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부터 AI(Kimi, 제미나이 등)를 스승 삼아 나홀로 코팅제 개발에 뛰어든 흔한 일반인입니다.
처음엔 그저 신기했습니다. "어디어디에 쓸 코팅제 레시피 알려줘" 한 마디면, 전공자나 알 법한 화학 성분들이
CAS 번호와 함께 촤르륵 쏟아지니까요. 당시 '문샷 AI(Kimi)'가 전 세계 1등이라는 소식에 별 의심 없이 믿고
따랐던 게 제 '고난의 행군' 시작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AI가 보여준 '황금 레시피'는 달콤한 함정이었습니다.**
문제의 그 "완벽해 보였던" 레시피
AI가 몇 번을 물어도 똑같이 자신 있게 내놓은 레시피는 이랬습니다.
| 성분명 | 역할 (추정) | 배합량 |
| :--- | :--- | :--- |
| **F13-TES (C6-퍼플루오로실란)** | 강력한 발수/방오 | 2g |
| **GPTMS** | 부착력 증진 | 3g |
| **PDMS 5 cSt** | 슬릭감(미끄러움) | 3g |
| **나노 실리카 (20 nm)** | 경도 및 내구성 | 5g |
| **γ-APS (APTES)** | 경화 촉진/결합 | 1g |
| **MTMS** | 가교제(그물구조) | 2g |
| **IPA (무수)** | 용매 (전체 베이스) | 82g |
| **아세틸아세톤** | 반응 안정제 | 0.2g |
> **AI의 한마디:** "이대로 섞고 초음파로 10분만 돌리면 완벽한 코팅제가 됩니다!"
완성품 100g에 원재료가 저정도 밖에 안들어가는데 성능이 나오면 시중의 몇만원씩 하는 제품들은????
미지를 향한 행복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행복회로가 돌린 '알리바바' 쇼핑
화학 지식이 전무했던 저는 이 전문 용어들에 압도당했습니다. '와, 진짜 되나 보다!' 싶었죠. 곧바로 알리바바 영문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최소 구매 수량(MOQ)**이었습니다. 레시피에는 고작 몇 그램(g) 들어가는데, 파는 건 기본이 **1kg 단위**더군요.
* '어차피 잘 될 거니까, 미리 사두자!'
* '1kg씩 사면 나중에 대량 생산도 가능하겠는데?'
그렇게 행복회로를 풀가동하며 각 성분을 1kg씩 몽땅 주문했습니다. 해외 배송비에 관세까지... 통장은 가벼워졌지만 마음은 이미 화학 왕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주한 차가운 결과
택배 박스들이 쌓이고, 드디어 설레는 마음으로 AI가 알려준 순서대로 배합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결과는 제가 상상한 '투명하고 매끄러운 코팅제'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1. 섞이지 않는 기름과 물:** 분명 시키는 대로 넣었는데, 성분끼리 층이 나뉘거나 뿌옇게 변하기 일쑤였습니다.
**2. 굳어버린 '떡':** 어떤 날은 병 안에서 젤리처럼 굳어버려 꺼내지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3. 코팅은커녕 얼룩만:** 겨우 만든 용액을 발라보니, 코팅은커녕 지워지지 않는 하얀 얼룩만 남았습니다.
### 깨달은 점: AI는 '요리법'은 주지만 '손맛'은 모른다
AI가 준 레시피는 이론적으로는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실제 화학 반응은 **투입 순서, 온도, 습도, pH 조절, 그리고 불순물**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는 걸 몰랐던 거죠.
AI는 그저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데이터 중 '정답처럼 보이는 것'을 조합해서 보여줄 뿐, 실제 실험실에서 일어나는 변수까지 책임져주지 않았습니다.
**"3줄 요약"**
* AI의 레시피는 '참고용 가이드'일 뿐, '완성본'이 아니다.
* 화학 지식 없는 상태에서의 대량 구매는 '금융치료'로 이어진다.
*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이제는 성분표만 봐도 뭐가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케미컬들의 배합은 '결과'에 가깝지 그걸 섞는다고 무언가 마법처럼 나오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재료를 섞는다고 인간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특히나 케미컬은 구조와 촉매에 따른 반응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똑같은 재료로 반응을 시켜도 시험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기 마련입니다.
혹시나 계속 만들어보고 싶으시다면 대학교 분석화학, 유기화학정도는 가볍게 책이라도 훑어보시면 조금 나으실수도 있겠네요
또한 코팅제라는게 어느정도 순도로 만들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1kg에 19달러의 재료라면 굉장히 싸게 경험하신 것 같습니다.
C6-퍼플루오로실란이 뭔지 써보지는 않았지만 시그마알드리치 기준으로 10g에 21만원정도 하니까요
그리고 꼭 진행하실때는 보호장구와 환기 및 안전시설을 갖추시고 진행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 좀더 삽질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