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년전 연말에 아마존에서 직구한 512GB SSD의 용량이 슬슬 부족해지고 있을 무렵...
블프를 맞아 1TB급 SSD가 저렴한 가격에 많이들 나오고 있어서 슬슬 업그레이드 기회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NVMe SSD도 SATA SSD 못지 않게 싸게 나오고 있길래, 한번 NVMe SSD를 사 볼까 생각도 들었지만,
현재 제 시스템은 H77보드를 쓰고 있어서 M.2 슬롯 자체도 없고, 어찌어찌 연결을 한다 하더라도, NVMe 단독부팅이 안됩니다.
그러나 어디선가 바이오스를 개조하면 NVMe 부팅이 가능하다는 글을 보고,
일단 1TB M.2 NVMe SSD를 지르고 바이오스 개조를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먹게 됩니다.
마침 장터에서 HP EX920 1TB 모델을 배대지 주소변경으로 파시는 분을 통하여 좋은 가격에 제품을 구할 수 있게 되어서,
본격적으로 NVMe 부팅을 시도해보기로 합니다.
먼저, 메인보드에 M.2 슬롯이 없기에 M.2 슬롯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알리에서 M.2 - PCIe 변환 아답터를 찾아보던 도중...
이러한 깔쌈한 제품을 발견하여 주문하고,
최대한 빨리 받기 위해 알리를 쓰면서 난생 처음으로 무려 2달러를 더 내서 등기우편으로 주문했는데......
별로 급하지 않아서 무료배송으로 주문한 다른 제품은 배송비도 안냈는데 판매자가 맘대로 등기로 보내더니 1주일만에 도착하는 와중에,
이 제품은 빨리 쓰고 싶어서 돈까지 더 내고 등기로 주문한 주제에 배송에 무려 3주가 넘게 걸리더니...
게다가 도착한 제품은....
알루미늄 방열판이라고는 온데간데 없이 PCB와 서멀패드만 덜렁 오더군요....
배송도 늦은데다가 물품도 제대로 오지 않은 상황에 빡이 친 저는 곧바로 셀러에게 dispute를 걸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4.85불의 가격+배송비 중 무려 3불의 환불을 얻어내게 됩니다.
방열판이 없는게 조금 마음에 안들긴 하지만, 뭐 여튼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아니니 제품은 그냥 사용하기로 하고,
이제 다음차례로 NVMe 부팅을 위해서 메인보드 바이오스를 개조해야 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https://www.clien.net/service/board/lecture/11233509CLIEN
이 글의 중간에 있는,
https://www.2cpu.co.kr/bbs/board.php?bo_table=lec&wr_id=2116
이 링크를 참고하여 바이오스를 개조하게 됩니다.
그런데, 설명을 따라 하던 중, 설명에는,
이렇게 나오는데, 제 바이오스는,
이렇게 나오더군요...
뭐 free space나 padding이나 비슷하겠지 뭐...하는 생각으로 그냥 pad-file 위를 선택하고 설명대로 진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저장된 바이오스 파일을 다시 불러오니,
이렇게 설명과 같이 volume free space로 바뀌어있길래, 아 잘 되었구나 하고,
뭐 설마 보드가 사망하진 않겠지 하고 그대로 바이오스 플래싱을 진행하게 되는데....
그 결과.....!!
그렇게 제 메인보드는 마법같이 벽돌이 되었고,
제 컴퓨터는 불과 5분전만해도 현대문명의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였지만,
이제는 더이상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그저 전기만 쳐먹을 뿐인 금속과 각종 무기물이 뒤섞인 덩어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루정도 절망의 시간을 가진 뒤, 메인보드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하고 검색을 해 보니,
1. 바이오스 플래싱이 가능한 수리점에 맡기기 - 3-4만원정도
2. 바이오스 플래싱 대신 해 주는 개인한테 맡기기 - 2만원정도
3. 메인보드 중고로 바꾸기 - 2-5만원
의 옵션이 있더군요...
그러나 바로 얼마전에 2테라 하드를 중고로 3만원에 팔면서 꽁돈이 생긴걸 기뻐하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저 돈을 주고 살리기엔 너무 돈이 아까운 생각이 들어 조금 더 방법을 찾아보던 와중에,
MSI의 메인보드에는 듀얼 바이오스 기능이 거의 없는 대신, 바이오스가 맛이 가면 손쉽게 바이오스를 살릴 수 있도록,
JSPI1 라는 핀헤더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 요즘엔
CH341A라는 무려 4천원짜리 롬라이터도 등장한 사실을 발견하여, 배송료 포함 약 6천원 가량에 컴퓨터를 살릴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됩니다.
그러나 그 앞길이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으니...
일단 저 JSPI1 이라는 헤더는 다른 헤더들이 2.54mm의 피치를 가지는것과는 달리 2.00mm라는 더 작은 피치를 가져서,
일반적으로 널려있는 수많은 2.54mm용 점퍼핀들을 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출처 : https://cafe.naver.com/oldsell/29143 )
이런식으로 쌩쑈를 해 가면서 연결을 해야하는데....
제게는 저렇게 연결하기 위한 마땅한 부품이 없는 줄 알았는데.......
그런데 정말 다행이도 도대체 제가 이걸 왜 샀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예전에 산 usb logic analyzer라는 제품에 (물론 이건 사놓고 한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같이 딸려온 동그라미 친 부품을 사용하면,
이런식으로 조밀한 다리에 연결을 할 수 있고,
또 도대체 언제 왜 샀는지 모르겠는데,
예전에 구입한 아두이노의 주변기기인 grobe라는 제품의 모듈간 연결 케이블이 2mm 간격에 4핀짜리 규격이라,
이 둘을 조합하여 어찌어찌 8핀을 롬라이터에 연결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쌩쇼를 해 가며 롬라이터에 선들을 연결하고 플래싱을 하려는데......
계속 저렇게 에러가 뜹니다......
원래 정상적으로 잘 연결이 되면,
이런식으로, 모델명등등 각종 정보가 다 떠야 하는데,
아무리 다시 시도해봐도 아무리 핀 상태를 확인해봐도 아무 문제가 없이 잘 연결이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인식이 안되는겁니다.......
그렇게 한두시간쯤을 씨름 하던 무렵, 어느 순간 갑자기 인식이 되었는데, 인식이 안되던 원인은, 메인보드에 전기가 안들어가게 전원선을 아예 빼두면 인식이 안되고, PC의 전원을 켜진 않지만, 전원을 누르면 PC가 켜질 수 있는 상태에서 연결을 해야 인식이 되었습니다.
즉, 롬라이터를 통해서는 바이오스 롬에 전원이 공급이 안되는 상황이었던거고,
파워서플라이를 통해서 바이오스에 전원을 공급해줘서 칩을 동작시키고, 롬라이터는 read/write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던것이지요.
제가 본 다른 가이드들에서는 모조리 다 전원 차단은 물론 메인보드 배터리조차도 연결하지 말고 플래싱하라고 나와있던데 도대체 뭐때문인지........
저 JSPI1이라는 핀헤더는 공식적으로 사용방법을 지원을 하거나 하는 단자는 아닌지라,
그냥 내부 핀배열이 좀 다른게 아닐까 싶을뿐입니다.
여튼 드디어 인식이 되어서 신나는 마음으로 플래싱을 하고 재부팅을 하는데......
여전히 부팅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컴퓨터를 살려야만 한다는 일념하에 그렇게 또 30분가량을 고민하던 끝에 문득 떠오른 사실은,
바이오스와 같은 플래시 메모리는 원래 바로 쓰기를 하면 안되고, 꼭 erase를 하고 난 다음에 write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떠올라,
다시 한 번 심기일전하고 erase - write - verify를 풀코스로 진행을 하니.....
드디어 컴퓨터가 살아났습니다 ㅠㅠㅠㅠ
그렇게 어찌어찌 컴퓨터를 살리긴 했지만, 여전히 NVMe부팅은 안되는 상황으로 돌아왔는데,
그래도 NVMe로 바로 부팅하는것을 포기할수는 없고, 게다가 롬라이터도 있으니 또 벽돌이 되도 살릴수도 있겠다 해서
다시한번 바이오스 개조를 시도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시 관련 자료를 찾다 보니,
UBU가 아니라 mmtool이라는 바이오스 제조사에서 만든 공식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개조하는 절차가 있더군요.
그래서 여기 적힌대로 따라하니.........
바로 됩니다...........
뭐 절차를 쓸 것도 없이 저 링크에 있는대로 그대로 따라하니 아무런 문제도 없이 정확히 잘 동작하더군요 ㅠㅠㅠ
내 일주일을 돌려내..............
여튼 위와 같은 매우 복합적인 삽질의 결과로 현재 H77보드를 쓰며 NVMe SSD에서 바로 운영체제로 부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이그레이션은 HP는 별다른 마이그레이션 툴을 제공하지 않아 macrium reflect free를 이용하여 진행했습니다.
다만, 하스웰 이전의 인텔보드는 그래픽카드를 위한 슬롯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슬롯의 PCIe 버전이 모조리 2.0이라,
요즘 제품들의 대역폭의 절반이고, 그래서 이렇게 어찌어찌 NVMe SSD를 연결한다 하더라도 제 성능을 다 뽑을 순 없고,
아래와 같이 순차 최대 속도가 제품 최대 성능의 절반 정도밖에 안나옵니다.
하지만, 그래도 SATA SSD의 두세배쯤 되는 성능이고,
NVMe SSD가 대체로 SATA SSD에 비해 랜덤 성능도 전반적으도 더 낫기때문에 눈꼽만치 반응속도가 조금 빨라진 것 같습니다.
삽질 타임라인
2018-11-30 - EX920 SSD, PCIe-NVMe 컨버터 구입
2018-12-08 - SSD 수령
2018-12-21 - 컨버터 수령, 메인보드 벽돌됨, 컨버터 알리에 dispute 걸음
2018-12-24 - 롬라이터 구입
2018-12-27 - 롬라이터 수령&메인보드 복구
2018-12-30 - 알리 dispute 부분환불 판정
한줄요약 : NVMe 부팅 개조는 mmtool을 써서 하세요. 안그러면 당신의 메인보드 벽돌로 대체되었다.
ps.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MSI는 듀얼바이오스같은걸 잘 제공 안하는 대신, 바이오스를 플래싱하지 않아도 USB 메모리에 테스트할 바이오스 파일을 넣은채로 부팅하면 내장된 바이오스 대신 USB메모리에 있는 바이오스 파일로 바로 부팅을 하는 흠좀무한 기능을 제공합니다............즉...애초에 테스트를 할 때 이 기능을 통해서 테스트를 했으면 메인보드가 벽돌이 될 일도 없었다는거......... 그리고 이 기능은 메인보드가 벽돌이 된 다음에는 동작하지 않습니다..............
NVME를 써보면 사실 SATA랑 별 차이 없다는게...
수십기가되는 대용량 파일을 한꺼번에 복사하는거 같은게 아니라면 SATA3 SSD랑 NVME SSD랑 체감은 큰 차이 없더라구요.
그런데 만일 원래 쓰던게 삼성 프로라인이었으면 체감차이는 크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운동 제대로 되셨을 것 같습니다. ㅎㅎ
다 그렇게 실력이 늘어가는거죠. ㅎㅎ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래서 남자의 수명이 짦은건가 ㅠㅠ
대단하십니다 ㅋㅋ
고생 하셨습니다.
...같은 자취생 요리법을 본 기분이네요.
1TB NVME 를 쓰시는분께서 엄청 돌아서 먼길 가셨네요 ㅋㅋ
저도 이번 블프에 1TB NVME 사서 이제야 셋팅하고 잘 쓰고있어요
그놈의 부트로더가 엉뚱한데 깔려서
트윅 윈10 에서 포르자가 안되서
등등 윈도만 3번 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