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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동안 저희 택배를 책임져준 택배 총각이 결국 일을 그만뒀습니다.

맨땅헤딩 · · 수정

조회 3,329 · 공감 14 · 댓글 4

지난 주, 택배 총각이 결국 일을 그만뒀습니다.

일 년에 한두 번씩 허리가 아파 쉬곤 했는데
이번에는 두 달 가까이 병원에 있었습니다.

결국 택배회사는 그만뒀다고 하네요.

아픈 홀어머니 모시고 사는 친구라
마냥 쉬고 있을 수도 없고,

몸 좀 회복하면 트럭 운전을 해볼까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밥이나 먹자고 해서
둘이 국수 한 그릇 먹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6년 동안 술 한잔 같이한 기억은 있어도
대낮에 마주 앉아 밥을 먹은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늘 택배 물량 소화하느라 바쁜 친구라
박스 싣고 나면 금방 또 다음 집으로 가야 했거든요.

“형, 오늘 몇 개예요?”
“수고하세요.”
“내일 봬요.”

거의 매일 얼굴을 보면서도
나눈 이야기는 대개 그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6년을 봤는데
막상 그만둔다고 하니 제가 해줄 수 있는 건
국수 한 그릇 사주는 것밖에 없더군요.


사람 사는 게 참 그렇네요.

매일 볼 때는 내일도 볼 것 같고
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데요.

국수 먹고 헤어져 작업장에 돌아오니
다음 주 부터는 다른 기사님이 감자탕 박스를 가지러 옵니다.

그게 뭐라고...

마음이 좀 착잡합니다.

댓글 4

  1. 우딘 · · 공감 5
    6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어찌보면 그저 남처럼ㄹ 사무적인 관계로만 대할수도 있는 관계인거 같은데 ... 그래도 마지막으로 밥한끼도 하시고 ... 그 택배하시는 분도 나름 맘의 위안이 되셨을거 같네요.
  2. 맨땅헤딩 · · 공감 1
    @우딘님 강릉으로 이사와서 첫 술친구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어머님께 일거리좀 드린다고 저희 제품에 함께 나갈 김치도 부탁드리고 했는데 건강이 너무 않좋으셔서 그만두는 일도 있었구요.

    사무적인 관계로 끝날 수 도 있었지만 어찌 하다보니 그냥 사촌 동생같은 관계가 되었어서 더 마음이 쓰이네요. 말씀대로 녀석에게 위안이 조금이라도 되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
  3. 벼랑위의포모 · · 공감 3
    저는 이런류의 일상글을 접할때
    흐믓해하면서 꼼꼼히 읽습니다
    클리앙에는 필력 좋으신 분들이 많아요.
    비문도 거의 없고 심플하게 글을 잘 쓰시네요 ^^
  4. 닫힌 · · 공감 3
    올해는 날도 더웠어서 매일 배달해주시는 분들 정말 고생하셨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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