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자본의 진정한 기능
자본이라 함은 부(wealth) 중에서 현재 소비되지 않는 부분으로서 미래에 더 큰 부를 창출하기 위하여 축적된 것을 말합니다.
자본 중에는 같은 노동으로 더 많은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을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본은 기술적으로 우월한 도구를 제공하거나 자연의 재생산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해 준다든가 체계적인 분업 시스템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능하게 해 줌으로써 노동의 효과를 배가시킵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자본의 역할은 노동을 돕는 것이지, 노동이 가져가는 (혹은 가져가야 할) 몫 그 자체를 자본이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직 자연만이 노동이 부를 창출하는 근본적인 원천이라 할 수 있다고 헨리 조지는 생각합니다. 자본 부족이 산업의 형태를 제약하고 생산성을 저해하고 원거리 무역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자본이 산업(노동자들의 노력) 그 자체를 제약하는 것은 아니며, 산업을 제약하는 경우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자연자원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뿐이라 합니다. 제대로 된 좋은 도구나 기계가 없어도, 일을 하려는 사람은 어떡해든 일을 합니다. 자본이 노동을 먹여살리는 게 아니라 노동이 자본을 만드는 것입니다. 노동나고 자본났지, 자본 나고 노동이 난 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현실을 보면 자본이 부족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제가 안돌아가는 그런 경우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지식 수준과 전체적인 사회 발전도가 낮은(근대화가 안된?) 후진국에 아무리 자본을 많이 퍼준다 하더라도 그건 밑빠진 독에 물붓기 밖에는 안됩니다. 이들 나라들은 정부의 부패, 재산권 침해, 백성들의 무지와 편견과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비로소 자본을 조성하거나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이 갖춰진 상황에서 자본만 부족한 경우는 (미국 초기처럼) 수준높은 인력이 새로운 땅을 막 개척하기 시작한 경우나, 전쟁으로 자본이 깡그리 소실되는 경우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역시 가만 놔둬도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하여 필요한 자본은 매우 빠른 속도로 축적되거나 재건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후자의 경우라 할 수 있는데 60년대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한 자본이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정책방향이 옳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제시대때 사유재산제, 신분평등과 같은 근대적 제도가 도입되어 사람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추정해 보게 됩니다. 조지 선생께서 예를 든 정부의 부패, 국민의 무지와 편견, 재산권의 침해 이런 것들이 조선 후기때 너무나 심했다는 것도 그렇구요. 일본과 우리나라에 존재했던 소농시스템의 기여도 있었겠지요... 이러한 '제도적인' 부분은 어떻게 보면 매우 중요한 '무형자본'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부분은 관련 책들을 더 읽어봐야 할 거 같습니다.) 다만 자본 그 자체의 부족이 사람들이 열심히 일을 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아니지만, 자본의 배분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으면, 즉, 열심히 일하려는 사람에게는 자본이 없고 돈놀이 하는 부자들만 돈을 버는 세상이 되면 노동 의욕도 꺾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저자는 분명히 지적합니다.
현실을 보면 자본이 없어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못구하고 가난해 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에 자본은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들은 여전히 실업과 저임금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경제학자들까지도 공황의 원인을 자본의 과다에서 찾고 있으며, 전쟁이 나야 자본이 파괴되고 임금 수준이 올라간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런데 이는 자신들의 이론의 기반을 임금의 원천이 자본이라는 주장에 두고 있는 경제학자들이 할 소리가 아닙니다. 이런 모순을 저자는 해결해 보이겠다고 합니다.
이제까지의 논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노동자의 수와 자본 규모 사이의 비율이 임금을 결정한다는 기존 경제이론은 틀리다. 이 이론이 맞다면 노동의 댓가인 임금과 자본 사용의 댓가인 이자율은 반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오히려 더 크게 나타난다.
- 임금의 원천은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가 일을 하여 만든 생산품이다. 자본은 노동자들에게 보수를 지급하기 위해 미리 모아 놓은 돈 같은 게 아니라, 노동자의 노동을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거나 장래 이윤을 창출하기 위하여 재투자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생각해보면,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주류경제학자들이 제안하는 아이디어들 - 임금의 원천인 자본을 늘려야 한다, 노동자의 수를 줄여야 한다 - 은 임금기금설에 기반을 하고 있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며, 도리어 사람들이 많아진다 하더라도 이들이 열심히 일을 하면 생산물이 늘어나 (실질) 임금 수준도 높아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더 고려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인구 증가하여 일을 많이 하게될 수록 자연의 산출 능력이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염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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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기엔 수입이 안들어오니 자본금에서 월급을 주어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 나중에 직원들의 노력으로 월급 이상의 돈을 벌어 나간 돈을 벌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재반론 또한 가능하겠습니다.
임금기금설은 사실 19세기를 풍미했던 철지난 이론이라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날에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맞서 "파이를 우선 키워야한다"는 기득권 세력의 수사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 바로 이 임금기금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