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함께 시켰던 맥주와 한 컷)
1) 먹게된 계기
주말출근 하다가 허기져서 신세계푸드 건물 1층에서 운영중인 테스트키친에서 햄버거나 까먹을까 하고 갔는데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여기 존맛)
어쩔 수 없이 길건너 식당 좀 있는 블록에서 뭐 먹을까 방황하는데, TV에서 익숙한 곳이 있더군요. 그 샐러드집이었습니다. 거기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또 마침 옆에 입간판도 있네요.
베트남 쌀국수 6000원
'아 샐러드집 옆에 쌀국수집이 있나보구나, 생각보다 가격도 만만하네' 하고 가까이 갔는데 쌀국수집이 안보여서... 혹시나 하고 샐러드집 안을 보니, 사장님이 쌀국수 만들고 계셨습니다 ㅎㅎ 메뉴가 바뀌었습니다.
2) 먹은 소감
주말 벌건 대낮에 방문했는데 제가 이날 마지막 손님이었다고 합니다. 육수를 조금만 마련해 놨었다네요. 토핑도 소고기만 가능.
원래 이 동네가 사무실 위주라 주말장사는 거의 포기해야 하긴 합니다.
(방송 보면서, 직장인 장사 하는 곳인데 저런데서 만원짜리 샐러드를 왜 팔고 있었을까 답답해 했었어요. 게다가 단체로 점심을 함께 하는 직장인들 특성상 샐러드는 함께먹자 권하기도 힘든 메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파스타를 겸하셨었나 봅니다.)
결론 먼저 쓰면 저는 맛있었습니다.
한국식 퓨전 베트남 쌀국수라고 하네요.
한국식 퓨전이라니........ 처음에 그 얘기를 듣고선, 그냥 미스싸이공 같은 맛이겠거니 하고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진짜로 한식같은데 베트남 쌀국수 느낌이 동시에 났습니다.
육수는 닭육수였구요. 점도가 좀 높았습니다.(제가 마지막 손님이라 육수가 졸아서 그럴지도?) 보통 쌀국수의 닭육수는 뼈와 살 위주로 우려 깔끔하게 끝내는 반면에 얘는 그냥 닭을 그대로 끓였는지 삼계탕 느낌(닭껍질의 영향이 큰 듯)이 나서 더 한식같았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동남아소스로 맛을 곁들였는데, 다른 한국식 쌀국수집보다는 베트남 본토맛에 더 근접해 보였구요. 되게 신기한 조합이었는데, 생각보다 정말 잘 어울리고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필요하면 더 넣으라고 피쉬소스를 별도로 줍니다. 비릿함을 극도로 싫어하지만 않으면 쌀국수맛을 위해 추천합니다. 고수도 물어보시는데, 좋아한다고 하니 많이 넣어주셨습니다.
일단 맛있었구요, 양 역시 적당... 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푸짐했습니다.
분명 그릇크기는 보통사이즈니 양이 보통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훼이크 입니다. 속에 면 외의 건더기가 꽉 차있습니다. 어쩐지 잘 안비벼지더라ㅋㅋ(나쁜 표현 아님) 특히 고기가 보통 쌀국수집하고는 비교도 안될 만큼 많네요. 고기도 보통 이런데는 편육같이 얇고 딱딱한 이상한거 많이 주는데, 식감도 괜찮고 냄새도 안났습니다.
오늘 점심때 다시 가서 먹어보았습니다.
어젠 남은걸 한번에 많이 주시고 육수도 졸아서 진한게 맞았네요. 어제껀 너무 놀라서 칭찬일색으로 쓴 감이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닌 듯 해요.
굳이 찾아가서 먹을 정도인가? 까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근처 직장인이면 찾아가서 먹기엔 충분히 가치는 있어보입니다.
구성은 나름 괜찮았거든요. 맛도 나쁘지 않습니다.
3) 잡생각
기대보다 너무 싸고 많은데 손해 안날까?
정말 기대 눈꼽만큼도 안했는데 의외로 맛있고 양이 많아서 놀랬습니다. 심지어 6천원...
사장님께 이래선 손실날 것 같지 않냐고 여쭤봤더니 다른 손님들에게도 다들 8천원은 받아도 되겠다고 들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백선생님' 께서 3개월동안 무조건 이 가격 지키라고 약속까지 받아가셨기 때문에 올릴 수는 없다고 합니다. 사장님 본인도 걱정이 많으신 것 같더라구요. 자기가 봐도 잘못하다 적자날 것 같다구요. 그래서 박리다매를 이루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배불리 먹고 사무실 돌아오면서 고민 했습니다.
'백종원씨면 알만한 분인데 왜 저렇게 양도 많은데 6천원으로 책정해 준건가? 왜 8천원도 아니고 7천원도 아니고?'
갑자기 아까 제가 이 식당을 방문하게 이유가 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6천원이라서 간거거든요. 아무리 맛있어도 입간판에 7천원이라고 써있었으면 전 안먹었을 것 같았습니다. 4~6천원짜리 베트남 쌀국수 파는 곳이 지금 흔하디 흔합니다. 처음 본 가게에 7~8천원의 모험을 건다는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가뜩이나 위치적으로도 외져서 발걸음도 뜸한 곳이라 고민의 대상이 될 기회라도 생기면 엎드려 절할 일인거죠. 백종원씨는, 기회를 그런식으로라도 잡아서 고객을 늘려가라는 의미로 지도하신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저 부디 나중에 많이만 안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고객이 말했다는 8천원은 솔직히 안팔릴 가격 같아요. 값어치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요.
너무 잔머리가 없으신건 아닐까
옆의 생선구이 가게나, 윤경양식당 카피로 의심되는 ㅍ식당은 잔머리밖에 안쓴다는 대중의 평가가 있는데 반해 여긴 너무 우직하기만 한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밥 먹으면서 했던 사장님과의 대화에서도 자신이 만들려고 했던 샐러드에서 진실함(재료품질 등)을 고객분들이 알아주길 바랬지만 그렇지 못해 아쉬워하는 듯한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의아한 것은 이 사장님은 광고디자인과를 나오셨다는 겁니다. 광고회사 재직경험도 있으시다고 하네요. 그때의 기억을 살려 좀 더 철저한 시장분석과 전략적인 사업운용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ㅠ
이것과 별개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는데요. 그 ㅍ식당에게 카피당했다는 윤경양식당이라는 곳... 우아한형제 마케터 출신이 창업한 회사의 식당 중 하나더군요. 브런치에도 글을 직접 올리시던데 기고된 식당 준비과정을 읽어 보니, 마케터로써의 창의력이 이렇게 빛날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창업을 철저하게 준비해서 단번에 성공하셨더라구요. 그리고 정말 카피당한거라면 억울할만 하다 싶긴 했습니다ㅎㅎ
4) 기타
먹었던 샐러드집(이젠 쌀국수집) 건너편에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근데 달려있는 전등이 많이 익숙하던데, 생선구이집꺼와 똑같았습니다. 왠지 확장하는게 아닐까 싶네요. 요즘 촬영 끝나자 마자 맛이 없다 뭐 그런 후기가 있던데 사실확인차 한번 가봐야 겠습니다.
추가 : 생선구이집 확장한거 맞았습니다.
고등어같은거 제주도산보다 노르웨이산이 훨맛나더라구요
거의 한우1+와 2등급 차이..
가성비는 말할것도 없겠죠
백종원같은 천재사업가라면 더더욱 수입산썼을거같네요
반드시 국산만 쓰라는 의미는 아니었죠
영광 항구로 내려가면서 고등어 제일 유명한 곳 물어보고 노르웨이라고 하니
노르웨이 가자고도 했는데요 뭘
좋은 품질이란게 웃기죠
이번 참여자들 모두 사업전략도 엉망, 그 전에 기본적으로 요리에 자질이 있어야 하는데 시작부터 저 수준이면 길게 봐도 발전의 여지가 그닥 있다는 생각은 안들긴 합니다.
이미 인터넷상에 관련 이야기들이 돌아다니길래 거리낌 없이 써버렸네요...
곳곳에 점심먹기 괜찮은 집들이 있어서 가격경쟁력없으면 힘들꺼같아요.
8천원이면 최근 많이생기는 베트남음식 프랜차이즈 가격에 근접해지는데...
아래 보시면 알겠지만 맛있긴 맛있는데, 근처에 왔다면 좀 추천할 정도이고 이거먹으러 먼 길 올 정도는 아니라는 식으로 추가로 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