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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다리 한쪽을 못 쓴다는 것.

곡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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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아내 발목이 골절된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갑니다.

회사 사무실 입구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마지막 계단에서 발을 삐끗했는데,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오른발 바깥쪽 복숭아뼈 바로 위 비골이라는 뼈가 골절된 것으로 나옵니다.


IMG_7097.jpeg


흔한(?) 뼈 사진이니 혐짤은 아니겠지요.

의사가 사진을 보더니 간호사를 시켜 동네 종합병원 여기저기에 전화를 돌려보고, 

수술 스케줄이 비는곳으로 진료 예약을 잡고 소개장을 써줍니다. 이런 경우는 그냥 수술이 답이랍니다.


반 깁스를 하고 집에 와서 저녁이 되어가니 아내가 제대로 아프기 시작하네요. 부러졌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진통제 강한 걸로 먹고, 2층 침실은 올라갈 수 없으니 이불을 챙겨서 나을 때까지 지낼 자리를 거실 한쪽에  마련합니다.


다음 날 종합병원에 가니 각종 수술 전 필요한 검사들을 풀코스로 다 받고, 

결과를 보러 진찰실에 들어갔더니 담당의가 다행히 이 정도면 수술은 안 해도 되겠다고 합니다.

하룻밤 사이에 어찌 된 일인지, 엑스레이상에서 많이 벌어져 보이던 골절 부위가 꽤 제자리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측면 사진에서도 전날에는 좀 어긋나 있었는데, 그것도 1mm 이내로 줄어들어 있더군요.

수술할까 봐 아내는 엄청 떨고 있었거든요.

처음 병원에서 담당 간호사가 자기도 작년에 발목이 부러졌다며 수술 후 흉터를 보여줬는데..

안 해도 된다니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평생 가지고 갈거니까요.


아무튼 또 며칠 후 붓기가 좀 빠지고 정식으로 무릎 아래서부터 깁스를 합니다.

저 초딩 때 팔목 부러졌을 땐 석고로 하드만, 지금은 무슨 섬유 소재 같은 걸로다가 깁스를 하더군요.

열흘 가까이 카로날이랑 로키소닌 진통제를 번갈아가며 먹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안 먹게 되더라구요.

2주 후 검진에서 엑스레이를 보니 다행히 골절 부위 조금 어긋난 곳도 모두 제자리로 돌아와 잘 붙어가고 있었습니다.


목발로만 생활하다가 도저히 움직임에 제약이 커서 안 되겠길래 휠체어도 바로 하나 샀습니다.

아내가 평소 활동량이 많은 타입이 아니다 보니까 근육양이 부족해서 그런지 발 한쪽을 못 쓰게 되니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네요.

기본적으로 앉고 일어서는 것부터 해서 목발로 움직일 때 손목에 가해지는 체중의 부담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너무 버거워합니다. 계단처럼 단차가 있는 곳이나 휠체어가 없는 바깥 활동은 아예 못 하게 되어버렸죠.


문제는 아내도 아내의 역할이 있었고 저도 저 나름대로 역할이 있었으나,

아내의 움직임이 제한되면서 모든 집안일이 저의 몫으로 돌아오게 됐다는 겁니다.

거기에 더해 아내 수발도 들어야죠.

욕실에 갈 때는 깁스에 물이 안 들어가게 비닐로 감싸줘야 하고, 

2층 방에 있는 각종 옷가지며 필요한 물건들도 챙겨서 줘야 하고, 

물마시고 싶을땐 물도 따라서 가져다 줘야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 준비도 간단하게 해야 하고, 

점심때는 집에 못 오니 먹을 것들을 미리 챙겨서 준비해 놓고 나가야 합니다.


일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음식은 다행히 딸이 해줍니다.

하지만 매일 음식 하던 아내가 아니다 보니 어질러 놓은 식기며 재료들이..

뭐, 요리해 주는 것만으로 고마워해야죠.

한국처럼 대충 반찬통 열어서 함께 먹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 각자의 그릇이 다 따로 나옵니다. 

반찬 3가지에 밥, 국 하면 3명이서 벌써 그릇만 15개가 나오죠.

설거지 담당도 저라서 요즘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손에 기름기가 다 날아가니 손이 막 갈라지려고 합니다.

식기세척기를 조만간 반드시 살 예정입니다. 가전 3신기 중 하나라죠? 설거지에 시간이 너무 듭니다.


그 와중에 딸은 독감에 걸립니다. 직장도 며칠 쉬면서 방에 반 감금 상태로 지냅니다.

이제 두 사람분 수발을 들어야 합니다.

아내나 제가 혹시라도 독감이 옮으면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 그려졌거든요.

어쨌거나 딸은 무사히 나았고, 아내나 저도 옮지 않았습니다.


몸이 한 개 더 있으면 매우 편할 것 같습니다.

몸은 피곤한데 해야 할 일은 많아졌고, 쉬지는 못하겠고, 그래도 다 클리어는 해야겠고,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거지 싶죠.

영영 이러진 않을 거니 좀 더 버텨봅니다.


이번에 직접 겪어보니 그동안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것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계단 하나, 주차장과 건물 입구 사이의 거리, 휠체어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 같은 것들이 평소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리 한쪽을 못 쓰게 되면 그 하나하나가 상당한 제약이 되더라구요.


아무튼 내일은 병원에 가서 드디어 깁스를 풉니다.

한 달 가까이 다리 한쪽을 안 쓰다 보니 아마 당분간은 재활훈련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걷기도 어렵지 싶습니다.

하필 오른발이라 운전도 힘들 것 같아서 올해까지는 행동에 제약이 좀 있지 않겠나 생각 중입니다.


장기간 행동에 제약이 생기고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아내의 표정도 살짝 어두워지네요.

평소 당연하게 하던 일들을 혼자 하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게 생각보다 답답한 모양입니다.

주말에는 아내 기분 전환도 시켜줄 겸 가까운 데 드라이브라도 하고 와야겠습니다.


암튼 이번에 느낀 게, 살아가면서 다리 쪽은 절대로 다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아내 목발을 가지고 같은 상황을 상정하고 직접 움직여 봤는데, 

저야 한 몸 움직이는 데 충분한 양의 근육을 가지고 있어서 불편하긴 해도 아내처럼 이렇게 힘든 느낌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연령에 따라서는 다리 한쪽을 못 쓰는 것만으로도 거의 거동 불능까지 갈 수 있겠다는 걸 이번에 확실히 느꼈습니다.

다치지 말자고 해서 안 다치는 건 아니긴 하지만, 항상 발을 디딜 때나 그 주변은 잘 확인해야겠습니다.

조만간 발밑이 미끄러운 겨울도 다가오니까요.


어쨌거나, 건강이 제일입니다.


댓글 1

  1. 권태호 ·
    고생이 많으시군요. 나이들수록 하체를 단련해야한다고 해서 코로나 전부터 몇년간 계속 아침 밥먹기 전에 스쿼트를 10개 정도 해주고 있습니다. (헬스는 다니다 말다 하고 있는데 스쿼트만큼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 하루에 하는 분량으로는 대단한 운동은 아닌데 계속 해주니 안하는 것보다는 웬지 도움이 되는 것 같더군요. 모쪼록 다들 빠른 시일 내에 원래 생활리듬을 찾으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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