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 분들을 위한 세 줄 포인트 소감
- 7~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그 시절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추억을 되살려주는 책이었습니다.
- 표절과 무단 도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다루기에, 오리지널인 일본 로봇들(슈로대 참전작들)에 대한 내용도 많이 다루어집니다.
- 70년대 초 국내 만화계를 초토화시킨 '국민학생 자살 사건'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이렇게 암울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업계가 쇠락하고 일본 애니메이션이 원산지(?)를 숨긴 채 당시 국내 안방극장을 점령하게 되었던 사연이 안타깝습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옛 추억들
요즘 러닝과 자기계발서 읽기에 빠져서 관련 책들을 빌리러 동네 도서관에 갔었습니다. 서가 한 구석에서 '슈퍼 로봇'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을 보는 순간, 오랫동안 로봇 애니와 슈퍼 로봇 대전을 즐겨온 팬으로서 이 책을 대출해 올 수 밖에 없었죠.
'한국' 슈퍼 로봇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 책이기 때문에, 어릴 때 보던 로봇대백과류와는 사뭇 내용이 다릅니다. 일단 저자의 로봇 애니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는 방대한 지식과 경험, 그리고 자료 수집에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억 저 편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던 '짱가', '마루치 아라치', '77단의 비밀' 같은 작품들이, 이 책을 보면서 주제가가 다시 생각날 정도로 제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이었다는 걸 깨닫는 추억 여행이 되었습니다.
태권브이랑 스페이스 간담 브이만 표절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7,80년대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의 표절 문제와 그렇게 밖에 될 수 없었던 배경입니다. 저자는 당시의 국내 창작자들을 너무 옹호하지도 과하게 비판하지도 않으면서 각각의 작품들이 어느 작품(대부분 일본)을 어떻게 도용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슈퍼 로봇 대전 게임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슈로대 신작 커버로 착각할 만한 일러스트를 책 표지에 넣은 것은, 독자의 관심을 끌면서 동시에 캐릭터 도용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합니다.
로보트 태권브이가 마징가를, 스페이스 간담 브이가 마크로스의 발키리를 모델로 했다는 것 정도는 저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책의 목차에 나오는 수 십 편의 국산 로봇 애니 중에 표절이 아닌 것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네요. 로봇 디자인 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과 스토리까지 여기 저기 일본 애니의 짜집기로 만들어진 부끄러운 역사입니다.
50년이 지나도 여전히 '서브' 컬쳐라고 불리우는 것
1970년 대 초, 서울에서 국민학교 6학년 아이가 '만화 캐릭터처럼 죽었다가 부활하겠다'며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이라 저는 전혀 몰랐었는데, 이 책을 통해 알게된 내용은 정말 충격적입니다.
당시 안 그래도 매년 어린이날마다 '어린이에게 유해한' 만화책을 모아 불태우는 사회 분위기였는데 (이 것도 처음 알았음..) 이 사건으로 만화 업계 사람들이 여럿 잡혀가고 국내 만화/애니메이션계가 괴멸 수준으로 무너졌다고 하네요.
말 한 마디 잘 못해도 남산에 끌려가던 시절이었다지만, 반 백 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일부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은 종종 '서브 컬쳐'라 불리며 주류 문화에 잘 섞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케데헌도 서브컬쳐이려나요?)
그럼에도 어딘가에서 열심히 이런 작품들을 만들어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는 창작자들을 응원하며, 이런 생각과 오래전 추억들을 떠오르게 해준 저자 페니웨이님께 감사드립니다.
보너스: 만화편도 있어요!
위에 소개한 1편에 이어서 한국 슈퍼 로봇 '만화'를 다룬 2편도 같이 대출해 읽었습니다. 2편에 대한 소감은 생략할게요. ^^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읽어보시거나 페니웨이님 블로그에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참고로 저와는 아무 관계 없는 분이라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