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일입니다.
저는 응급의학과 전공의였죠. (지금은 응급실 근처에도 가지 않습니다)
응급실에선 별의별 일들이 다 벌어집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경황없이, 마음의 준비 없이 오게된 사람들이 많다보니 그런 것 같네요.
치료하기가 매우 애매한 경우들도 있습니다.
수많은 경우들중 대표적인 것이 '술취한 환자들'입니다.
지금 이 사람이 술에 취해서 의식상태가 저하된 것인지, 술과 상관 없이 신체에 문제가 생겨서 이렇게 된 것인지 판단하기 힘들고
치료에 동의 할 능력을 상실했기에 보호자가 없는 상태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나중에 깨어나서는 치료비를 보고선 난리를 피웁니다.
취했을땐 주사를. 깨었을땐 지랄을...
치료및 검사를 하는 일도 매우 어렵고 위험합니다.
1년 전 주취자를 구급하던 중 공격을 받아 구급대원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지요.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4826302
그러고보니 전공의 시절 제게 달려드는 주취자를 피해 응급실을 가로질러 이리저리 도망치던 일도 떠오르네요.--;;;
CT나 MRI를 찍으려 해도 난동을 피우니 영상이 찍히질 않고기본적인 피검사도 불가능합니다.
검사를 하려다가 의료진이 다칠 가능성도 높고,
안그래도 중환자가 몰려드는 응급실에서, 의사든 간호사든 아니면 다른 의료인력이든 다친다는건,
그게 두려운 것을 떠나 일단 다른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줄수 있기에 절대 일어나선 안될 일이죠.
그렇다고 마냥 이들을 버릴순 없습니다.
저 사람들중 극소수는 실제로 문제가 있어서 생명에 지장이 있을 가능성이 분명히 있으니까요.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겠지만 법적인 문제에도 휘말릴수 있습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3783964?combine=true&q=%EC%9D%98%EC%82%AC&p=0&sort=recency&boardCd=&isBoard=falseCLIEN
하지만 이들에게 붙잡혀서 씨름하고 여러 명이 달라붙어 검사하는동안 다른 중환자를 놓치거나 위험에 빠뜨릴수도 있으니
마냥 이들에 최선을 다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옳지 못한 일입니다.
공급가능한 의료서비스는 제한되어있기에,
그것을 더 절실히 필요로 하는 다른 응급환자들에게 공급해야지요.
이런 저런 고민 끝에, 당시 제가 했던 방식은,
도저히 의사소통이 안되고 공격성이 너무 높은 주취자들은 적당한 선에서 응급실을 제발로 걸어나가게끔 유도를 했습니다.
분노 또는 짜증을 유발시켜 응급실에서 수납하지 않고 도주하게끔 만들면
의료진들은 책임과 위협에서 벗어나니, 안전하고 침착하게 다른 환자들을 돌볼수 있었습니다.
물론 CCTV 잘 보이는 곳에서 주취자를 말리는 듯한 제스쳐를 취하고
기록에 'XXX한 이유로 치료 및 검사의 필요성을 설명하였으나 거부하고, 분노하며 의료진의 제지를 뚫고 도주함.'이라고 기록을 하는 것은 잊지 않았죠.
가끔 생각하곤 합니다.
당시 내가 저렇게 편법으로 주취자들 처리했던것 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
의사도, 간호사도, 주취자도, 다른 응급환자들도...다들 균형있게 안전하고 행복해질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라고 말이지요.
일단 검사하고. 그에 대해 과잉 진료운운하며 치료비를 안내거나 할경우 국가에서 치료비를 일단내고.
환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한다던가..하는 식으로.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면 되는데 절대 안하죠.
저도 바이탈과를 했지만. 수련끝나고나서는 바이탈 근처에도 가지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의료진이 인턴 레지던트 과정처럼 경력을 쌓기 위해서 어쩔수없이 일하는 시기가 지나고나서 응급실에서 탈출할 기회가 있는데 탈출을 안하고 계속 일한다는것은 일종의...호구라고 생각합니다.
잘나오셨습니다.
제정신이 아닌 주취자들은 응급실에서 난동시 사형을 시키는 법이 있어도 사람을 해칩니다.
결국 주취자들로 인한 피해를 막고 그들을 안전히 치료하기 위해선 그들을 제압할 능력과 권한이 있는 경찰이 추가로 인력보강되어 응급실에 있어야할테죠.
물론 경찰 더 뽑는건 돈 드는 거라서 나라에서 절대 안하려 들겠지만...
뉴스 자막을 저리 해놓으니
'착각' 으로 사람이 사망했나 하고 보게 되더라고요
1심 2심 어디에도 착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게 안나오는데..
기사 내용만 보면 누구나 그럴수 있을듯합니다.
네 반성중입니다
매사에 좀 더 신중해야겠습니다
일단 술이 깨야 뭘 할텐데요. 그냥 놔두는건 의료진에게도 매우 위협적이고요.
거부해도 법적으로 문제없게 법이 개정돠었으면 좋겠습니다.
응급실 주취자에 대한 촌철살인의 설명을 해주셨네요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