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로보캅: 로그 시티'라는 1인칭 슈팅 게임이 나왔고, 최근엔 'unfinished business'라는 스탠드얼론 확장팩이 나왔습니다. 객관적인 게임의 완성도와 별개로, 역시 최근에 나온 인디아나 존스 게임과 함께 팬서비스 게임은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모범입니다.
게임 이야기는 좀 뒤에 더 하고, 게임을 하다 보니 1987년 원작 로보캅이 다시 보고 싶어졌고, 이미 수없이 본 영화인데도, 다시 봐도 처음부터 최고의 라스트씬("Murphy.")까지, 연기/각본/연출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21세기에 나온 리메이크 영화도 자유의지에 관한 내용을 흥미롭게 다루는 등 과소평가된 수작이라 생각합니다만, 1987년 원작에 비빌 건 못되지요.
이하, 1987년 원작과 최근 게임의 감상을 늘어놓아 봅니다.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뒤로 가기를 누르시고 원작 영화부터 찾아 보세요. 아무 것도 모르고 보시는 게 더 좋고, 영화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저희 삼촌께서 원작 영화를 80년대에 극장 개봉할 때는 미처 못보시고 나중에 비디오로 보셨다고 하더군요. 이게 전화위복인 것이, 어쩐 일인지 한국 비디오는 이 무지막지한 영화가 무삭제로 나왔다고 합니다.
유럽 출신 감독 폴 버호벤을 기용한 덕에 헐리웃 스타일과는 전혀 다른 폭력 묘사를 보여주는데, 지금 봐도 식겁할 수준입니다. 특히 주인공이 죽는 초반 장면은 산탄총으로 손을 날리면서 시작해 살점이 덜렁덜렁거리며 난사당하는 게 충격적이란 말밖에 안 나옵니다. 지금 와서야 만화처럼 과장된 폭력묘사네 어쩌네 하지만 당시엔 그냥 무시무시한 거였어요.
이게 단순히 자극만을 위한 것은 아닌 게, 주인공이 얼마나 비참하게 죽는가가 이후 전체 영화를 지탱하는 데 굉장히 중요합니다. 스토리상 필요한 잔인한 장면의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최종 결전에서 화학약품에 녹아내리는 악당 같은 건 많이들 기억하시겠지요.
영화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DVD 커멘터리였던가 여러 층(layers)이 있는 영화라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습니다.
이게 그냥 유치하거나 평범한 액션물이나 특촬물이 될 법한 시나리오인데 손꼽히는 SF 걸작이 된 드문 케이스입니다. 폴 버호벤 감독조차도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던져 버렸는데, 그 부인이 가능성을 발견하고 맡으라고 설득했다고 하지요. 자고로 와이프 말을 잘 들어야 합니다 흠흠... 제작 과정에서도 로보캅이란 유치한 제목을 듣고 사람들이 키득거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저도, 아니 삼촌이 처음 보셨을 땐 이 영화를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들고 한국에서 치킨 광고(윙~치킨)까지 나오게 한 로봇 액션에 집중했습니다만, 나이 먹어가면서 다시 볼 때마다 다른 부분이 눈에 뜨입니다. 이런 면에선 감히 '대부'와 비견할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봇/사이보그가 나오는 SF 영화이기도 하지만, 죽은 자가 돌아와 복수하는 고전적인 플롯이기도 하고, 비인간적인 개조를 당한 주인공이 인간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결론을 못박아 버리긴 하지만 자아 연속성의 문제도 나옵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경찰마저 민영화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이고, ED-209(로보캅과 함께 시리즈의 아이콘인 멍청한 큰 로봇입니다)와 로보캅 프로젝트 자체가 대기업 내의 권력 다툼과 기업 정치 드라마의 부산물이기도 합니다.
대단한 게, 액션에만 집중하지 않고 2시간이 안되는 러닝타임 내에 세계관과 여러 드라마적 요소를 정말 잘 녹여냈어요.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딱 좋은 수준입니다. 로보캅이 된 주인공이 자기가 죽은 줄 알고 있는 가족들에 대해 "'느껴지긴 하지만 기억이 안나"라는 장면 같은 건, 좋은 연기와 맞물려 애 아빠 입장에서 정말 가슴이 미어집니다.
나이 먹을수록 OCP 회사 내의 중역들이 서로 물어뜯는 게 재미있기도 한데, 특히 ED-209 프로젝트를 주도한 딕 존스가 그 헛점을 노려 로보캅 프로젝트로 출세하려는 밥 모튼과 대적하는 화장실 씬은 총쏘는 장면들보다도 무섭고 긴장감이 넘치는 명장면이고 명연기입니다. 영화처럼 노골적이지 않을 뿐, 사회생활하면서 저런 것들 보시잖아요?

(ED-209)
이번에 다시 보면서 최근의 세태와 맞물려 흥미로웠던 부분은, ED-209나 로보캅 자체가 인간 경찰을 대체해 경비 절감을 하려는 대기업의 제품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영화 내에서 로보캅이 가장 심하게 파괴되는 부분은 의외로 ED-209나 악당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SWAT 팀을 위시한 인간 경찰에 의해서입니다. 앞에서 로보캅이 SWAT 팀장으로부터 언론의 관심을 빼앗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로보캅 파괴에 바로 그 SWAT 팀장이 앞장서 일제사격을 명령합니다. 분명히 우연이 아니라 의도적인 연출이더군요. 인공지능과 일자리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인 지금 보니 정말 시대를 앞서 내다본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영화를 다시 보게 만든 Robocop: Rogue City 게임 얘기를 잠깐 해보지요.
둠이나 콜 오브 듀티 같은 1인칭 슈팅 게임 (FPS) 장르이고, 막간을 이용해 제 예전 글 링크도 끼워 넣습니다. ㅎㅎ
https://www.clien.net/service/board/use/16053543CLIEN
일단, 객관적으로 잘 만든 게임인가 하면 애매합니다. 타격감은 굉장히 좋고 그래픽도 필요한 수준은 됩니다만, 아주 혁신적인 면모는 없고 무엇보다 버그가 너무 많아 아예 실행이 안되거나 튕기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튕기는 걸 감내해 가면서 끝까지 플레이했고, 바로 2회차에 들어갈 정도로 정말 재미있게 했습니다. 이게 참 흥미로운 게, 다양하지 못한 움직임 등 좀 부족하고 촌스럽거나 시대에 뒤처진 부분이 보여도 아이러니하게 그게 더 로보캅에 딱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작사가 자신들의 한계를 잘 알고 영리하게 만든 것 같아요.
스토리도 굉장히 좋고, 세계관이나 연기/대사도 딱 영화의 디트로이트에서 나온 것 같으며 (영화 주연 피터 웰러가 직접 더빙을 했습니다), 경찰서 등 영화에 나오던 장소들이 그대로 재현이 되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소소한 컴퓨터 화면까지도 똑같습니다. 영화의 유명한 '고자샷'이 헤드샷처럼 치명타 부위로 나오는 데서 뭐 말 다 했지요. ㅎㅎ 원작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화면 밖으로 철철 넘쳐 흐릅니다.
특히나 1인칭 시점을 채택한 게 신의 한수인데, 영화에 등장하는 로보캅 시점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고, 머피의 생전 기억들이 튀어나오는 것까지 직접 경험하고 감정이입하게 됩니다.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게임이 그냥 총질 액션에만 신경쓰는 게 아니라 영화 주인공의 고뇌에 정성들여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어요.
요약하자면, 최고의 게임은 아니지만, 단연 최고의 프랜차이즈 게임 중 하나입니다.
스탠드얼론 DLC인 Unfinished Business는 영화판 '드레드'처럼 구룡성채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큰 건물 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데, 어설프던 개발사가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물건입니다. 이런 식이면 차기작은 정말 굉장한 게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여전히 기술적 문제는 심각합니다. 그래도 생전 머피나 ED-209로 플레이하는 파트도 나오니 원작 팬 입장에선 단점들은 무시 가능합니다. ㅎㅎ
와~ 그 충격은 정말.... 모든 대사가 1주일 동안 잊혀지지가 않더군요.
경찰업무를 기업이 수행한다는 설정에 충격을 먹었었죠.
신작(? 스텐드얼론 확장판이군요.)이 나왔다길래 망설였는데, 한번 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빠릿빠릿한 요즘 FPS 에 비해 어설픈 동작은 원작 같아 저도 마음에 들었어요
오랫만에 게임으로라도 다시 느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그 이후에 그 정도로 재미와 독창성을 갖춘 임팩트 있는 영화들을 못봤네요.
그 시절에 극장에서 그런 영화들을 본게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전 개인적으로 2를 좋아합니다
2편에서 파트너 여성 경관의 활약이 눈부셨는데 3편에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3편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픽션이지만 이익에만 눈이 먼 기업이 어디까지 타락하는가를 잘 보여주었고, 액션영화로서 cg는 아쉽지만 제트팩 달고 날아다니는 로보캅은 못 참습니다.
이익에 눈 멀고 법과 도덕은 없는 기업들은 2025년에도 한국에, 세계에 여전히 존재하니까요.
영화는 20세기 영화중 최고 작품 반열에 든다고
자신합니다.
한 20번은 넘게 본 듯하네요. 역시 87년 1편이 최곱니다.
넷플릭스에 있는 영화 다큐
우리가 사랑한 영화 중 한편이 로보캅입니다.
영화 메이킹과 비하인드를 재밌게 꾸며 놓은
다큐인데 로보캅 팬이시면 꼭 보세요.
Thank you for your cooperations
어릴때 “너 그거 봤어? 빽투더퓨처투 로보 카~~ㅂ 투!!” 하면서 침튀기기 놀이했던게 생각 나네요.
뭔 고증악귀가 씌었는지 ㄷㄷㄷ
처음에 그 브금 땜에 뽕받은 상태에서 경찰서 인테리어, 사격장 씬, 직원들간의 티키타카라든가...
동네 미션들도 그렇고 딱 'TV드라마로 롱런했으면 나왔을 법한'느낌이 물씬 나서 개인적으로는 회차 플레이까지 했습니다.
* 무한 권총연사 버그는 사랑입니다!
로보캅1과 터미네이터1, 에일리언1,2 를 저는 제 인생 최고의 영화로 꼽습니다.
그리고 게임은 말씀하신 로그시티는 못해봤지만, 인생 최고 게임 중 하나로 이걸 꼽습니다. 1988년 아케이드판 로보캅..
아케이드 게임은 못해봤는데 명작이라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