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소식이 있어 클리앙에 나누고 싶어 키보드를 두들깁니다. 제 책이 나왔습니다. 클리앙에서 인연이 닿은 출판 제안에 대한 설렘부터 이후 지난한 집필과 퇴고를 거쳐 하나의 책이 나왔습니다. 하나의 책을 만드는 과정은 어려우면서도 결과물을 볼 땐 나름의 흐뭇한 감정이 있습니다. 작년부터 집필을 시작했는데 초고 작성이 밀리고 퇴고도 몇 차례 진행하면서 결국 지난 달에 책이 출판 됐습니다.
제안
출판까지의 스토리를 말씀드리면 브런치와 클리앙에 제가 하고 있는 부업에 대한 글을 몇 번 적었습니다. 클리앙 회원이신 출판사 대표님이 제 글을 보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출판을 진행해보시겠느냐 하셔서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작년 5월은 제가 다가오는 것들을 모두 외면하지 않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뭐든 적어야 살 수 있는 사람이었고, 하는 일이 많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해보기로 했습니다.
목차
집필 이전은 목차를 확정하는 단계입니다. 건축할 때 설계도를 만드는 일과 비슷합니다. 이 설계도는 최종적으로 나올 땐 조금 변경되어 완공되기도 합니다. 목차를 보면 대략적으로 책이 어떤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최초에 설정된 목차대로 책이 흘러가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작업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나 그렇듯 워크플로위로 목차를 작성했습니다. 들어가야 하는 내용을 모두 브레인스토밍 하면서 하단에 들어가야 할 내용도 채워넣어봅니다. 그러면 묶을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나옵니다. 그걸 묶으면 하나의 챕터가 됩니다. 저는 강의를 기획할 때도, 하루의 메모도, 책을 쓸 때도 모두 워크플로위를 활용했습니다. 덕분에 꽤 괜찮아 보이는 목차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책쓰기 강의를 들었던 강사분에게 피드백을 한번 받으니 훨씬 더 괜찮아졌고, 출판사와 조율을 하면서 최종 목차를 확정했습니다.
집필
목차 확정 이후는 집필입니다. 항상 느끼지만 머릿속에 있는 지식을 언어로 표현하는 일은 말로 하는 것보다 힘듭니다.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서 말로 해보지 않은 것을 언어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출판사의 방향을 조율하는 일도 집필(보다는 퇴고)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집필은 쉽습니다. 초고 작성 이후에 고치고, 순서를 바꾸는 퇴고의 과정이 진짜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한번에 써서 책으로 나오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몇 사례가 있다곤 들었는데 불가능한 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퇴고 이전의 글은 그저 초안일 뿐입니다. 회사에서 올리는 보고서의 초안이 최종 결재를 받을 땐 완전히 다른 보고서가 돼 있는 것보다는 덜하지만 원고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텀블벅 펀딩
그리고 요즘은 출판 전에 책을 미리 펀딩할 수 있는 텀블벅 펀딩을 진행합니다. 책에 대한 반응을 미리 볼 수 있는 이벤트이기도 합니다. 펀딩을 들어보기만 했지 실제로 제가 해보는 건 처음인데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목표 금액이 있고, 몇프로 달성하는지 지켜보는 과정이 재밌었습니다. 목표 금액을 상회하는 금액이 펀딩됐습니다. 지인 분들과 제 강의를 들으시는 분들도 많이 참석하셨고, 실제 출판일 전에 책이 배송되었습니다.
출판
그리고 4월 책이 나왔습니다. 출판 직전은 인쇄 단계입니다. 책의 레이아웃과 컨셉, 표지 이미지도 고릅니다. 제 의견이 100프로 반영되는 건 아니지만 회사에서보다는 많이 반영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습니다. 저와 출판사 대표님의 의견과 디자이너분의 의견을 참고하여 최종적으로 반영했고, 제가 처음 마음에 들었던 이미지의 시안으로 결정되어 출판이 됐습니다.
출판되고 나니 책이 배송됩니다. 작가에겐 20권의 책이 주어집니다. 이전 출판 땐 10권 정도 받은 것 같은데 많이 주셔서 푸짐했습니다. 지인들과 제 강의 수강하시는 분들에게 증정 용도로 사용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예스24 들어가면 판매량과 지수가 나옵니다. 최근에 출판사 대표님이 전화 오셨는데 폭발적으로 팔리진 않지만 순항 중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책에 들어간 인건비, 인쇄비는 벌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여기저기 열심히 홍보하고 있습니다.
감상
첫번째 책이 아니지만 책을 적으면서 느끼는 점은 이걸 내가 다시 할 수 있을까입니다. 목차를 짜는 일부터 시작해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혹은 없던 생각도 해내서 쥐어짜는 시간은 소진과 생성이 함께 오는 시간입니다. 소비가 익숙한 삶에 뭔가를 생산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만큼 괴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삶의 족적을 어떤 형태로든 남기는 것은 의미있는 일입니다.
클리앙을 통해 인연이 되어 제가 빠져있는 주제에 대해서 책을 내게 됐습니다. 앞으로 또 어떤 걸 남기고 싶을진 모르겠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가다보면 어딘가 좋은 곳에 닿고 또 남기고 싶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글을 보고 인생에 흔치 않은 기회를 주신 출판사 대표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글쓰기는 스크리브너 쓰셨나용?
(쓸데없는게 궁금하네요)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9305598YES24
잘 판매되시길 포스로 기원합니다.
저는 전에 출판 제안받아 GPS 관련 내용으로 목차까지 적었다가 더 진행 못하고 그만둔적이 있네요 ㅜㅜ
지금은 그런 열정이 없어서 출판하는 일은 없을것 같아요 ^^
http://www.yes24.com/Product/Goods/109305598YES24
대박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