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의 신작입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작가 중에서 장강명 작가를 좋아합니다.
요즘 한국 문학계에는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전 한국 남성 작가들의 글에 더 끌리는 편입니다.
장강명 작가님의 대표작인 소설 “표백”, “댓글부대”로 작가님의 작품을 읽기 시작했지만,
르포르타주인 “당선,합격,계급”을 가장 재밌게 봤고, “5년 만에 신혼여행”이라는 에세이도 재밌게 봤습니다.
기자출신이셔서 그런지 르포르타주를 짜임새있고 재밌게 쓰시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가 말씀드릴 책도 작가님의 신작이자 르포르타주인 “먼저 온 미래”라는 책입니다.
책에서 하는 이야기가 깊고 다양해서 간단하게 설명하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간략하게 말해보자면
“인공지능이 바둑계에 미친 영향을 프로 바둑기사들과 인터뷰하며 바라보고, 작가가 몸 담고 있는 문학계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인공지능의 발전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 것인가?”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은 한국 뿐만 아니라 세계가 주목했던 이세돌 9단과 딥마인드의 알파고 간의 대국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은 결과를 알지만, 대국 전 많은 사람들이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상하였습니다.
알파고 이전에도 인공지능이 바둑에 도전 하는 연구는 지속적으로 있었지만 그들의 실력은 잘해봤자 아마추어 2단 정도 였기 때문이죠.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과 예상과 다르게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3대1로 승리합니다.
이 대국을 보고 프로 기사들 중 일부는 “인정할 수 없다”, “술을 마셨다”, “눈물이 나왔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작가는 이러한 일이 본인이 몸담고 있는 소설계에도 언젠가는 일어날 일일거라 이야기합니다.
일단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소설 쓰기에 인공지능이 활용되겠지만,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홀로 쓴 소설을 우리가 감명깊게 볼 날이 올 수있다고 말이죠
물론 인간만의 문학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는 바둑계에도 있었습니다.
인간만의 대표적인 특성으로 “창의성”을 뽑습니다.
심리학자인 하워드 가드너는 창의성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정 영역에서 새로운 결과물을 내고, 그것이 그 영역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 영역이 오래전부터 존재했든, 새로 등장했든 독창성 혹은 창의성에 대한 판단은 그 영역에 정통한 사람만이 내릴 수 있다.”
많은 프로 바둑기사들 (정통한 사람)은 인공지능 바둑에 창의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예술과 다른 의미에서의 창의성이라고 이야기하는 기사도 있었습니다.)
한편 AI를 받아들이는 프로 기사들의 입장도 나뉩니다.
AI를 보고 바둑계를 은퇴하는 기사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이세돌 9단)
반면 AI를 환영하는 기사들도 있었습니다. 환영하는 기사들은 오히려 AI로 인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바둑계에 도입되었고, 더 자유로워졌다는 주장을 합니다.
지금 한국 바둑계에서 최강이라고 이야기되는 신진서 9단은 ‘가장 AI처럼 바둑을 두는 기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인공지능은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이승호 3단은 인공지능 바둑이 나오기 전엔 뛰어난 실력을 보이진 않았지만, AI바둑을 통해 학습하여 대회에서 연승을 거두기도합니다.
바둑에서는 고수들의 기백이라는 것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랭크가 낮은 기사들은 이러한 기백에 밀려 제 실력을 발휘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인공지능은 이렇게 기존의 권력관계를 뒤흔듭니다. 그렇다고 (바둑을 포함하여) 업계의 모든 사람이 힘을 합쳐 인공지능이 자신의 업계에 도입되는 걸 반대할 일은 이러나지 않을거라 작가는 예상합니다.
오히려 우리는 선택권이 없을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더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과연 우리는 인공지능을 안 쓸 수 있을까요?
한편 예술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걸 대중들은 거부감을 상대적으로 갖고 있는 듯 보입니다.
사무직 종사자가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문서를 작성한다고 거부감을 갖는 건 거의 보지못했습니다.
하지만 Chat gpt 지브리풍 그림 열풍, AI를 활용한 영화제작 등에 거부감을 갖는 건 특이하긴 합니다.
어떻게 보면 중요한 토템을 모욕당해 화를 내는 원주민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라 불리는 사람들은 암묵지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묵지 - 언어로 잘 표현되지 않는 지식)
그들에게 암묵지는 지식상품이면서도 자기 효능감, 자존감의 근원이죠.
하지만 AI는 이들보다 훨씬 더 풍부한 암묵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블랙박스라고 하여 인공지능이 정확히 어떤 근거로 그러한 판단을 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찌됐든 좋은 답변과 지식을 뽑냅니다.
(*이것마저도 요즘은 추론형 인공지능이 나오며, 극복하고 있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시 바둑기사들에게 돌아가 인공지능이 등장한 뒤 이들의 권위는 하락하였습니다.
그러한 권위는 생계에 대한 위협으로 돌아왔습니다.
최정상의 프로기사가 아니더라도, 교습, 아마추어 상대 과외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이 더 잘 가르쳐주고, 접근성도 뛰어납니다.
최정상의 기사나 작가는 인공지능의 영향을 덜 받겠지만, 그렇지 못한 업계 종사자들은 영향을 크게 받을 것입니다.
한동안은 AI가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대체할 일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아마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AI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지고, 활용 되고 있는 지금 과연 전문가들은 AI의 조언을 무시할 수 있을까요?
의사, 경영자, 판사들은 AI가 보조라며 내놓은 답변을 무시하고 자신의 판단을 밀고 나갈 수 있을까요?
과연 이런 상태는 인공지능이 “보조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AI를 보조하는 일을 하며 만족하며 살수 있을까요?
bull shit 직업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통째로 사라지더라도 세상이 달리지지 않는 직업을 말하죠.
이는 종사자들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bull shit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비참한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또한 중산층이 붕괴되며 정치적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는 요즘 실상을 보면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발전된 기술이 우리를 마냥 편하게 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기술이 발전해왔지만, 우리의 노동강도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구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은 더욱더 커져만 가지만
그들의 책임감을 느끼긴 어려워보입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기술을 만든 이들이 문제가 아니다. 그걸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문제다라고요
그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말로 칼을 주방에서 쓰냐 사람에게 흉기로 쓰느냐는 만든 사람에게 달린게 아니라고요
하지만 일본도를 만들어 놓고 주방에서 사용하라곤 할 수 없듯이, 기술을 만들어 낸 이들도 책임감을 느껴야합니다.
우리는 기술에 이끌려 가선 안되고, 가치를 확립하고 그 방향에 맞게 기술을 발전 시켜나가야 합니다.
작가는 마지막에 이렇게 글을 마칩니다.
“내 생각에는 인공지능이 아직 할 수 없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따로 있다. 좋은 상상을 하는 것, 우리가 미래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 그렇게 미래를 바꾸는 것이다.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의 시 ‘인빅투스’ 마지막 구절을 조금 변형해 책을 마무리하도록 하자.
우리는 우리 운명의 주인이다.
우리는 우리 영혼의 선장이다.
아직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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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인 장강명 작가님은 딩크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작가의 말에서 장강명 작가님의 사모님이 악성 뇌종양의 하나인 “교모세포종”으로 투병중이라고 합니다.
작가님은 누구보다도 기술의 발전으로 사모님이 치료되길 바라실 것 같습니다.
사모님의 쾌유를 빕니다.
목소리도 좋으시고 편안하게 듣기 좋아요.
AI 등장으로 프로 바둑 기사들이 겪는 고뇌가 주를 이루는 책인데 술술 잘 읽히는 책 입니다.
추천 할만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저는 의아했거든요.
8장까지 AI 시대를 냉철하게 객관적으로 분석하다가
9장부터 네오 러다이트처럼 AI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쏟아지길래
왜 이렇게까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머스크가 화성에 가는 것은 개인의 꿈인데
그 돈이면 아프리카의 열대성 질병 환자와 가족을 돕는 게 더 옳다는 주장에
물음표가 한 가득 떠올랐습니다.
개인의 꿈을 공동체의 이익과 비교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 자체가 폭력적이라고 느껴졌거든요.
또한 신약 개발이 얼마나 옳은 일일까라는 질문에
난치병 환자가 얼마나 큰 고통을 겪는데 왜 이런 발언을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구글이 알파고로 바둑계를 뒤흔든 것을 비판하는 부분도 의아했습니다.
AI흐름 속에서 바둑이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일 뿐
다른 분야가 먼저 구글에게 맞았더라도
결국 바둑은 AI흐름 속에 지금처럼 떠밀려왔을텐데...
AI 발전에 대한 비판 논리가 조악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8장까지는 너무 좋았는데
9장에서 급발진하는 바람에
남들에게 추천도 못하고 있는 요상한 책입니다...
정말 이유를 알고 싶더군요
차디 차가운 이성으로 벼려낸 명작을
왜 9장에서 뜨거운 감정으로 활활 불태운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