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다사다난했던 2025년도 이제 거의 끝이 났네요.
내란의 봉합이 원하는 속도만큼 나아가고 있냐는 물음엔 기꺼운 답을 할 순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한 발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 안심하고 싶은 한 해였네요.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며
편하게 책을 이야기할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우리 공동체 모두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매년 말이면 나타나
그 해 읽었던 가장 좋았던 책들을 소개해드리고 있는데요.
작년과 올해, 근 2년 간에 출판된 신간으로만 골랐습니다.
도서 시장은 가면 갈수록 불황이라고 하는데,
출판 농가도 언젠간 활성화되면 좋겠습니다!!
그럼 가장 좋았던 책 한 권씩 소개해드릴게요.
가장 좋았던 책 여덟 권
하나. 『슬픔의 틈새』 - 이금이
448쪽으로 나름 장편에 속하는 소설입니다.
『거기, 내가 가면 안돼요』와
『알로하, 나의 엄마들』
이렇게 앞서서 일제 강점기 여성 디아스포라 소설을 쓰셨던
이금이 작가님의 신간입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여성 서사라고 하면
너무나 척박했을 것 같지만,
의외로 이 소설은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작가님의 지난 책들 중 가장 웃겨요.
러시아 사할린이라는 생소했던 배경,
입체적으로 조명되는 인물들,
그 중에서도 잃지 않는 유머 때문에
일제 강점기라는 주제를 벗어나서도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둘. 『먹고, 싸고, 죽고』 - 조 로먼
동물과 생태계를 다루는 책입니다.
여태까지 생태계에 대한 이해는
태양과 식물을 중심으로
동물은 소비자로만 보는 시각이 주류였습니다.
이 책은 동물이 생태계의 순환에
얼마나 중요한 고리를 하고 있는지,
어떤 생태계에선 동물이 시작점이라는
조사도 이야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강점도 재미입니다.
작가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로 책을 썼거든요.
새로 생긴 화산에 조성되는 생태계,
고래 똥을 채취하기 위한 고군분투,
수소폭탄 연구 때문에
삶의 터전에서 대피해야했던 해달까지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그 재미 속에서 자연스럽게
동물에 대한 관심과
보호에 대한 공감이 일어나요.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입문서로 삼아보셔도 좋겠습니다.

셋. 『왝왝이가 그 곳에 있었다』 - 이로아
176쪽, 단편 소설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에 버스 사고가 있습니다.
주인공인 연서는 그 사고에서 혼자 살아났구요.
연서의 죄책감, 트라우마, 무기력함과 동시에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위로, 의심도 잘 표현합니다.
연서가 산책을 하던 어느 날,
'왝왝'하는 맹꽁이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가보니
하수구 아래 이상한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은 다른 세계로 들어가지는 입구였어요.
그 곳에선 사람들이 먹고 사는 마법의 열매가 있는데,
밖에서 겪었던 아픈 기억을 잊게 해주고,
밖의 사람들도 나를 점점 잊어갑니다.
그곳 사람들은 연서에게 열매를 주며
하수도 아래에서 편하게 살자고 제안하죠.
그 제안에 대한 연서의 고민이 펼쳐집니다.
사회의 아픔은
공동체가 함께 기억해야한다는 주제가
정말 무겁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주인공이 걸쳐있는 청소년 시기라는 점이,
이 책을 단단하고 따뜻하고 발랄하게 해주어요.
좋은 주제의식과 동시에
정말 밸런스가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넷.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 - 사이먼 반즈
현대지성에선 "OO가지 OO으로 읽는 세계사'시리즈가 몇가지 있습니다.
최근 신간으로 '100통의 편지'가 나왔고
같은 작가의 '100가지 동물'도 있습니다.
모두 재미있는데요.
이 식물 이야기를 가장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재미도 재미지만
식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삽화가 정말 예쁘고 아름답거든요.
가장 호불호가 적을 주제기도 하구요.
책을 읽는 즐거움 뿐만 아니라
책을 사는 즐거움도 잘 전해드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섯. 『제국의 어린이들』 - 이영은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에 살았던
조선, 일본 어린이들의 수필입니다.
조선총독부 주최의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모아서 소개합니다.
정말 굉장히 독특한 주제였어요.
조선 아이들의 글에는 차별, 가난, 슬픔이 배어 있어요.
하지만 일본 아이들의 글이라고 기쁨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읽을 때 굉장히 마음이 복잡했어요.
일본을 마냥 미워만 하고 싶게 만드는 글이 아니라
전쟁과 제국주의가 아이들을,
우리의 미래를 얼마나 좀 먹는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글이었습니다.
꼭 한 번은 소개해드리고,
꼭 한 번은 추천해드리고 싶은 책이었습니다.
여섯. 『책을 쓰는 과학자들』 - 브라이언 클레그
과학을 다룬 책들을 소개한는 책입니다.
오래전 고대 석판에서부터 리처드 도킨스, 유발 하라리까지 조명합니다.
과학사라는 씨실과
인쇄기술사라는 날실이 얽혀서
굉장히 독특한 느낌의 역사서가 완성됐어요.
과학 입문서로 정말 좋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책 자체가 너무 예뻐요.
책들의 표지, 삽화, 참고이미지가
정말 보기좋게 편집되어 있고,
예쁘게 인쇄되어 있어요.
내용이 좋고 아름다워서
책을 사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일곱.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 홍한별
사실 개인적으론 올해 가장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작가님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 『햄닛』, 『클라라와 태양』 등을 번역하신 번역가이신데요,
작가님의 번역 업에 관한 이야기와
언어, 번역에 관한 고찰을 풀어가는 에세이입니다.
이런 책들은 업무 전문성에 관한 복잡함과
에세이라는 장르가 주는 가벼움 사이의
균형을 잡기가 어렵죠.
사실 이 책 역시 아슬아슬한 느낌도 있긴 하지만,
말, 언어, 그리고 전달을 주제로 관심이 있으시다면
정말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타인에게 내 의도를 전달한다는 것',
'AI 시대에 언어와 번역'에 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여덟. 『나나 올리브에게』 - 루리
작가님의 전작인 『긴긴밤』은 혹시 아시거나 읽어보셨을 수 있겠습니다.
정말 여러 곳에서 추천되고 이야기가 된 책이라서요.
작가님의 신간이라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론 『긴긴밤』은 좋은 책이라는 건 동의하지만
막 추천하고 다니는 작품은 아니었는데요.
『나나 올리브에게』는 정말 좋았습니다.
작가님의 전작과 주제의식은 궤를 같이 하는 편인 데,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상황에 더 몰입하게 되는 문장 덕분인지,
이 번 책에선 '정체'나 '존재'보다 '함께'가 더 중요하다는 마음을
잘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책을
어린이 동화로 분류하는 게
맞을 지 모르겠습니다.
『어린왕자』도 어른이 되어서
훨씬 더 깊은 텍스트로
읽어낼 수 있었듯이,
이 책도 내 삶의 많은 경험과 기억이 얽힐 때
훨씬 더 감동적으로 읽을 수 있을거예요.

늘 부끄럽지만, 만들어놓은 영상도 놓고 갑니다.
글에선 미처 말씀드리지 못한
제 취향의 예쁜 표지 이야기도 담고 있으니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 권
저 여덟 권은 모두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가 가장 좋았구요.
하지만 다른 분들에게 추천을 해드린다면
『책을 쓰는 과학자들』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책이 너무 예뻐서 책을 사는 즐거움을
정말 크게 느끼게 해준 책이에요.
두꺼운 양장, 정성스런 인쇄,
공들여 선택한 이미지와
읽기 편한 글과 편집까지.
좋은 책을 서재에 두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과학에 대한 관심을
편하게 이끌어 줄 수 있는 책입니다.
AI의 이야기를 다루지는 않지만
이전 까지의 과학의 발전사를
정말 읽기 편하게 전해주거든요.
내년엔 정말 본격적으로 AI의 시대가 열릴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벌써 열렸다고 말씀하실 수도 있구요.
작년 까지만 해도 AI는
무언가는 모자란 하나가 있었거든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도
쉽게 넘어가지지 않는 장벽이든,
아니면 실제로 기술이 도달하지 못한 둔함이든.
하지만 올해는 그것마저 없어졌어요.
아마 내년부턴 더 쉬워지고,
더 영향력이 커질거란 생각이듭니다.
결과적으론 과학에, 기술에
사람들의 눈이 더 많이 가야하고
발전하는 만큼 더 꼼꼼히 감시할 수 있어야하는데,
그러려면 사람들이 쉽게
과학과 기술을 접할 수 있는
책이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책을 쓰는 과학자들』은
그 역할을 정말 충실히 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마치며
언제나 바라는 건
이렇게 소개해드리는 책들 중에서
읽어볼까 관심이 가는 책 한 권,
읽으신 후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찾아드리는 거예요.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가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만,
그래도 내년은 조금 더 웃을 수 있는 시간을 갖으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편승해서 저도 책 한 권 추천합니다.
얼마 전에 출간된 '2025년 김유정문학상 수상 작품집'이에요. :)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책을 읽겠다고 다시 한 번 결심을 해 봅니다.
누군가 함께 책읽는다는 느낌이 참 좋네요! 고맙습니다.
『책을 쓰는 과학자들』 먼저 도전해봅니다~ ^^
가볍게 쓰인 역사서입니다.
여기서 더 진지해지면 학술서가 되는거죠.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맛의 원리
밤은 노래한다
누구를 위한 역사인가
실패를 통과하는 일
초대교회사 다시읽기
나는 정신병에 걸린 뇌과학자입니다
폭격(미공군의 공중폭격기록으로 읽는 한국전쟁)
나는 장례식장직원입니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
요정도만 추천해요. 아마 읽으신 책이 많지 않을까합니다.
꼭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떨리네요 ㅎㅎㅎ
고맙습니다!
-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 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이야기가 점점 커지는
- 에코타 가족 (브랜던 홉슨) 가족을 잃은 인디언가족
- 그 이후 (기욤 뮈소)
등이 좋았습니다.
클레어 키건은 장차 노벨문학상을 타리라는 생각도 듭니다.
독서의 세계는 정말 넓고 깊은 것 같습니다 ㅎㅎㅎ
책 추천 고맙습니다. 다음 책 고를 때 참고할게요.
흰 고래의 흼에 대하여 - 저도 재미있게 읽어서 반갑네요. 막연히 매끄러운 번역이 마냥 좋은 줄 알았었는데 직역의 가치를 알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같은 책을 읽은 동질감은 또 각별하지요! 반갑습니다 ㅎㅎㅎㅎ
최근 몇년 동안 책을 거의 못 읽었는데 다시 조금씩이라도 독서를 해 봐야겠습니다.
알려주신 책들 중에서도 골라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박노해시인이 쓴 ‘눈물꽃 소년’이라는 책을 참 감동적으로 읽었습니다
몇 번이나 눈시울을 붉히게 하는 시인의 여린 추억이 너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꼭 읽어보겠습니다. 책도 너무 예쁘네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부끄러운 만큼 사용기에 올리는 글은 새로 더한 글도 많으니 귀엽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유튜브도 구독했습니다 종종 책 소개 글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참 좁은 분야를 읽는 편이지만 책 소개에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시고, 마음에 드시는 책을 찾으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최근 10년동안 제대로 읽은 책이 3권이 안되네요ㅜㅜ
고맙습니다!
2025년 연말 선물 잘 받겠습니다.
일단 싹다 바구니에 넣고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따뜻한 연말연시되세요~~~^^
기억해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추천해드리는 책들이 마음에 드시면 좋겠습니다. 제발!!!
같은 책을 읽은 분을 만나는 건 늘 반가운 일이네요 ㅎㅎ 댓글로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추천에 힘입어 100가지 식물로 읽는 세계사로 다시 시작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따스하게 댓글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바로 주문하러 갑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좋겠네요! 고맙습니다 ㅎㅎ
따로 저장해두고 한권씩 꺼내어 보겠습니다.
따뜻한 연말 되세요!
제가 평소 잘 안 읽는 장르의 책들이라 더 더욱 좋네요.
25년 바쁘게 살았는데 연말에라도 짬 내서 몇 권이라도 읽어 보겠습니다.
언젠가 꼭 읽어 보겠습니다
글을 참 몽글몽글 예쁘게(?) 잘 쓰시네요
채널도 한번 꼭 보러갈게요 좋은책 추천글 감사합니다
따뜻한 칭찬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밀리 본전 뽑으시는 데 도움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ㅎㅎㅎ
대부분은 다 전자책으로도 나와있어요! 재미있게 읽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