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톺아보기

수돗물을 마십니다

오차원고양이 ·

조회 26,454 · 공감 10 · 댓글 25

얼마 전 최재천 교수의 영상을 봤습니다. '생수 산업은 망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인데,
평소 제에게 호불호의 영역으로 생각하고 행하던 것에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과
그걸 학술적 근거로 설명해주니 반가웠습니다.

아마 중장년층은 어릴 때 보리차를 끓여 마시는 게 일상이었을 겁니다.
어느 순간 생수는 어느 순간 등장했고, 자연스럽게 당연히 물을 사먹는거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생기고
수돗물은 덜 깨끗하고 직접마시면 위험을 감수하는 분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학생때는 운동하고 수돗가에서
물을 먹기도 했고 그걸로 문제생긴 경우는 못 봤습니다.

90년대에 미국에 몇년 살았는데 처음 도착해 물을 달라고 하니 수돗물을 그냥 받아줬습니다.
끓이지도 않고 바로 주길래 물었더니, 여기는 물이 깨끗해서 이렇게 먹는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환경도 물도 깨끗해서, 한국에서 달고 살던 여드름이 싹 사라졌습니다. 나중에 귀국하니 다시 올라오더군요.
결혼하고 10여 년은 아내가 생수를 선호해서 맞춰줬습니다. 꾸준히 설득한 끝에 아내도 그게 맞는 것 같다고
수돗물 끓여서 먹고 어느새 또 10년이 넘었네요.


최재천 교수 영상에서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서울 수돗물 아리수, 삼다수, 에비앙
세 가지를 똑같은 컵에  담아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더니 두 번 모두 아리수가 1등을 했습니다.
어느 게 수돗물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제일 맛있고 깨끗하다고 선택한 겁니다.
생수가 더 맛있어서 선택한다는 설문이 있었기에 그건 상당 부분 심리적 착각이라는 얘기입니다.


미세 플라스틱 얘기도 나왔습니다. 오하이오 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페트병 생수의 미세 플라스틱 함량이
수돗물의 세 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병 안에 갇혀 있는 시간이 길수록 그 양은 늘어납니다. 에비앙의 경우
프랑스에서 출발해 한국 소비자 손에 들어오기까지 평균 석 달 정도 걸린다고 하니, 그 사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상상해도 충분하겠죠.

생수 산업,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질이 좋은 나라는,
멀쩡하게 잘 돌아가는 행정이나 사업 구조 중간에 굳이 단계를 하나 더 만들어 통행세를 받는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수도꼭지만 틀면 되는 구조 위에, 불안감을 마케팅으로 심어 굳이 돈을 내게 만드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오래 갇혀 있던 물이고, 미세 플라스틱은 쌓이고, 가격도 싸지않고 프리미엄 물이라고 비싼 가격에도 나오죠.
제 경험상 에비앙만 마시는 대표, FIJI 워터만 따로 구비하는 대표가 있었는데
물에도 등급을 나누며 스스로 차볗화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최재천 교수가 언급한 슬로베니아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나라는 헌법에 물은 공공재이며 사고팔 수 없다고 명시해 놓았다고 합니다. 당연한 얘기입니다.

저는 과거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았어도 수돗물에 대한 신뢰는 있었습니다.
적어도 물만큼은 공공재 영역이고, 거기에 손대는 정부는 없었습니다. 그 선은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수질이 좋고 정수 시설도 세계 최상급입니다. 그런 나라에서 수돗물을 마시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생활이 팍팍한데 물값이라도 아낄 수 있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그게 그냥 당연한 일이었으면 합니다.

댓글 25

  1. 아이콘 · · 공감 4
    오래된 아파트나 상가 등은 배관이 문제가 있습니다. 녹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서울이나 강원도는 수돗물 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은듯 하지만, 부산의 경우 낙동강 물은 마실게 못되는거 같습니다. 강원도 살 때는 저도 수돗물 마셨는데 부산은 엄두가 안나네요 ;;
    그리고 플라스틱 생수병의 경우는 마게를 따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발생한다고 하네요. 이제는 플라스틱 없는 세상은 상상도 안되기에 안고가야 하나 싶은데 적어도 식품쪽은 사용 제한을 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2. 우리최고 ·
    예전에 서울시에서 아리수 홍보를 위해서 맛있는 물 관련 용역 했는데...

    아리수가 맛 부분에서 다른 샘물과 차이가 덜 난건 맞는데,
    일단 염소 빼야 한다는 (탈염소 or 염소 미주입)이 전제입니다. 당시 설문할 때... 아마 염소 미주입 한 물로 다른 샘물들과 비교했을거에요.;;;

    그리고 샘물과 구분을 잘 못하는 건 찬물인 경우입니다. 온도별로 구분해 설문하면 차이가 좀 납니다.

    온도 올라가면 수돗물과 샘물 구분하는 분들이 많아집니다.

    기본적으로 수질기준 자체가 수돗물이 샘물보다 더 빡빡하고, 검사/규제 항목도 더 많아서...
    당연히 수돗물을 마셔도 절대다수 문제가 없는건 맞는데, 이취미 등 물맛 부분은 염소 뿐 아니라 상수도관 문제나 바이프러덕트 영향도 있고, 종종 정수장 백워시 잘못되거나로 지오즈민 때문에 냄새 확 심해지는 경우도 있고 해서 좀 복잡하기는 할겁니다.

    먹는 샘물의 최대 강점은 '맛을 우선시 한다는 것 + 맛의 일관성 + 병입음료의 편의성'이라...
    이런 부분은 수돗물이 먹는 샘물을 이길 수 없는 부분들이라 먹는 샘물 사업이 유지되는거죠.
  3. 볶음 · · 공감 1
    강원도 출신입니다. 어릴적 시원한 지하수 그대로 마시던 그 물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네요. ㅎㅎ
    서울에서 오래 살다 최근 경기도로 이사왔는데 확실히 서울 물맛이 좋은 것 같아요. (느낌탓일수도 ㅎㅎ)
  4. 자비 · · 공감 1
    @볶음님
    자연수 물은 센물, 단물, 두가지로 나눱니다.
    센물은 지하수입니다.
    단물은 지표수입니다.
    센물은 말 그대로 거친 맛의 물이고, 단물은 부드러운 맛이죠.
    대체로 단물이 마시기가 조금은 수월합니다만,
    단물 센물이 깨끗한 물의 기준은 아닙니다.
    단물의 대표는 아마 제주 물일것 같고, 이것의 단점은 샤워 후 비눗물 씻는데 애를 먹습니다.
    해인사 앞 계곡물도 비눗물 씻어 내기가 영 불편 하더군요, 지표수이니....
    센물의 대표는 제가 마산 출신이라서인지, 이게 술, 간장 담는데는 최적이라 마산 몽고 간장, 무학 소주가 여기서 생산되죠, 샤워 후 두어 바가지 휘릭 뿌리면 비눗기 싹 가십니다.
  5. 누가기침소리 · · 공감 1
    @볶음님
    강원도 삼척 영월 정선 태백
    이쪽은 지하수가 석회가 많습니다
    상수도도 경도가 제법 높구요.
  6. 오라질 ·
    우리나라가 물이 세계탑급으로 깨끗해서 수도 마셔도 상관이 없긴하지만은 아파트나 주택 관이 문제지요. 물탱크에 담아놓고 나눠쓰는건데 그 관리도 좀 애매하고요. 다른 나라는 사정이 더 안좋아서 생수 비지니스가 당연하다시피하니까 꼭 너무 그 산업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고 선택의 문제죠
  7. workaholic · · 공감 3
    상수도 문제가 생각보다 흔합니다.
    얼마전에도 인천,경기 지역에 악취 난다고 난리난적도 있고.. 낙동강 취수원인 경우에는 여름에 수전으로 녹조물이 나오기도 합니다.
  8. Youtube · · 공감 4
    윗분들도 댓글 달아주셨지만 수원 문제나 노후관 문제가 있는 곳들은 어쩔 수 없겠더라구요.
  9. 리드 · · 공감 1
    @Youtube님 예전에 몇번 이사하면서 어머니가 방문판매로 산 이상한 필터가 이전집에서는 전혀 색도 안변하고해서 역시 사기였나 했던게
    다음 이사한 구축에서는 1달만에 갈색으로 변해서 식겁했던 적이 있었네요 ㅋㅋ;;
  10. Min's ·
    너무 남에 말에 혹하거나 민감한거죠. 정상인 것도 조금이라도 몸에 해가 된다고 느끼면 바로 옮겨가는 식. 생수 판매도 무슨 '행복추구권' 타령하면서 생수 업체들이 소송해서 그렇게 된 걸로 압니다. 아직도 80-90년 시절 목마르면 그냥 수돗물 틀어서 먹어도 아무 문제 없었던 게 기억나네요.
  11. 자비 ·
    @Min's님
    6, 70년대에는 재래식 변소가 많았죠.
    그 재래식이 대충 진흙 혹은 시멘트로 마감한 것이라 똥물이 누수되어 지하수에 혼입되는 문제가 있었죠.
    그 때에는 수돗물이 지하수 보다 훨 위생적이고 맛도 좋았죠.
    심지어 낙동강 물도 1급수인가? 첨에는 그랬습니다.
    아.... 결론, 그 때는 더 했고, 지금도 그냥 마셔도 되는 물이 수돗물 아닌가 싶습니다.
  12. 누가기침소리 ·
    싱크대 밑에 새디먼트랑 카본만 거치고 마십니다
  13. 잠만자 ·
    낙동강과 일부 강은 안 마시는게 더 좋은 상황입니다.......
  14. 벼랑위의포모 · · 공감 1
    5년된 준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전에는 20년된 구축이었고요
    닥터피엘 필터를 사용하는데
    이전 아파트는 한달만 지나도 필터가 완전 황토색으로
    변합니다.
    이사온후에는 지금 3달째인데 하얀색 그대로 처음 필터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걸 보고도 수돗물을 그냥 마실수 있을까요
  15. OLIVER · · 공감 1
    한국의 수돗물이 안전하냐 하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전국 모든 가정의 수돗물이 전부 안전하다고 하면 그건 틀린 말입니다. 지역, 시기, 주거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음용불가 판정이 나오는 곳도 실제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최재천 교수님 말씀도, 수원지와 배관 위생 걱정하시는 분들도 다 맞는 말이지만 어느 한쪽 말을 일반화하거나 무비판적으로 받아들는게 훨씬 더 위험한거죠.
  16. Min's · · 공감 1
    달린 글들을 보면 배관 노후화 문제랑 수돗물 문제랑 혼동하는 거 같다는;;
  17. 오차원고양이 ·
    @Min's님 그런것 같네요. 그래도 우리나라 배관상황은 좋은 편이라고 하네요. 정부에서 배관관련 예산이나 가지만 강화하면 해결될 수 있겠다는 생각듭니다.
    끓여먹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합니다.
  18. enid00 · · 공감 1
    @Min's님 우리가 마시는 수도물은 노후배관을 통과한거니까 그렇게 비교해야죠
  19. 오차원고양이 ·
    @바닐라플랫화이트님 이 부분은 지역편차는 어쩔 수 없으니 언더싱크 정수기가 대안인 것 같는 합니다. 저는 그냥 신경쓰지 않고 서울, 경기 주로, 부산에서 잠시 살았던 2년전은 그냥 수돗물 끊여먹었는데 크게 문제를 못 느꼈습니다.
  20. 아쿠아루비 ·
    저는 그냥 삼다수가 제일 맛있어서 삼다수만 마십니다. 에비앙도 느끼해서 맛없고 아이시스니 온갖 생수 다 입맛에 안맞는데 삼다수는 물이 맛있더라고요.
  21. gift · · 공감 1
    수도에 언더싱크 정수기 달아서 조리수로 쓰고 보리차 넣고 끓여 마십니다. 생수 사먹은 적이 거의 없네요.
  22. 오차원고양이 ·
    @gift님 검색해보니, 사용하시는 방식이 노후배관 문제와 염소냄새를 제거하는 확실한 방식이라고 하네요. 노후배관이야 지역편차가 심하지만 우리나라 수질이 깨끗한 것은 사실이니,
    수돗물 바로, 수돗물 끓여, 언더싱크 정수기, 생수 각각 장단점은 있지만
    저는 최재천 교수말이 반가웠던이 선택의 문제에서 유사한 선택을 하는 분을 보았기 때문이죠.
  23. BlueX ·
    수돗물 마시긴 배관 때문에 찝찝하고 보리차 끓이긴 귀찮고 그런거죠. 끓이고 담고...
    90년대 초 편입한 여학생이 생수 들고 다니는거 처음 보고 뭐라하던 예비역들 생각나네요. ㅋ
  24. 오차원고양이 ·
    @달리자달려333님 문제발생시 공공재는 국가책임, 소비재는 기업책임인데
    제가 곰팡이 핀 대기업 과자를 식약청에 신고하니 기업은 단순주의 (몇번받아도 처벌규정은 없다고 들었습니다), 환불 못 받고, 몸에 피해를 증명할 수 없으면 손해배상 못받음으로 끝났는데,
    공공재는 피해가 대규모로 일어날 확률이 높고, 국가가 보상과 요금 감면 등으로 적극대처해주지 않을까 합니다.

    우리나라는 식품에 대해서 기업에 신고해서 합의해야지 국가신고하면 환불도 못받는데
    생수가 잘못 될 경우, 역학관계를 개인이 증명해야되서 까다롭기는 하겠죠.
    그게 수입된 물이라면 더 복잡할거고요.
  25. tgioasqlmsav · · 공감 1
    배관이 더럽다길래 생수 사먹었었는데 페트병의 미세플라스틱이 혈관을 타고 온몸을 돌아 뇌에 박혀서 뇌질환을 일으킨다길래 에라 모르겠다하고 수돗물 받아서 바로 마셔요

    어릴때 안양천에서 운동하고 음수대에서 수돗물 벌컥벌컥 마셨었는데 물 맛 좋고 몸도 멀쩡했어서 그냥 앞으로도 수돗물만 마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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