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과 초강력 스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지않은 분은 관람 후에 글을 읽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영화를 안본 분들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될 겁니다. 영화를 본 분들도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어요.)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와 <가여운 것들>, 이 두 영화로 대중과 비평가를 동시에 사로잡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 <부고니아>가 곧 개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구를 지켜라>의 리메이크작이라고 하는데 무척 기대됩니다. 그런데 전작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를 언급하는 사람은 별로 없네요. 2024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인데 네이버 평점이나 왓차피디아 평점을 봐도 '기괴하다, 이해할 수 없다, 왜 이 따위로 만들었냐'라는 불평불만 댓글이 많이 보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장 궁금한건 'R.M.F' 입니다. 아니 도대체 R.M.F. 가 뭔데? 제 나름의 방식대로 R.M.F라는 퍼즐을 풀어나가는 과정을 공유하려 합니다. 지극히 제 주관적 해석이니 쟤는 영화를 저렇게 보는구나 정도로만 이해해 주셔요.
이 영화는 R.M.F. 의 죽음, R.M.F.는 날고 있다, R.M.F.가 샌드위치를 먹다. 이런 소제목으로 구성된 세 개의 에피소드로 묶인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는 듯이 보이지만 굉장히 긴밀하게 엮인 병렬적 구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각 등장인물이 하는 대사와 행동도 얼핏보면 너무나도 기괴하고 관객에게 불친절하게 보이지만 잘 관찰해보면 감독이 너무나 친절하게도 모든 힌트들을 화면에 담아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레이먼드는 로버트에게 왜 자꾸 앉으라고 할까?
이 영화는 Sweet Dreams라는 노래로 시작합니다. 이 노래의 다음 가사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와 일맥상통합니다.
Some of them want to use you
Some of them want to get used by you
Some of them want to abuse you
Some of them want to be abused
어떤 이는 누군가를 부리길 바라고
어떤 이는 누군가가 부려 주길 바라지
어떤 이는 누군가를 이용하길 바라고
어떤 이는 누군가에게 이용당하길 바라지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종류의 동물은 개와 고양이입니다. 개는 위 가사처럼 부려 주길 바라는 존재입니다. 개는 주인이 원하는 일을 하고 그 댓가로 생존을 보장받습니다. 반대로 고양이는 독립적인 존재입니다. 주체적으로 자기가 살고 싶은대로 살지요. 레이먼드는 로버트에게 말하기전에 앉으라고 명령합니다. 우리가 개를 훈련시킬 때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바로 '앉아' 훈련이지요. 레이먼드의 말을 충직한 개처럼 따르는 인물들은 다음 화면처럼 개의 이미지와 함께 나란히 병렬적으로 드러내줍니다. 무척 친절한 감독이지요.

(왼쪽 위 개의 모형 - 바텐더는 레이먼드가 시킨대로만 서빙을 하니까요)

(오른쪽 그림의 개 - 로버트가 거짓으로 상대방의 보호본능을 자극해보는 장면이지만 통하지 않죠)

(왼쪽 그림의 개와 오른쪽 그림의 개)
이 영화는 감독의 초기작 <송곳니(Dogtooth)> 라는 영화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합니다. 레이먼드가 로버트에게 하듯이 <송곳니>라는 영화에서도 성관계를 맺을 대상까지 통제하는 등장인물이 나옵니다. 인간이 개라는 동물에게 하듯이 말이죠.


2. 왜 망가진 테니스 라켓과 세나의 헬멧인가?
테니스는 상대방과 서로 공을 주고 받는 게임입니다. 위 노래의 가사처럼 부리는 대상과 부려 주길 바라는 대상이 존재해야지 게임이 계속되죠. 사장의 지시가 불합리 할지라도 직원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가족을 부양하며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죠. 자신을 죽여야 합니다. 이 게임은 서로간의 암묵적 혹은 명시적 동의하에 이루어지는 게임이죠. 마치 서로 공을 주고 받는 테니스 게임처럼요. 자신을 죽여야(End) 먹고 살 수 있습니다(And). 이렇게 생각하게된 이유는 위키피디아에서 발견한 정보 덕분입니다. 이 영화의 원래제목은 RMF였고 나중에 And로 바뀌었다고 하더군요. 이후에 Kind of Kindness 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And 라고 지은 이유가 End와 And가 발음은 같은데 뜻이 완전 다른 것을 이용한 일종의 언어유희처럼 생각되었습니다. 이런 언어유희가 가까이는 한국 영화인 <김씨표류기>의 '희망' 소비자가격에서 부터 멀리는 미국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드림(dream)'까지 여러곳에서 사용되었죠.
그럼 이제 첫번째 에피소드의 제목(R.M.F의 죽음)이 이해가 됩니다. 동시에 세번째 에피소드의 제목(R.M.F.가 샌드위치를 먹다)도 이해가 됩니다. 삶을 이어가려면(And) 역설적으로 죽어야(End)하는 거죠.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R.M.F = 로버트가 되어야 합니다.
그럼 R.M.F = 로버트 라는 힌트를 친절하게 드러내준 화면도 살펴보기로 합니다.

이 장면은 로버트가 리타의 집에가서 레이먼드의 편지를 발견하는 순간입니다. 레이먼드는 R. 이라고 이니셜로만 적는데 이게 보내는 상대방인지 받는 상대방인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일부러 이렇게 중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에피소드 초반에 로버트도 같은 이니셜이 적힌 편지를 받지요. 로버트(Robert), 리타(Rita), 레이먼드(Raymond) 셋 다 R로 시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로버트는 리타의 집에 있는 테니스 라켓을 도로 가져갑니다. 이제 다시 그 게임을 재개하겠다는 것입니다. R.M.F. 의 죽음이란 제목처럼 R.M.F.는 죽습니다. 그리고 개처럼 충직한 로버트는 다시 살게 됩니다. 그럼 샌드위치(먹고 사는 것의 은유)를 먹어야지요. 하지만 로버트는 햄버거를 먹습니다. 에피소드 중간에 생뚱맞게 로버트가 꿈(dream)에서 햄버거를 먹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서의 꿈은 자면서 꾸는 꿈과 무언가를 희망하는 꿈, 이렇게 중의적 의미가 있어요. 이에 대한 힌트는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나옵니다.

한명은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또 한명은 버거를 주문하지요. 생선은 안먹는다고 하면서요. 생선은 고양이가 좋아한다는 대중적 인식이 있죠. 이 영화에서 간간히 나오는 생선(연어)에 대한 대사는 고양이가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은유입니다. 세나의 피묻은 헬멧은 첫번째 에피소드의 결말과 마지막 에피소드의 결말을 암시하는 것입니다. F1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드라이버인 세나는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더 이상의 스포는 안할게요^^).
그럼, 이제 R.M.F.의 R은 밝혀냈습니다. R은 레이먼드(Raymond)와 로버트(Robert)의 R입니다(+리타. 하지만 리타는 죽지 않았죠). 이걸 깨달은 후에 첫번째 에피소드의 초반 장면을 다시 떠올리자 소름이 돋았습니다. 통제당하길 원하는 R.M.F.는 개로 은유되고 로버트는 자기 자신(개)을 죽이려고 하는 장면이었던 것이죠. 그래서 그렇게 주저했던 것이구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연출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3. 왜 하필 그 손가락인가? 왜 간인가?
두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R.M.F.는 날고 있다 입니다. 이 제목의 의미를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감독의 초기작 <송곳니(Dogtooth)>와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는 많은 유사점이 있습니다. 통제당하는 인물이 개처럼 묘사되고 반대 성향의 동물로 고양이가 나옵니다.
"그 괴물은 고양이란 놈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이지. 아이들의 살을 뜯어먹는 게 특기다. 발톱으로 살을 씾고 뾰족한 이빨로 물어뜯지. 얼굴은 물론 온몸을 말이야." - <송곳니> 중 대사 -
또한 이 영화 <송곳니>에서는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자유'의 상징처럼 묘사됩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에게 난다는 것은 통제를 벗어난 자유를 상징하는 것이죠.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의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사고를 당해 무인도에 고립됐던 리즈는 헬리콥터를 타고(헬기조종사가 R.M.F) 말그대로 '날아서' 구출됩니다. 집에 돌아온 뒤로는 예전같지 않습니다. 초콜렛도 잘 먹습니다(개는 초콜렛을 먹지 않죠). 여기서 돌아온 리즈는 고양이로 은유됩니다. 자유를 찾았다고나 할까요. 더 이상 통제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에피소드 초반에 검은고양이가 등장하자마자 울리는 전화벨, 무인도에서 생선(이 영화에서 생선은 고양이랑 관계가 있음을 암시합니다)을 먹고 버텼을 거라는 다니엘의 대사 등으로 개처럼 통제당하지 않는 고양이와 관계가 있음을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리즈는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다니엘도 그런 리즈를 점점 의심합니다. 자기가 알던 리즈와 동일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리즈는 손가락을 '~삐 처리(스포방지용)'해서 다니엘의 호의를 이끌어내려 합니다. 이 손가락은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로버트의 왼쪽 손, 발 그리고 세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개의 상처난 왼쪽 발과 궤를 같이 합니다. 다 왼쪽에 있죠. 이렇게 세 에피소드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때부터 다니엘은 망상에 빠지게 됩니다. 자기가 리즈를 폭행하고도 리즈 스스로 폭행했다고 믿어버리는 것이죠. 이는 리즈가 산부인과 의사와 대화하는 시퀀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시퀀스 이후로 벌어지는 일은 리즈의 행동이 아니라 다니엘의 행동입니다. 고로 두번째 에피소드의 결말 부분은 다니엘의 입장에서 봐야합니다. 리즈를 '~삐 처리(스포방지용)' 한 사람은 리즈가 아니라 다니엘 자신이었던 것입니다. 간이 나오는 이유는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부당한 권위에 맞서는 저항과 의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선구자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노여움을 사서 영원히 간이 쪼이는 형벌을 받게 됩니다.
그럼 이제 R.M.F.의 M에 대해서 얘기해야 합니다. M은 무엇인가? 막연히 생각하는 것은 있었지만 확신이 서지 않아서 자료를 좀 찾아봤습니다. 그러다 유투브에 올라온 2024 칸 영화제 기자 간담회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한 기자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에게 R.M.F. 가 뭔지 물어봅니다. 감독은 이렇게 답합니다.
"그것은 미스테리 입니다. 뭔지 말 안할 거예요. 영화를 만들때 우리가 염두에 둔 것은 그 캐릭터가 세 에피소드에 반복해서 나오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전문배우가 아닙니다. 그는 먹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는 당신이 생각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어요."

( 영화 <가여운 것들> 중 한 장면)
그리고 R.M.F. 라는 인물로 나온 Yorgos Stephanakos 라는 사람이 감독의 오랜 친구이고 전작인 <가여운 것들>에도 출연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또한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라는 영화가 <가여운 것들>을 찍고 있는 와중에 제작되었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두 영화가 같은 시기에 제작된 것이죠. 중의적인 것을 미친 듯 사랑하는 감독이라면....그렇다면..? 두 영화에 반복해 출연한 배우는 Yorgos Stepanakos, 엠마 스톤과 마가렛 퀄리 그리고 윌렘 대포이고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윌렘 대포(레이먼드 역)와 제시 플레먼스(로버트 역)의 R을 언급했으니 두번째 에피소드에서는 마가렛 퀄리(마사-Martha 역)의 M을 언급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RMF의 F는 세 번째 에피소드에 나오는 엠마 스톤(에밀리-Emily 역)의 E가 되어야 하는게 아니냐 라는 생각에 이르렀지만 E가 아니라 F입니다. 왜 E가 아니라 F 일까요. 이 또한 감독이 친절하게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힌트를 주더군요.



R과 B의 차이는 아랫부분 작대기 하나인데 E에서 밑의 작대기 하나를 날리면 F가 됩니다. 얼핏 황당해보이는 이 논리가 그럴 듯 하다고 생각한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영화의 대사는 허투루 쓰인게 없다. 일견 불필요해보이는 저 장면을 삽입한 이유가 있다.
2. 배우 엠마 스톤의 실제 이름은 에밀리 스톤이다. 에밀리 라는 발음에 F를 입히면 패밀리(가족)가 된다. 엠마 스톤을 비롯해서 란티모스 감독과 작업한 배우의 인터뷰들을 살펴보면 제작진을 'family' 라고 표현한 인터뷰가 여럿 보인다. 실제로 감독이 영화를 찍을 때 마치 가족처럼 편하고 믿을 수 있게 작업환경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3. 세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R.M.F.가 샌드위치를 먹다 인데 R.M.F. 가 샌드위치를 먹는 장면에서 셔츠 이니셜에 케찹을 뿌린다. 이것은 피를 나눈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은유가 아닐까? 그도 그럴것이 이 장면에서 제작진들의 이름이 적힌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실제 피가 아니라 가짜 피(케찹)이라는 유머도 더욱 그럴 듯 하다.
4. 왜 각각의 에피소드 말미에 엔딩 크레딧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연출한 것일까? 엔딩크레딧에 나오는 등장인물의 이니셜을 드러내야하는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세 에피소드에 나오는 엔딩 크레딧의 배우들(총 7명-세 에피소드 동일)은 세 에피소드 모두다 출연한다. 마치 <가여운 것들>에 나온 주요 배우들과 제작진들이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에 출연한 것처럼. 이 논리가 유효하려면 가족과도 같은 제작진이 두 영화에서 동일해야 한다. 엔딩 크레딧을 찬찬히 살펴보니 음악감독과 캐스팅 담당이 두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동일한 이름으로 나온다. 아마 나머지 제작진도 상당부분 겹칠 것이다. 고로 R.M.F.의 마지막 F는 'F'amily도 되고 'E'mily도 될 수 있도록 중의적 의미를 가진 이니셜이다.

5.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배우 엠마 스톤의 본명(에밀리)을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썼다.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다친 개는 세번째 에피소드 속의 에밀리로 상징된다. 에밀리는 자신이 개를 '메리'라고 부르지만 남편은 '린다' 라고 부른다고 말한다. 아마 '메리'도 '에밀리'의 철자와 발음을 조합해서 만든 단어일 것이다('애너그램'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묘하게 현실과 중첩되는 부분이 나온다. 마치 근거 4에서 영화 연출 방식과 현실의 제작진들, 그리고 RMF를 묘하게 결합시킨 것처럼. 엠마 스톤이지만 실제 이름은 에밀리 스톤이고 본인은 에밀리라고 불리는 걸 더 선호한다. 인터뷰를 보니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에서 함께 작업한 배우들은 엠마 스톤을 에밀리라고 부르더라.



정리해보면 감독은 R.M.F.를 여러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게 의도적으로 설정한 듯 합니다. 챗GPT나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하나마나한 해석은 굳이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감독이 '친절(?)'하게도 영화의 여러장면에서 준 힌트들을 모아 제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R.M.F의 R.은 첫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 (레이먼드, 로버트) 각각의 이니셜이고 두번째 M.은 마거릿 퀄리(이 역시 M으로 시작한다)의 역할로 나오는 Martha의 M이며 세번째 F.는 Emily(엠마 스톤의 본명)의 E에서 밑에 작대기 하나를 날린 것이고 동시에 패밀리라는 발음도 연상되도록 합니다. R.M.F. 라는 이니셜는 특정 인물이나 특정 의미를 지칭하는게 아닙니다. 그보다는 일정 그룹의 사람들(배우들, 제작진들, 감독의 실제 친구)과 함께 패밀리(가족)라는 개념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중의적으로 해석됩니다. 또한 부려지길 원하는 '개'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개도 패밀리(가족)으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배우들도 어떻게 보면 감독의 디렉팅대로 통제당하는 역할이지만 감독도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그런 배우를 필요로 하죠. 이 영화의 주제곡(?)인 sweet dreams 의 가사가 다시 떠오릅니다. 누군가는 부리길 바라고 누군가는 부려지길 바라죠. 정말 중의적인 것에 미친 감독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연출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대단한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4. 왜 물인가? 물 없는 수영장에 왜 뛰어드는가? 에밀리의 남편은 왜 그런 짓을?
그럼 이제 마지막 세 번째 에피소드 입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앞서 두 에피소드의 종합판 같은 역할을 합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살려면(And) 자아를 죽여야(End) 함을 보았고(R.M.F. 죽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고양이처럼 자유롭게 살면 죽는 것을 보았습니다(R.M.F. 날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앞서 두 개의 에피소드에서 나왔던 상징과 은유들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물은 음식(샌드위치)처럼 살기위해서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하지만 에밀리는 이 물에 짓눌려 자유롭게 날지 못합니다. 에밀리 꿈의 회상장면에서 수중발레하는 여자(아마도 루스)가 물에 짓눌려서 올라오지 못하는 에밀리를 구해줍니다. 이 때 물속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장면은 날아다니는 것의 은유적 표현입니다. 날개를 가진 펭귄이 공기중에선 날지 못하지만 물 속에서는 훨훨 나는 '새' 다운 모습을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날면(자유) 죽어야 한다는 모티브는 두 번째 에피소드에 나와 있고 사람은 누구나 물없이는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루스는 물 없는 수영장에 뛰어들지만(에밀리의 꿈속에서 루스가 날고 있었던 것처럼) 결과는 죽습니다. 그리고 날면 죽는다는 모티브는 영화의 결말 부분에도 변형돼서 등장하죠. 영화의 결말부분이 왜 그런식(~삐 처리 - 스포방지용)이냐면 날면 죽기 때문입니다.
R.M.F. 는 개라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R.M.F.의 부활은 이제 설명이 됩니다. 사람은 의사가 살리고 개는 수의사가 살리죠. 루스의 직업은 수의사입니다. 삶을 계속 이어가게(And) 된 R.M.F.는 결국 샌드위치를 먹습니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의 제목이 R.M.F.가 샌드위치를 먹다. 입니다.
그리고 에밀리 남편의 행동은 다음 이미지로 설명이 됩니다. 앞서 <송곳니>의 대사나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에서 고양이가 묘사되는 방식으로 볼 때 고양이는 위험한 동물입니다. 에밀리와 남편의 양쪽에 개와 고양이의 이미지를 중첩시킨게 보이시나요. 이런 식으로 감독은 자신의 의도를 드러냅니다. 에밀리의 남편이 위험한 행동을 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에밀리는 개고 남편은 고양이라는 의미입니다.)
그 밖에 소소한 디테일들

-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남편의 역할로 등장한 조 앨윈은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수집품 감정사로, 두번째 에피소드에서 손에 총맞는 청년으로 나온다(눈치채셨나요?). 다니엘은 고양이(리즈의 은유)랑 같이 살지만 고양이를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세번째 에피소드에서 고양이로 은유되는 조 앨윈을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총으로 쏴버리는 것이다.

- 첫 장면에서 마가렛 퀄리가 처음 등장할 때 카메라는 발밑에서부터 하반신을 훑으며 올라가는 무빙을 보인다. 이 때 자세히 살펴보면 마가렛 퀄리의 왼쪽 발목에 조그만 타투자국이 보인다. 왼쪽 발의 상처 혹은 흉터는 이 세 에피소드에서 남에게 부려지는 인물 혹은 개가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모티브이다. (나만의 뇌피셜이 아닌가 싶어 인터넷에 마가렛 퀄리의 왼쪽 발목 사진을 다 뒤져봤지만 타투는 발견하지 못했다.)
-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마가렛 퀄리가 연기한 루스는 자유로운 사람으로 은유되고 R.M.F.의 M은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마가렛 퀄리(Martha 역)의 M이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자유의 상징으로 나오는 고양이의 이름 또한 M으로 시작하는 몬티이다. 고양이도 개처럼 우리가 키우는 패밀리(가족) 같은 존재이다.

-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에밀리가 앤드류의 잠꼬대를 설명하면서 '배, 같이, 오미, 발' 이란 단어를 쓴다. 배나 발은 인간이 개에게 쓰는 단어이다(한국어로는 손~).

-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로버트가 리타의 집에 초인종을 누르는 장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현관의 밝은 프레임 화면 왼쪽 아래 '개'의 형상을 발견할 수 있다.
티테일들을 알고나면 엄청나게 재밌고 친절한 영화 <카인드 오브 카인드니스> 저만의 해석 글이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친절의 종류는 여러가지겠지요. 혹시나 이 영화를 보다가 이해안되는 부분이 있으면 참고해 주셔요~
(글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디즈니플러스이고. 이미지들의 모든 권한은 디즈니 플러스와 서치라이트 픽쳐스에 있습니다.)
영화내용에 대해서 더 자세히 쓰려다가 너무 스포인거 같아서 자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