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냉동 고양이
다이소 공주점은 문이 닫혔다.
배낭에 매단 알맹이 없는 경광봉은
걸음마다 낭창거렸다.
한 시,
공산성을 지나 1933년부터 우마가 다녔던
금강교에 올랐다.
어느새 하늘은 일기예보에도 없던 눈을
다시 뿌려댔다.
외투 모자를 뒤집어썼다.
공주 중심에서 빗겨나 정안천 변 길을 걸었다.
왕복 2차로는 고장 난 경광봉도 쓰임이 쏠쏠했다.
오른 손목에 경광봉 끈을 걸고,
차가 오면 쥐고 흔들었다.
나를 피해 중앙선에 바짝 붙은 차량에는
감사의 거수경례를 표했다.
4시, 정안면 모란 정육점식당.
식당 바깥에 테이블이 보였다.
온 세상이 축축해 엉덩이 걸칠 마른 곳이라고는
근방에 단 하나였다.
탁자 중앙 재떨이 속 구정물에는
담뱃재와 꽁초가 몽블랑 빵 모양으로
부풀어 있었다.
비흡연자에게는 시선마저 고역이었지만
앉을 데는 없고 배는 고팠다.
배낭 속에서 첫날 글리제카페 사장님이 싸 준
군고구마 봉지가 잡혔다.
코 앞에 타르와 침이 진득하게 엉긴
퀴퀴한 냄새가 후각세포를 사분오열시켰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고구마는 5일째에도 다디달았다.
4시 30분.
차령짬뽕 앞 23번 국도, 차령로는 갓길이 좁았다.
이런 길은 오른쪽으로 걸으면 위험하다.
뒤쪽에서 차가 오기 때문에
사고 나면 악 소리도 못 하고 죽는다.
그래서 왼쪽으로 걸어야 한다.
차를 마주 보고 걸으면
화물차 같은 차로를 꽉 채운 차가 올 때,
갓길 밖으로 몸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차령로 왼쪽은 산을 깎은 자리에
낙석방지 울타리를 쳐서
도망갈 데가 없다는 점이다.
결국 오른쪽은 언제 죽을지 모르고,
왼쪽은 언제 죽을지 아는 것만 다를 뿐
모두 죽는 건 매한가지.
아침에 본 고양이가 떠올랐다.
길 복판,
차에 치여 죽은 그놈은 눈을 부릅뜨고,
앞발을 뻗어 달리는 자세로 얼어붙었다.
나는 비좁은 갓길을 걷는 대신
농로로 둘러 가기로 했다.
북계교를 넘어 천변 농로를 따라
정안면사무소가 있는 광정리를
저벅저벅 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