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즐거운 온천생활

yoonseungju · · 수정

조회 3,739 · 공감 7 · 댓글 29

온천 좋아하시나요?

자주 가지는 못해도, 저는 온천을 꽤 즐기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 중에 나름 즐거웠던 경험 몇가지를 텍스트로 남겨볼까합니다.

사진이나 그림은 없습니다. 그냥 머리속으로 즐겨주세요 ;-)



1. 최고의 경험

추운 겨울날, 그것도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깊은 산속에 있는 아주 뜨거운 백색 유황온천의 노천탕은 극락 그 자체더군요. 


영하 5도 이하의 날씨에 눈까지 내리는데, 발개벗고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거기에 바람까지 불면, 덜덜덜덜 호들갑이 절로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순간을 경험 하면서도 밖으로 나가는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탕에 앉아 눈 맞으며 한폭의 수묵화같은 풍경을 멍 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잊게 됩니다.


머리카락은 그대로 얼어붙고요 ㅎㅎ

가끔 뜨거운 물을 머리에 끼얹어 주면서 녹여줘야되요. 여러가지 헤어스타일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탕 주변에 쌓인 눈들을 가지고 눈사람을 만드는 건 절대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일이지요.

뜨거운 탕을 싫어아는 아이들도,  시간가는줄 모르고 온천을 즐기게 됩니다.


그냥 극락이 따로 없습니다. 

모든걸 잊게 해 주는, 이 경험을 몇번이고 다시 누리고 싶어서 저는 매년 겨울이 오면 눈소식을 기다리게 되더군요.



2. 이것이 온천이다

쿠사츠에 오오타키노유(大滝の湯)라는 온천에는 아와세유(合わせ湯)라는 특이한 입욕법과 그를 위한 탕이 있습니다.

온도가 낮은 탕부터 높은 탕까지 순서대로 이동하며 몸을 온천수에 적응시키는 전통 입욕법

이라고 하는 아주아주 뜨거운 온천수가 용출되는 쿠사츠 특유의 방식인데, 

말 그대로 4가지의 온도의 탕을 준비해두고는 서서히 뜨거운 탕에 적응해가는 방식입니다.


처음 보면, 이게 뭐지 싶다가도 한번 경험하고 나면 중독 될 수 밖에 없는 그런 입욕법이더군요.

제일 뜨거운 탕에 들어가면 정말 온몸이 찌릿찌릿 합니다.   고온인데 거기에 특유의 강산성의 천질이 곁들여져서 자극이 엄청나더군요.


그런데 이게 자꾸 생각나는 그런 친구더라구요. 

한겨울에는 아와세유 + 영하의 노천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서 온몸에서 김을 내며 몸을 식히고, 

무한 반복을 하게 됩니다.  극락이 따로 없습니다. 시간이 아주 잘흘러갑니다. 


다른 계절에도 눈녹은 지하수가 만들어낸 10도 전후의 뒷골이 찌릿찌릿한 냉탕을 이용하면 비슷하게 즐길 수 있기는 한데

한 겨울에 루피처럼 벌겆게 익은 피부에서 김 풀풀 내면서 식히는 맛에는 비교할 바가 못됩니다. 


온천을 좋아한다면 겨울을 싫어 할 수 가 없습니다. 



3. 온천과 여행, 온천과 동계스포츠는 찰떡궁합

여정의 끝에는 온천, 저는 이게 필수 코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장시간 운전을 하고 난 다음이라도, 스키장에서 오전내내 땀을 흘리고 난 다음이라도, 

그 여정 끝에 온천이 있다면, 쌓인 피로가 싹 풀리더군요. 


저만 이런건 아닌지, 스키장 가는길에는  온천들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 스키장에는 온천이 병설된  경우도 매우 흔하지요.


새벽 3시에 출발 3~4시간 운전 ->  오후 2시정도까지 스키 ->  온천에 들렀다 귀가

라는 상당히 가혹한 당일치기 여정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도 온천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키장 가는날 한정 오전에는 맑다가 오후에 눈이 내려주면.. 더 좋고요 ㅎㅎ



---

이상입니다. 뻘글도 길게 쓰려니 쉽지 않네요.

점심식사 맛있게 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댓글 29

  1. aiko ·
    풀빌라 수영장 작은사이즈 정도는되는 프라이빗 온천에 가고싶은데 쉽지않더라구요.
  2. yoonseungju · · 공감 1
    @aiko님 그런 곳들은 비용이 만만치 않지요.

    저는 숙박도 잘 안하고, 온천 위주로 즐기고 있습니다 ㅎㅎ
  3. 파란 장미 · · 공감 1
    중독되면 집에서도 욕조에 물 받습니다. ㅎㅎㅎ

    근데. 온천효능이라고 적힌 건.
    거의 그냥 따뜻한 물에만 들어가도 얻을 수 있다는 사실!!

    스키숙박가서.
    매일 스키 달리고.
    저녁마다 온천.
    몇일만 해도. 1년 스트레스가 다 풀리더라구요.
  4. yoonseungju · · 공감 2
    @파란 장미님
    제일 큰 효과는 심리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ㅎㅎ
    온천 특유의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ㅎㅎ
  5. goldcrystal · · 공감 1
    @파란 장미님
    저는 고향이 부산 동래여서 동래온천에 자주 갔고 지금은 대전유성에 오래 살고 있는데 그냥 보통 온수와 온천물은 효과가 많이 다르던데요.
    그리고 유성온천에 오랫동안 온천욕을 하니까 피부가 계속 잘 유지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심리적 효과를 넘어서서요~
  6. 파란 장미 ·
    @goldcrystal님 한국에서는 온천을 가 본 적이 없어 잘은 모르겠구요.

    온천효능이라고 적힌 게 거의 온수욕 하는 거랑 별 다른 건 없다는 건. 일본 티브이에서 보도한 거에요.

    물론 분위기나 특정 온천 성분은 있겠죠.
    유황온천이라든가.
  7. 오준환 · · 공감 1
    쿠사츠가 회사에서 가까워서 정말 많이 갔었습니다.

    전에 고객이랑 온천에 함께 갔더니,
    그 깐깐하고 못된 인간이 '세상에 이렇게 좋은 휴식이 있었네요..'라고 해 하코네에 이어 쿠사츠를 또 갔던 기억이 있고,

    아울러 가족과 함께 쿠사츠에 갔을 때엔,
    갑자기 료칸에서 장화를 빌려줘 초등학교도 안 들어갔었던 딸아이가 온천물 냇가에서 첨벙 첨벙 신나게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막상 온천물이 뜨가워서 딸, 마눌님 둘 다 아무도 탕에 안 들어감 ㅋㅋㅋ)
    그리고 스키도 안타면서 스키장 정상까지 올라가 눈부신 산자락을 본 걸 와이프는 아직도 잊지 못하더라고요.

    회사 선배가 눈이 펑펑 내리는 날 노천탕(로텐부로)에서 온천하는게 본인 꿈이다..라고 했었는데,
    회사 동료와 쿠사츠에 가서 눈이 대차게 오는 날 노천탕에 갔더니,
    얼굴은 눈이 때려 따갑고,
    온천물로 얼굴을 씻으면 물이 산성이 강해 눈이 따갑고.....난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ㅎㅎㅎ



    제가 온천 좋아하는 걸 알고 이번주말에 일본 친구들과 이바라키 온천에 놀러가기로 했습니다.
    엄청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
  8. yoonseungju · · 공감 1
    @오준환님
    저처럼 즐거운 추억이 가득하시군요 ㅎㅎ

    > 얼굴은 눈이 때려 따갑고, 온천물로 얼굴을 씻으면 물이 산성이 강해 눈이 따갑고.....난처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ㅎㅎㅎ
    아앗.. 안타깝습니다 ㅠ
    보통 이럴땐 휴대하는 수건을 펴서 머리 올려두곤 하지요.
  9. 오준환 · · 공감 1
    @yoonseungju님

    눈이 영화처럼 펑펑 서서히 내려오면 문제가 없는데,
    블리자드처럼 옆으로 때려버리니 머리 위에 얹은 수건도 소용이 없더군요.
    참고로 그 날, 노천탕에 사람이 왜? 아무도 없지? 라는 의문을 스스로의 몸으로 체험했었습니다. ㅎ
  10. 보통의삶 · · 공감 1
    겨울 + 온천... 이것은 낭만과 행복의 실존적 증거! 깊은 내공에 그저 감탄만 합니다 ㅎㅎ 추천해 주신 온천 이야기는 주변에 뿌려보고 있습니다. 반응 좋으면 아재들끼리 소소한 일탈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김칫국 마셔봅니다
  11. yoonseungju ·
    @보통의삶님 분명 만족하실 거라 생각하는데, 저에게 있어의 극락이, 그렇지 못한 케이스도 있다는걸 바로 위에 @오준환님 님이 달아주신 댓글을 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12. 오준환 · · 공감 1
    @보통의삶님
    쿠사츠는 주로 젊은 연인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 남정네들끼리 가면 내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길거리에 다들 유카타 입고 다니는 커플들만.....)
    회사 동료들끼리 방에서 쓰린 속을 붙잡고 내내 술만 마셨습니다.
  13. 보통의삶 ·
    @오준환님 아앗.......
  14. 오준환 ·
    @보통의삶님

    반대로 하코네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아 절대 내상 안 입습니다.
    회사 동료들이랑 편의점 문 닫을 때까지(11시인가 문을 닫더군요) 술 사다 즐겁게 먹었었습니다. ㅎ
  15. yoonseungju · · 공감 1
    @오준환님 @보통의삶님
    개인적으로 느끼는 쿠사츠와 하코네의 차이점이라면

    쿠사츠는 산속에 온천 하나만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라 좁은 지역에 호텔과 음식점이나 각종시설들이 한곳에 다 모여있습니다. 아무튼 상당히 번화한 마을 느낌에 사이즈도 적당해서 중심부는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서 걸어다니는 관광객들 보기가 쉽습니다. 해발 1200m 가 넘는 산속이라고는 생각이 안들정도죠.

    하코네는, 온천 휴양지이기 이전에, 시작이 교토와 도쿄를 잇는 교통요지로의 발전이 먼저라 옛 길을 따라 상당히 넓은 지역에 퍼져있습니다. 그래서 도보로 다니는 관광객 보는게 훨씬 드물거에요.

    아마도 숫자로만 보면 실제 방문객수는 하코네가 훨씬 많긴 할거에요.
  16. 오준환 ·
    댓글 이미지
    @yoonseungju님

    네. 말씀하신게 정확히 맞습니다.
    오롯이 온천에만 집중하려면 쿠사츠가 무조건 낫지만
    관광이 목적이라면 신주쿠에서 하코네를 가 한바퀴 둘러보고 오는 걸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곤 합니다.


    그리고 남녀혼탕이 목적이라면 尻焼温泉을 추천합니다.
    (냇가 구멍에서 온천물이 뿅뿅뿅뿅 올라옵니다. 사진은 제가 찍은게 아니라 구글에서 퍼왔습니다. ㅎ)
    제가 태어나서 혼탕에 여자가 그것도 젊은 여자가 그렇게 많은 곳을 본 적이 없습니다.

    단, 여자들은 사진처럼 옷을 입고 들어옵니다 .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대로 겪었죠. ㅋㅋㅋ
  17. yoonseungju ·
    @오준환님 여기는 노천도 아니고, 그냥 강이군요 ㅎㅎ
  18. 오준환 ·
    @yoonseungju님

    네. 그냥 냇가입니다. 대신 완전 무료죠.
    처음에 가서 엥? 이게 뭐야? 했었습니다. ㅋㅋㅋㅋ
  19. 분노의육봉 ·
    국내에도 저런곳이 있을까요? 몇군데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 오준환 ·
    @분노의육봉님

    제가 수안보에 갔었는데....눈물이..ㅠㅠ
    꿩요리 먹고 온 걸로 만족했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패밀리 스파텔 갔다 왔었습니다. (모르는 분 블로그)
    https://m.blog.naver.com/cjmusul/223679979528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온천에서 료칸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21. yoonseungju ·
    @분노의육봉님
    저도 국내는 잘 모르겠네요 ㅠㅠ
  22. 분노의육봉 ·
    @오준환님 아.. 궁내는 눙물없이는 힘들군요 ㅋㅋㅋ
  23. 오준환 ·
    @분노의육봉님

    심지어 일본 동네 센토(목욕탕)보다 못하더군요. ㅡㅡ
  24. 트루로맨스 ·
    "추운 겨울날, 그것도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깊은 산속에 있는 아주 뜨거운 백색 유황온천의 노천탕"
    제 인생 버킷리스트중 하나에요... 언제쯤 가능할려나...ㅠㅠ
  25. yoonseungju ·
    @트루로맨스님
    운도 따라줘야 하는 부분이라 쉽지많은 않지만.. 꼭 달성하시기를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ㅎㅎ
  26. 오준환 ·
    댓글 이미지
    @트루로맨스님

    @yoonseungju님 께서 적어주신 나가노쪽 온천에 가시면 경험 가능합니다.
    단, 타이밍이 안 맞으면 고립되실 수도 있습니다.

    사진은 작년에 군마쪽 온천에 갔었을 때 사진인데 다행히 저는 눈이 안 왔는데 제가 오기 전까지 무려 8m나 눈이 왔었다고 하더군요. ㅎ
  27. 캪틴큐30년 ·
    겨울에 온천도 좋았는데, 눈오는데 온천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하네요
  28. yoonseungju · · 공감 1
    @캪틴큐30년님 진짜 좋습니다 ㅎㅎ
    그 행복을 자꾸 누리고 싶어서, 눈소식을 기다렸다가 수십키로가 넘는 고갯길을 눈길을 뚫고 달려가게 되더군요 ;-)
  29. 파란 장미 · · 공감 2
    댓글 이미지
    하코네는 솔직히 이젠 온천이 거의.(수도물 소독약 냄새 난다는 말도)

    일본에서 온천이라 함은 이 정도는 되어야. ㅎㅎㅎ
    군마 만쟈온천입니다. 2박3일 내내 아침저녁으로 온천했더니. 땟깔이 달라지더라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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