유형 가운데 가장 방치되고 있다시피 한 분야가 정서행동장애가 아닐까 싶은데, 이 문제는 학교만의 문제라기 보다는 아직 우리가 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특히나 학령기 나잇대의 정서적 어려움에 대해 진지하게 마주해보지 못한 점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실 정서행동장애 분야가 어려운 이유는 '정서' 자체가 규정하기도 파악하기도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먹고살만해지니 그런다"는 말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보이고, 다음으로 정서적 어려움의 유형에 따라 어떤 실질적인 지원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서 학급-학교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할 단계입니다. 실제로 특수교육 분야에서도 특수교육법의 정서행동장애 부분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을 한지 꽤나 오래 되었는데 최근 개정이 있었음에도 개정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입장을 주장할 당사자의 목소리가 뚜렷한 영역에서 개정이 확실하게 되는데 우리 사회에서 정서적 어려움으로 특수교육을 받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여전히 큰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추측해 봅니다. 그러다보니 법적으로도 기준이 제대로 만들어져있지 않고, 교육청과 학교에서도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조심스럽고 그렇게 또 적극적으로 대처해보는 경험이 교육행정과 학교현장에 없다보니 사실상 학생들이 방치되고 있고 학교에서는 그런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기게 되는 일종에 무정부 상태의 영역이 정서행동장애가 아닌가 싶습니다.


반쯤은 하소연에 반쯤은 호소하는 마음으로 적었는데 쓰다보니 너무 늦은 시간에 너무 긴 글이 되어 버린 것 같네요.

혹시라도 읽어주시고 이 문제가 단순히 누구의 잘못이나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데 공감해 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댓글 5

  1. Bcoder · · 공감 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실무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식으론 절대 시스템이 개선될 수 없죠.
    그런데 우리 사회는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2. 법행 · · 공감 1
    선생님의 고민과 안타까움이 느껴집니다. 좋은 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3. 라맨땅 · · 공감 1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그냥 무책임하게 지금 이런 저런 상황이니 현실적인 한도내에서 너희가 감내해라...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는 사회적인 책임으로 선진국형 제도가 뒷바침되고 지원이 있어야함에도 대한민국은 너무나도 뒤떨어진 후진국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게 문제일거 같습니다..

    이제 충분히 이런 부분을 바꿀 정도의 경제력 사회적인 인식도 있을텐데.. 아직도 이렇다니..
  4. mesenchyme · · 공감 1
    긴글 감사합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임기 후 첫 특수교사 임용 티오를 반토막도 더 냈죠 60퍼 감원

    ..할 말이 엾네요
  5. 롸이언퐈더 ·
    고민가득하며 쓰신글 감사합니다!!!. 마지막 문장 누구의 잘못이나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말에 적극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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