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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완도의 냉동창고 화재는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3조1교대 체제 아래 장시간 근무를 이어가는 소방관들은 높은 위험 노출을 감수하며 출동을 반복한다.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은 기본적으로 생명과 맞바꾸는 업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순직 또는 부상 소방관이 3.2배나 늘었다는 사실은 현장 여건이 나아지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2013년 300명대였던 업무 중 사고자가 지난해에는 1336명으로 폭증했다. 도시화와 고령화로 재난 유형이 복잡해지면서, 출동 건수와 난이도 모두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그에 따른 장비 개선이나 인력 충원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매년 두 명 이상이 재난 현장에서 순직했다. 지난달에도 부상 중 사망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이러한 통계는 경찰이나 군보다 훨씬 불안정하다. 경찰관의 연 순직률이 1명 미만인 반면, 소방관은 일상적인 출동 과정에서 언제든 삶의 경계를 넘나든다. 부산 기장군 리조트 화재처럼 단순 감리 업무조차 목숨을 잃는 현실은, 소방관들이 “우릴 구해줄 사람은 없는가”라는 절규를 남긴다.
근무환경의 열악함도 문제다. 대부분 3조1교대 또는 4조2교대 체제에서 주 45~60시간을 일하며, 야간 15시간 근무와 연속 출동이 일상화돼 있다. 고온·유독물 환경에서 특수장비를 착용하고 고지대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업무 강도는 ‘위험 노출 중요도 95~100%’ 수준으로 평가된다. 반면 행정직 공무원이나 교원은 주 40시간 근무가 일반적이다.
노후 장비와 예산 부족은 현장의 불안을 키운다. 충남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는 지난해 예산 심의에서 노후 장비 교체, 급식비 증액 등을 촉구했지만, 지방재정 한계로 반영 규모는 미미했다. 그 결과 피로 누적으로 인한 PTSD 환자와 자살 순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에서는 최근 3명의 소방관이 극심한 정신적 고통 끝에 생을 마감했다.
처우는 더욱 냉정하다. 소방관의 연봉 중위값은 약 4329만 원으로 경찰 평균(5500만 원대)에 미치지 못한다. 업무 위험도를 고려한 수당 반영도 미흡하며, 초과근무수당 산정 기준조차 불명확하다. 순직자 유가족 지원 체계 또한 경찰의 국가유공자 예우와 같은 수준에 못 미친다. 이러한 불균형은 소방 인력 충원난을 가중시키고, 결국 국민 안전망 자체를 약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예산 문제는 근본적 한계로 꼽힌다. 지방자치단체 의존도가 높아 지역별 예산 격차가 크고, 2025년 충남도의 경우 소방 관련 예산이 전년 대비 173억 원 삭감됐다. 하지만 화재 진압과 구조 활동은 어느 지역민에게나 필수적 공공서비스다. 소방은 복지가 아닌 ‘국가 생태계의 안전 기반’이라는 관점에서 중앙정부의 재정개입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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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장비를 소방관이 사비로 장만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사실이면 기가 찰 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