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앙에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제목과 달리 모처럼 AI 없이 긴 글을 썼는데.. 크롬이 새로고침되면서 전부 날아갔네요.
정말 길게 거의 다 쓴 상태에서 날아가서 정신이 아득해졌지만 멘탈을 붙들고 겨우 다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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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제게는 숙제가 하나 주어집니다.
아버지께서 농사지은 단호박을 팔아야 하는 숙제입니다.
은퇴하시고 농사를 지으셔서 매년 봄이면 단호박을 심으시는데, 그 규모가 대략 1500주 가량 되다보니
농협에 대량으로 넘기기에는 부족하고 주변 사람과 나눠먹고 당근하기엔 좀 많은 양입니다.
한 1.5톤? 정도 판매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매년 스마트스토어와 클리앙 직접홍보게시판을 활용합니다.
다만.. 스마트스토어에 올려서 판매하려면 상품 상세 페이지가 필요한데, 이거 만드는게 참 쉽지는 않습니다.
작년까지는 그냥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제공하는 글쓰기 툴 안에서 블로그 글 쓰듯이 설명을 적었었어요.

작년까지 썼던 상세페이지. 구구절절 텍스트를 블로그 쓰듯 썼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AI시대를 맞이하여
AI로 상세페이지를 좀 깔끔하게 만들어보기로 합니다.
AI한테 말 한마디만 하면 AI가 뚝딱 이미지를 만들어 주는 시대잖아요?
대충... "아버지가 농사지은 단호박을 팔건데 쇼핑몰 상세페이지를 만들어줘.. 이러이러한 단호박이야" 라고 했더니
아래와 같은 이미지가 나옵니다.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AI 이미지, 하면 이런 느낌이잖아요? 딱 그런 이미지가 나왔습니다.
물론 몇 달 전이랑만 비교해도.. 장족의 발전을 이루긴 했어요.
저도 지금 테스트삼아 해본건데 생각보단 꽤 그럴싸하게 나와서 놀라긴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미지는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AI 티가 너무 많이 나기도 하고
사진 속에 있는 저 아저씨는 당연히 저희 아버지도 아니고요, 저 단호박은 저희 단호박도 아닙니다.
보우짱 단호박은 비싼 고급 품종인데 AI가 그게 뭔지 알 리도 없으니까요.
상품상세페이지가 유의미하려면,
적어도 팔려고 하는 상품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사진이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의도와 다르게 결과물을 출력하는 AI 이미지 생성에 의존하며
뽑기 돌리듯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략을 다르게 가져갔습니다.
'상품을 소개하는 이미지가 아니라, 내가 제공한 소스 사진들로 웹 페이지를 만들고 그걸 캡쳐해 이미지화해달라 하자'
아이디어와 창작을 AI에게 시키는게 아니고, 귀찮은 노가다 작업만 시키는거죠.
어차피 상품의 사진은 충분히 있었고, 굳이 상품 일러스트를 이용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일반 챗봇 AI보다, 코딩 에이전트 AI (클로드 코드, Codex 등)을 이용하면
훨씬 더 오랜 시간 제가 지시한 작업을 제 컴퓨터에서, 오랜 시간과 노력을 쏟아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저는 코덱스(ChatGPT의 코딩 에이전트)를 열어서 아래와 같이 시켰습니다.
"아버지가 농사일지를 써 놓으신 블로그 주소는 xxx 야. 내 컴퓨터 바탕화면의 사진들과, 이 블로그의 사진들을 데이터 소스로 삼아서, 그 블로그에서 필요한 부분을 알아서 인용해 온 다음, 그 자료를 기반으로 한 소개 페이지를 만들어라. 인터넷 쇼핑몰 용인데, 최종적으로는 그 페이지를 캡쳐해서 이미지로 만들 거다. 어떻게 할 건지 계획을 세워서 나한테 보고해."
아마 클리앙에서 AI에이전트를 많이 쓰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렇게 보고하라고 하면 먼저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이행하기 때문에 결과물도 대부분의 경우 더 낫고, 일을 크게 그르치기 전에 바로잡아줄 수 있어서 이렇게 많이 사용합니다.
대략 6분 정도를 작업한 AI는 아래와 같이 답했습니다.

요즘 AI 에이전트들 참 똑똑합니다.
이런 식으로 셀링 포인트와 어떤 식으로 어떻게 페이지 구성을 가져가면 좋을지 계획을 해줘요.
그리고 아래와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이제 제법 뭔가 상세페이지 스러워지긴 했습니다. 자기가 알아서 이 사진들을 배치한 웹 페이지를 짰고, 그걸 캡쳐하여
이미지를 창작해낸 게 아니라 주어진 사진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려고 한 것이 느껴지긴 합니다.
하지만 ChatGPT 특유의 말투가 묻어나고, AI 특유의 불필요한 설명을 자꾸 구구절절 하는 것이 영 별로입니다.
위에도 보시면 '기존 상세페이지에서 가장 잘 설명되던 재배 방식입니다' 라는 불필요한 문장이 나오는데
"기존 상세페이지의 내용도 반영해라"고 시켰더니 AI는 저기에 저런 문구를 넣은 거에요. ;;
그리고 '공중재배 밭 전경' 이라기엔 사진이 너무 후줄근하고 영 볼품없기도 하고요. 센스가 없습니다 애가.
그래서 결국 클로드를 엽니다. 문장 서술이나 이렇게 서술하는 부분 알아서 잘 해결하는건 클로드가 잘합니다.

작년에 텍스트로 클리앙 직홍게에 썼던 홍보글도 찾아서 내용에 반영하라고 시키고,
블로그글에서도 더 찾아보라고 시킵니다.
클로드는 일하면서 아래와 같이 중간 보고를 합니다.

사람이 하면 일일히 후기를 찾아서 캡쳐했어야 하는데 AI 에이전트들 참 무섭습니다.
그리고 완성했다고 아래와 같이 보고합니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의 셀링 포인트들인가 봅니다.

만들어진걸 보니깐 얼추 괜찮습니다. AI로 생성한 이미지스럽지 않은 상세페이지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제 세부적인 내용을 다듬습니다. 영역별로 캡쳐해서 이미지화 시켜달라고도 하고요.
아래는 제가 내렸던 명령 몇 가지인데,
잠시 스크롤 압박이 있을 예정입니다.





이렇게 몇 번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디테일을 수정합니다.
이 단어는 이렇게 고치고, 이 부분은 뉘앙스가 이상하니 고치고. 수정사항 모아서 전달하고.
아래와 같이 한번에 모아서 수정도 해줍니다.

이 방식의 AI 활용이 좋은 점은,
이미지를 통째로 생성했을 때 텍스트가 잘못 삽입되거나 문제가 되는 경우
매번 이미지를 다시 뽑아내야 하지만, 얜 어쩄든 웹페이지이기 때문에 그 웹페이지 내용만 살짝 바꾸는게 몇 초면 됩니다.
AI 이미지와 다르게 직접 수정하는 것도 자유롭고요.
"이 멘트는 오글거려. 이 부분은 과해." 지시하면
AI는 HTML 페이지에서 순식간에 필요한 부분을 고쳐 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완성된 상세페이지는, 아래와 같은 식이었습니다 :

AI는 섹션별로 이미지를 분할하여 만들어주었고, 저는 이걸 그대로 업로드했습니다.
첫 장만 살짝 보여드리자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

첫 번째 헤더 이미지도 꽤 그럴싸합니다.
그냥 저희 부모님이 찍은 사진에, 앞에 그라데이션을 넣고 그 앞에 텍스트를 넣었을 뿐입니다.
아버지 블로그에서 AI가 찾은 소스도 이렇게 강조됩니다.
(물론 제가 중간에 소개문구를 어떤 방향으로 수정하라고 몇 차례 지시하긴 했습니다.)
블로그에서 관련 문장을 찾아서, 직접 이렇게 인용하는 모습도 보여줍니다.

상품 상세페이지를 여기에 다 올릴 수는 없기도 하고,
단순히 AI로 이렇게 이미지를 생성할 수도 있다는 것을 사용해보았고 활용 가능하다고 알려드기 위함이라
더 이상의 상품 상세페이지 내용은 첨부하지 않겠습니다. (직홍게 가시면 해당 상품 소개를 확인하실 수는 있습니다.)
이제 수정사항이 생겨도 간편합니다.
"07_quotes(아까 만들어놓은 여러 개의 분할 상세페이지 중 1개) 내용의 텍스트를 이러이러하게 고쳐줘" 라고만 이야기하면,
알아서 웹페이지의 그 부분을 고치고, 알아서 다시 캡쳐하고, 다시 07_quotes 파일로 만듭니다.
"이 단호박의 ~한 점을 강조하고 싶은데.. 아버지 농사 일지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서 더 인용해봐"
"이 부분은 오글거려. ~한 표현으로 대체해"
"이 부분 가독성이 안좋고 와닿지가 않아. ~ 으로 바꿔."
이런 식으로 수정은 했지만
결국 상세페이지 내부의 설명을 직접 타이핑한 건 한줄도 없는 셈입니다.
부모님이랑 단호박 관련해서 통화하는데
부모님은 제가 아빠 블로그를 하나하나 다 읽고 인용한 줄 알고 미안해 하시더라구요.
예전 같으면 이정도 상세페이지를 만드는데 하루를 꼬박 썼을 텐데
이제는 한두 시간이면 되는구나, 내 일자리는 어쩌지, 화이트칼라는 LLM에 끝났구나, 등
다양한 생각을 하며 상세페이지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화이트칼라는 AI에 대체되고, 아직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가 농사를 잘 짓는지는 모르겠으니
농사 일을 배워봐야 하는 생각을 잠깐 하며, 전 이만 아버지께서 농사지은 단호박을 세척하러 가보겠습니다.

*그래도 이 글은 AI를 한 방울도 섞지 않고 직접 썼습니다. 오랜만에 긴 글을 적었네요.
humanize라는 스킬 한번 찾아보세요
ai쓴 글을 티안나게 수정하다가
현타와서 요즘은 직접합니다.
결국 ai는 내가 아니거든요.
내 경쟁력도 ai가 아니구요...
원문, 데이터 가공여부, 인용내용과 가공내용 구분하는것도 쉽지 않고
나중에 질문 받을때 대답도 못하고...
그렇다고 ai가 그랬습니다. 라고 할수도 없으니
요즘은 오히려 ai의존도를 더 낮추었네요...
쓰면쓸수록 "기술부채"가 커지는 느낌입니다.
AI가 이미지를 만들어준다고? 그러면 딸깍 해서 상세페이지를 만들어볼까? 하면 문제가 많이 생기는데.
내가 소스를 이렇게 줄게. 우리 아빠 블로그를 인용해서 페이지를 이렇게 만들어. 웹 페이지로 만들어. 하면 내용 수정도 용이하고, 제가 전달한 자료들을 재구성하는 노가다만 AI가 하는거니까요. 창작의 과정을 아예 AI에 넘기기보다는, 노가다하는 과정만 대신하게끔 편리한 도구로써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 하는 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