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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광주~서울 도보여행기 18. 생각만 해도 슬픈 음식 [광주~서울 그 속도로] 호카 등산화 사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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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moman
2,858
2026-03-16 21:39:41 수정일 : 2026-03-18 21:43:20 124.♡.6.11

18. 생각만 해도 슬픈 음식


저녁, 정안은 문 연 식당이 없었다. 

GS25 앞에서 컵라면에 김혜자 도시락을 먹을까 

고민하는 사이, 

순찰차에서 내린 경찰 둘이 '한강라면', 

무인라면 가게로 들어갔다. 

나는 컵라면보다는 끓인 라면이 낫겠다 싶어 

그들을 뒤쫓았다. 


작동되는 기계가 두 대뿐. 

젊은 순경은 앞서 기계를 조작하고, 

나이든 경감은 곁눈질로 더듬더듬 버튼을 눌렀다. 

나는 오징어짬뽕을 쥔 채 순서를 기다렸다. 

'얼큰한 맛 너구리'를 능수능란하게 끓인 순경이 

뒤편 식탁에 앉자, 

경감은 내게 조금 전에 습득한 기계 사용법을 

보란 듯 풀어냈다. 

그리고 커다란 배낭을 궁금해했다. 


“어디 다녀와요?” 


질문에 얼핏 경계심도 비쳤다. 


"광주에서 서울까지 걷고 있어요."


그는 내 나이를 묻고는, 띠동갑이라고 했다. 

삼 분 후 라면이 익자 그는 순경이 앉은 탁자로, 

나는 창문 앞 일인용 바 테이블로 흩어졌다. 

벽 콘센트에 꽂아놓은 휴대전화가 

모두 충전될 때까지 천천히 먹느라 

짬뽕 면의 단면적이 두 배로 퍼질 무렵, 

식사를 마친 그는 아메리카노를 뽑아선 

내 그릇 옆에 놓았다.


"오늘 밤 따뜻하게 자요. 내 선물이에요."


9시, 파출소 맞은편 신식 건물로 숨어들었다. 

옥상까지 오르는 내내 

계단 천장에 붙은 ⁠센서 등이 

나를 감시하듯 켜졌다. 


꼭대기 층계에 침낭을 펴고 잠 든 노숙인은 

고작 두 시간 만에 깼다. 

오줌이 마려웠다. 

열두 시간 도보의 피로는 

카페인의 각성 효과 따윈 전혀 듣지 않았지만, 

이뇨 작용은 강력했다. 


그때 아래층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불이 켜지면 도둑잠을 들킬까 봐 

꼼짝할 수 없었다. 

방광 센서는 방류 시점이 임박했다는 

홍수경보를 긴박하게 타전했다. 

인기척이 뜸한 틈을 타 일어났다. 

어김없이 불이 켜졌다. 


나는 밖으로 나가는 걸 포기하고, 

500ml 페트병에 절반 차 있는 물을 들이켰다. 

마지막 화살을 쥔 양궁 선수라도 된 듯 

숨을 참고 빈 병 속으로 시위를 당겼다. 


섭씨 36.5도의 노란 온기가 바닥부터 채워졌다. 

병 목구멍까지 찰랑이는 따뜻함. 

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마개를 돌려 닫았다. 

다시 침낭으로 파고든 지 오 분. 

걸음 소리가 옥상까지 이어졌다. 


"여기서 뭐 해요? 당장 나가요."


주인 남자의 호통은 생급스럽고 위협적이었다. 

조명은 회색 내복에 더벅머리 한 나를 

오백 럭스 밝기로 비추었다. 


적나라한 비루함. 

나는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대신 

재빨리 사과했다. 

시간을 끌어봤자 경찰을 부를 것 같았다.


밤 1시. 

텅 빈 마을 길을 점령한 차령산맥의 바람은 

몹시 냉랭했다. 


어디서 자나? 

편의점도 닫힌 지금, 

문을 연 곳은 파출소와 한강라면 뿐. 

우두커니 길 건너 정안파출소를 들여다보았다. 

경감은 점퍼를 벗고, 

책상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눈발에 

나뭇가지마저 몸서리치는 바깥과 달리 

파출소 안은 거짓말처럼 안온했다. 


'커피만 아니었어도 푹 잤을 텐데'. 

얄궂은 원망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편의점을 등지고 정안종합식품 평상에 앉았다. 

지붕 위 눈 뭉치가 바람에 으깨어져 

얼굴을 때렸다. 

'밤 판매'라 쓰인, 

처마에 붙들어 맨 A3만 한 안내판에선 

풍경소리가 났다. 

다 팔리고 내 코앞에서 매진된 따뜻한 밤이라니. 

따뜻하게 자라며 건넨 아메리카노는 

차라리 주거침입죄로 

유치장에 들어오라는 경감의 배려였을까?


용기는 바닥나 

낙담의 눈금 발치에서 얼씬거리다가도 

어느새 방광 속 오줌처럼 차올랐다. 

센서 등은커녕 백열전구조차 없을 것 같은 

광정전파사 건물 어둑한 계단을 올랐다. 

2층 행운다방 앞, 

한 평 남짓 거무튀튀한 바닥에 배낭을 끌렀다. 

쥐와 바퀴벌레가 득시글거려도 

이상하지 않을 시공간. 


금방이라도 40년 전으로 빨려갈 것 같은 

시간의 결계에서 

그날 밤 두 번째 행운을 시험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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