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 된 영화긴 하지만, 스포일러 많습니다.
저는 한 번씩 대부 1, 2를 정주행하곤 하는데, 3편은 90년대 개봉 당시에 극장에서 본 뒤로 다시 본 적이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1, 2편에 비해 평가나 무게감이 한참 떨어지고, 개봉 당시에 봤을 때도 이미 낡은 스타일이란 느낌이었거든요.
3편의 일종의 감독판이라고 할 수 있는 재편집판이 '대부 에필로그 - 마이클 콜레오네의 죽음'이란 제목으로 나왔고 호평 받았다는 얘기에, 1, 2편을 정주행한 김에 찾아 보았습니다.
완성도가 썩 나쁘진 않은 영화이고, 재미도 있습니다만, 여전히 이전에 받은 인상을 바꿀 정도는 아니더군요.
사실 제일 근본적인 문제는 이미 2편에서 다 끝난 이야기를 중언부언 늘어놓는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살려던 마이클이 어쩌다 보니 조직을 물려받게 되고, 나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수록 가족들을 잃어가는 비극이 2편에서 아버지 비토가 가문을 일으키는 이야기와 교차되면서 정말 절절하게 그려졌는데, 3편에선 똑같은 얘기를 또 하고 있어요. 2편에서 마이클이 혼자 앉아 있는 엔딩 몇 초만으로도 이미 마이클의 업보로 인한 외로운 말년이 다 그려졌는데, 굳이 영화 한 편으로 따로 보여주고 있는 거죠.
톰 헤이건 역의 로버트 듀발이 출연을 거부해, 원래 톰과 마이클의 대결로 하려던 이야기가 틀어졌다던데, 각본도 개연성은 충분하지만 좀 아쉬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여동생인 코니가 갑자기 조직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어색한데, 프레도의 죽음에 대해 마이클에 대한 의구심이 전혀 없는 것은 더욱 이상합니다. 심지어 마이클의 당시 어렸던 아들까지도 다 눈치채고 있는데 말이죠. 일부러 스스로 부정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빈센트와 메리 콜레오네의 연애 부분 대사들은 유치하고, 여배우의 연기력 문제까지 겹쳐 장중한 비극이 되어야 할 서사를 받쳐주질 못합니다.
연기력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위노나 라이더의 급작스런 하차로 캐스팅된 소피아 코폴라는 정말 최악의 한 수입니다. 연기가 욕먹은 것만큼 나쁘다곤 생각하지 않지만 빈말로도 잘했다고 할 수는 없고, 극중 너무나 중요한 역할이라 영화에 타격이 큽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배역에 필요한 매력도 전혀 없는 것 같구요. 이후 영화감독으로는 Lost in Translation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같은 훌륭한 영화들을 만들기도 했는데, 배우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소니 콜레오네의 사생아이고 조직을 이어받게 되는 빈센트 역의 앤디 가르시아는 연기를 꽤 잘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어딘가 좀 착해 보이는 외모라, 소니 역의 제임스 칸처럼 딱 다혈질의 그 인물같은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알 파치노는 언제나처럼 알 파치노다운 연기를 하고, 케이 역의 다이앤 키튼은 1, 2편과 달리 좀더 현대적인 스타일의 연기를 하는 게 눈에 띄는데, 제 역할을 잘 해준 것 같습니다.
연출력도 스타일이 좀 올드할 뿐 전반적으론 괜찮지만, 군데군데 아쉬운 부분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마이클이 헤어진 아내 케이와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다가 다시 범죄세계 일로 불려가는 장면에서, 케이가 '끝나질 않네'하고 대사를 칩니다. 1편의 유명한 문 닫히는 엔딩처럼 아무 대사 없이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데 군더더기가 붙은 느낌이 나요.
클라이막스에서 마이클의 오열 역시, 알 파치노의 연기는 굉장합니다만 너무 옛스럽고 신파적입니다. 코폴라가 명감독이긴 하지만 옛날 사람이고, 이미 전성기가 지났다는 티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흠만 잡은 것 같은데,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한번 쯤은 보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최소한 1, 2편에 누가 되거나 흠을 입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다만, 1, 2편처럼 계속 찾아볼 것 같진 않네요. LINK
대부1,2는 가끔씩 정주행하면 그때그때 새로움과 추억, 감동이 교차되는 느낌을 받았는데, 3편은 많이 아쉬워서 2편이 완결이라고 늘 생각하고 찾아보게 되지 않더군요. ^^
비슷한 시기 ‘좋은 친구들’을 세련되게 뽑아낸 마틴 스콜세지와 대비되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