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깊은 숲속에 외로움을 많이 타는 고슴도치가 살고 있었습니다.
고슴도치는 누구보다 누군가를 온전히 안아주고 싶었고, 또 누군가의 품에 따뜻하게 안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슴도치는 부드러운 털을 가진 토끼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고슴도치는 기쁜 마음에 토끼에게 다가가 손을 잡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고슴도치의 날카로운 가시가 토끼의 부드러운 살을 찌르고 말았습니다.
"앗, 아파! 미안해, 네 가시 때문에 다가갈 수가 없어."
토끼는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섰습니다. 멀어지는 토끼를 보며 고슴도치는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내 이 가시들이 우리가 함께하는 것을 가로막는구나.
이 가시만 없었어도 우리는 행복하게 안아줄 수 있었을 텐데.'
결국 고슴도치는 커다란 결심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토끼를 온전히 안아주기 위해
자신의 몸에 박힌 가시를 하나씩 뽑아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가시를 뽑을 때마다 살을 에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고, 온몸은 상처와 피로 뒤덮였습니다.
하지만 고슴도치는 토끼와 포옹할 순간만을 생각하며 고통을 견뎌냈습니다.
마침내 마지막 가시까지 모두 뽑아낸 고슴도치는 더 이상 날카롭지 않은
부드럽고 말랑한 피부만 남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고슴도치는 설레는 마음을 안고 토끼에게 달려갔습니다.
"이제 봐, 내게는 너를 아프게 할 가시가 하나도 없어! 우리 이제 마음껏 안을 수 있어."
토끼는 가시가 모두 사라진 고슴도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두 동물은 그토록 원하던 포옹을 나누었습니다.
고슴도치는 마침내 사랑을 이루었다고 생각하며 행복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러나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숲속의 밤은 차가웠고, 가시라는 천연 외투를 잃어버린 고슴도치는 밤새 추위에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토끼가 곁에서 온기를 나눠주었지만, 가시가 없어진 고슴도치의 여린 살은 작은 바람과 거친 풀잎에도
쉽게 상처 입고 짓물렀습니다.게다가 숲속의 굶주린 족제비가 가시 없는 고슴도치를 발견하고 달려들었습니다.
평소라면 가시를 웅크려 몸을 지켰겠지만, 이제 고슴도치에게는 자신을 지킬 무기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토끼 역시 겁에 질려 족제비를 피해 멀리 달아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슴도치는 상처 입은 몸으로 숨어 지내며 깨달았습니다.
상대방에게 맞추기 위해 자신의 본질이자 스스로를 보호하던 '가시'를 모두 버린 대가는 너무나도 혹독했다는 것을요.
가시를 버려 얻은 사랑은, 결국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만들었고,
지켜야 할 자신마저 사라지자 그 사랑 또한 지속될 수 없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자신의 정체성이나 스스로를 보호할 최소한의 방어선(가시)까지
전부 포기하면서 맞춰주는 사랑은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 수 있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나의 날카로운 모습까지 인정받거나
서로 상처 주지 않는 적당한 거리(고슴도치 딜레마)를 찾아가는 과정임을 보여줍니다.
구조적 다수라는 말은 듣기에 참 좋죠.
적대적 대상이 아니라면 안 찔리고도 포옹이 가능합니다.
애초에, 의도와 상관없이 주변 모두를 찔러대는 가시라면
그게 무슨 무기입니까, 저주지.
고슴도치는 가시를 뽑지 않아도 새끼들을, 다른 동물을 안을 수 있답니다. 극단적으로 가시를 뽑을 필요가 없어요.
게다가 고슴도치 배는 얼마나 보드라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