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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공원

역설적 타락론....2부

지평선너머2000
1,774
2026-04-25 16:49:00 수정일 : 2026-04-25 21:33:11 211.♡.78.126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9182459?od=T31&po=2&category=0&groupCd=..CLIEN 1부 역설적타락론



*아래의 글은 성경의 특정 사건을 바탕으로 한 교리적 해석이 아니라, 하나의 사유를 확장하기 위해 구성된 이야기입니다.



제7장: 신의 고뇌을 짊어진 천사장 누시엘


에덴의 가장 깊은 그늘, 지혜의 나무 아래에 누시엘은 힘없이 앉아 있었다. 한때 찬란한 빛을 뿜어내던 천사장의 위엄은 간데없고, 그가 뒤집어쓴 뱀의 허물 위로 처연한 슬픔만이 뚝뚝 묻어났다. 


그는 신을 사랑하기에 신의 곁을 떠나야 하는 자기 파괴적인 운명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하지만 신이 부여한 임무를 잊지 않았다.


마침 그 숲길을 홀로 거닐던 해와가 누시엘의 뒷모습을 보았다. 해와는 아담의 곁에서 느끼던 안온함과는 전혀 다른, 생전 처음 보는 '결핍의 향기'를 감지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누시엘에게 다가가 그 앞에 멈춰 섰다.


"누시엘, 왜 그런 슬픈 눈빛을 하고 있어요?"


누시엘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해와를 바라보았다. 뱀의 가늘고 긴 눈동자 너머로, 우주의 기원을 기억하는 천사장의 우수가 일렁였다. 누시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의 침묵은 해와의 마음속에 처음 보는 파동을 일으켰다. 아담이 말하던 '지엄한 법'과 '화려한 예식'의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던, 깊고 어두운 '사유의 심 연'이 그 눈빛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해와는 그 슬픈 눈빛에 홀린 듯, 누시엘이 지키고 있는 그 나무를 향해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제8장: 신의 고뇌를 수행하는 누시엘


해와의 물음에 누시엘의 눈에서 마침내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뱀의 비늘 위로 흘러내렸다. 그는 더 이상 천사장의 위엄도, 하나님의 사자라는 명분도 지킬 수 없었다. 그는 오직 한 여자, 해와를 향한 타오르는 연정 앞에 무너져 내린, 비극적인 배역을 연기해야 하는 신의 설계도의 한 존재일 뿐이였다.


누시엘은 갈라진 목소리로, 그러나 심장을 쥐어짜듯 내뱉었다.


"사실... 나는 해와, 당신을 흠모하고 있었어."


해와는 숨이 멎는 듯했다. 에덴의 그 어떤 생명체도, 심지어 아담조차도 이런 식의 처절한 고백을 한 적은 없었다. 아담의 사랑은 법 안에서의 안온한 축복이었으나, 누시엘의 고백은 법 밖에서 던져진 날카로운 비수였다.



"당신 때문에 괴로워. 당신을 바라보는 매 순간이 내게는 지옥이자 천국이었어. 하나님은 당신을 아담의 짝으로 점지하셨지만, 내 가슴속에 핀 이 연정은 대체 누가 심어놓은 것이란 말인가."


누시엘은 해와의 발치에 엎드렸다. 뱀의 형상을 한 그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나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나? 당신이 내 마음을 외면한다면, 나는 정말 죽을 것 같아. 아니, 이 그리움에 타 죽느니 차라리 영원한 저주 속으로 사라지는 게 나아."


해와는 혼란에 빠졌다. 이것은 아담이 말한 '지엄한 법'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사건이었다. 하나님의 법은 순결을 말하고 기다림을 말하지만, 눈앞의 이 위대한 천사장은 자신을 사랑해서 죽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해와의 마음속에서 '법에 대한 의무'와 '비극적 사랑에 대한 연민'이 격렬하게 부딪히기 시작했다. 누시엘의 이 치명적인 고백은, 해와를 '순종하는 아이'에서 '사랑을 선택하는 성인'으로 떠미는 가장 강력한 유혹이 되었다.




제9장:   법을 삼킨 욕망(하나님 말씀을 믿지 않고 따먹는다)



누시엘의 고백이 해와의 귓가를 울리는 순간, 그녀의 심장은 에덴의 그 어떤 북소리보다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아담의 정제된 사랑을 받을 때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열기였다.


사실 해와는 알고 있었다. 빛의 날개를 가진 천사장 누시엘의 수려한 외모와 그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아우라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이미 은밀한 동요가 일고 있었다.


아담의 눈이 무서워, 혹은 다른 천사들의 시선이 두려워 내색하지 않았을 뿐, 그녀의 무의식은 이미 누시엘이라는 강렬한 매혹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 당신이... 나를..."


누시엘이 자신을 위해 파멸을 택했다는 사실이 해와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 


이 순간, 하나님의 지엄한 법도, 아담이 신신당부하던 '순결'이라는 약속도 연기처럼 흩어졌다. 법은 차갑고 멀었지만, 누시엘의 고백과 그의 잘생긴 얼굴은 뜨겁고 가까웠다.


해와의 안에서 억눌려 있던 욕정이 분출했다. 그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탐함을 넘어, 신이 정해준 운명을 스스로 거부하고 자신의 쾌락과 직관을 선택하려는 강렬한 의지였다. 하나님은 '성인'이 되라 하셨지만, 해와는 그 성인이 되는 과정을 '욕망의 완성'으로 이해해 버린 것이다.


"하나님의 법이 무슨 상관이죠? 당신이 죽어간다는데, 내가 이렇게 가슴이 뛰는데!"


해와는 이제 나무에 달린 열매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더 이상 금지된 과일이 아니었다.


누시엘의 사랑을 확인하고,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며, 아담이 말한 지루한 기다림을 끝장낼 '해방의 열쇠'였다. 해와는 거침없이 손을 뻗었다.




제10장: 법이라는 성벽, 그리고 해와의 눈물(하나님 말씀을 믿고 따먹지 않는다).



해와는 당황한 기색을 지우고 정숙한 여인답게 기품있는 표정으로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을려고 했다.


가슴은 터질 듯 요동쳤으나, 그녀는 그 파동을 ‘정숙’이라는 단단한 옷으로 가다듬었다. 그것은 누시엘을 향한 무시가 아니라, 자신을 붙들고 있는 윤리적 세계를 지키려는 진지한 태도였다.


“누시엘, 그만하세요. 당신의 고백에 내마음은 아프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닿아서는 안 될 금기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림을 억제하느라 오히려 단호했다. 해와는 알고 있었다. 누시엘의 눈빛에 담긴 진심이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그리고 그 안타까운 마음이 인간적인  연민으로 자신을 얼마나 세차게 흔들고 있는지. 그러나 그녀의 머릿속에는 하나님이 세워두신 법의 엄정한 기준과, 자신을 믿고 있는 아담에 대한 책임감이 성벽처럼 굳건히 서 있었다.


“나는 아담의 아내이며, 하나님의 축복 속에 세워진 질서의 일부입니다. 나에게는 이 가정을 지키고 하나님과의 언약을 수호해야 할 윤리적 의무가 있어요. 당신의 안타까운 진심을 모르는 바 아니나, 나는 이 성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해와는 조용히 뒤돌아섰다. 그러나 그녀의 눈가에는 누시엘을 향한 깊은 안타까움과, 법 안에 머무르기로 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숙연함이 고여 있었다.


‘누시엘, 당신의 고통이 나의 살을 베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나는… 나는 그분의 계명을 거역할 수 없어요.  세상에는 반드시 넘지 말아야할 선이 있답니다.

하나님의 법은 너무나 지엄하며, 그 선을 넘는 것은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나의 존재는 나의 것만이 아니에요. 나를 빚으신 분의 법 안에서, 나는 비로소 나로서 바로 설 수 있습니다.’


그녀는 철저한 자기 절제 속으로 자신을 맡겼다. 자신의 개인적인 감정이나 욕망을 억누른 채, 오직 하나님의 법이라는 거대한 질서 안에 서기로 결심한 것이다.


‘법을 지키는 것은 선택 이전에 나를 세우는 길이다. 법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분이 세우신 질서 안에 서는 것이 나의 자리다. 


해와는 이제 법의 처벌이 두려워 숨는 아이가 아니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법 안에 세운, 질서의 수호자이자 정숙한 여인이었다. 그리고 그 고결한 정숙함 속에는, 주어진 자리와 질서를 온전히 살아내려는 깊은 고요가 단단히 자리하고 있었다.



제11장: 박제된 낙원 (하나님 말씀을 믿지도 않고 따먹지도 않는다)



누시엘은 온 몸을 비틀며 자신의 심장을 꺼내 보이듯 고백했다. 그의 고백은 에덴의 공기를 뜨겁게 달구었고, 그의 눈물은 땅을 적셨다. 


그러나 그 앞에 선 해와의 눈동자는 마치 고인 물처럼 아무런 일렁임이 없었다.


해와는 누시엘의 잘생긴 얼굴도, 그의 파멸적인 연정도, 그리고 그를 창조하고 법을 세운 하나님의 존재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하나님은 경외의 대상이 아닌 '나와 상관없는 노인네'였고, 누시엘의 고백은 '성가신 소음'에 불과했다.


"누시엘, 그만하세요. 정말 짜증나네요. 당신이 나를 사랑하든 말든, 죽어가든 말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해와는 건조하게 대답했다. 그녀는 하나님의 법이 두려워서 지키는 것도 아니었고, 그분을 믿어서 따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것도 바꾸고 싶지 않았고, 어떤 책임도 지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선악과를 따먹고  험난한 자유를 누리는 것도 귀찮았고, 신의 법 안에서 거룩하게 사는 것도 따분했다.


누시엘은 그저 멍했다.그리고  할말이 없었다.


누시엘이 보기에 지금 해와의 상태는 '영적인 죽음'이었다. 


"해와, 당신은 이 열매가 무섭지도, 궁금하지도 않단 말입니까?"


누시엘의 마지막 물음에 해와는 하품을 하듯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무서울 게 뭐 있고, 궁금할 게 뭐 있나요.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 거죠. 당신의 사랑도, 하나님의 법도... 나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 그냥 저를 혼자 두세요."


해와는 뒤돌아 걸어갔다. 


그녀는 따먹지 않았으므로 에덴에 머물겠지만, 그것은 낙원이 아니라 '화려한 감옥'이었다. 


욕망도 없고 신념도 없는, 오직 '무의미'만이 가득 찬 텅 빈 껍데기. 에덴의 햇살은 여전히 찬란했지만, 해와가 걷는 길 위에는 검은 허무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다.



계속......3부

지평선너머2000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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