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y of the Jackal (2024-)
https://www.imdb.com/title/tt24053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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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프레더릭 포사이스(1938 ~ )의 1971년작 스릴러 소설 <자칼의 날>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 드라마를 보고 있다. 각각 1973년과 1997년에 영화로도 두번 만들어졌는데, 명작과 망작의 대조가 아주 두드러진다. 다른 것 다 떠나서,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 하드>의 맥클레인 역에는 어울려도 자칼 역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오가면서 <크로스>도 보았는데, 어이 없는 기본 설정, 특히 살인마 설정과 개연성 없는 세부 줄거리 등 무려 20%가 부족한 <크로스>에 비해 <자칼의 날>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 세밀하고 극적이고 설득력 있다. 특히 자칼의 형상화가 뛰어나다. <크로스>와 같이 악당과 대결하는 또 한명의 주인공이 흑인인데다 여성이기까지 한데, <크로스>에서는 원작 소설에서도 흑인인 것과는 달리 <자칼의 날>의 원작 소설에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여성도 아니다. 이런 경우를 최근 몇년 간 한 두번 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PC적 배려라고 생각한다. 넓은 맥락에서 보면, 이 배려는 기만이다.
<자칼의 날>이 시청자들에게 주는 즐거움의 절반은 자칼의 프로페셔널리즘이 주는 즐거움이다. 그런데 암살이라는 자신의 직무를 수행하는 데 불가피할 경우 누구든 인정사정 없이 죽여대는 인물에게, 아무리 감탄스러운 직무 수행 능력을 지녔다 한들, 어떻게 매료될 수 있을까?
자칼은 살인 자체로부터는 아무런 쾌감도 느끼지 못 한다.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데서 어떤 지적 쾌감과 성취감을 느끼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런 감정 없이 오직 돈만을 위해 사람을 직업적으로, 실로 사무적으로 능숙하게 죽이는 자칼은 은유다. 이 세계의 가장 특권적인 계급은 유능한 하수인들과 시스템들을 통해 실제로 사람들을 그렇게 죽이고 있다. 그들은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아니다. 자칼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것으로 그 매료가 다 설명되는가? 더 '넓은' 이유는 없는가? 혹시 자칼의 프로페셔널리즘은 프로페셔널리즘 일반 - 아도르노라면 '도구적 이성'이라고 말했을 것 - 의 과장된 은유는 아닌가? 아니면 나는 그냥 사람들이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동료인 존재에 의해 그렇게도 쉽게, 그렇게도 사무적으로 죽임을 당하는 모습에서, 자연의 '무심한' 폭력과 강압에만 내맡겨져 있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스스로의 '무심한' 폭력과 강압에도 내 맡겨져 있는 인간의 이중적인 존재론적 -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존재론적 - 취약함을 읽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