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직 국제회의통역사입니다.
업무를 진행할 때마다 통역사 사용자들이 통역에 대해 이해도가 매우 낮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통역사 사용자를 위한 기초적인 통역 상식을 생각이 날 때마다 적어보려 합니다.
모든 통역이 동시통역은 아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남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하여, 언론에 통역사가 노출될 때면 매번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동시통역은 어려운 것이다. 길게 말하면 그걸 다 기억했다가 말하는게 좀 어려운 일인가.
결론부터 적자면 이 말은 틀린 말입니다. 동시통역은 다 기억하고 말하는게 아니거든요.
통역은 세부적으로 여러가지로 나뉘지만, 크게는 동시통역과 순차통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 순차통역은 말 그대로 통역을 순차적으로 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발화자와 통역사가 번갈아가며 말을 하게 됩니다. 언론에 얼굴이 등장하는 대부분의 통역은 순차통역 형태입니다. 이번 남북미 정상회담시 외교부 소속 통역관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사 역시 순차통역을 합니다. 그리고 순차통역을 할 때는 모든 것을 다 머리속에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메모를 합니다. 이를 노트 테이킹이라고 부릅니다.
- 동시통역은 발화자와 통역사가 동시에 말하는 방식입니다. 계속해서 이번 남북미 정상회담의 예를 들어보면, 각 방송사에서 국가수반의 연설시 통역을 하였는데 이것이 동시통역의 한 형태입니다. 동시통역은 기본적으로 발화자와 통역사가 같이 말을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장비들이 필요합니다. G20과 같은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이어폰을 착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런식으로 동시통역은 기계를 통해 전달됩니다.
물론 기계를 사용하지 않는 동시통역도 있습니다. 이를 위스퍼링 통역이라고 합니다. 즉, 동시통역을 하되 귓속말을 하듯 작은 소리로 옆에서 속삭여주는 방식입니다. 통역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1-2명일때에만 가능한 방식입니다.
순차통역과 동시통역의 가장 큰 차이는 통역 방식이지만, 그 외에도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 순차통역은 통역사 1명이 진행하지만, 동시통역은 통역사 2명(일영 통역사의 경우는 3명)이 한 조가 되어 진행합니다.
- 순차통역은 노트와 펜만 있으면 되지만, 동시통역은 통역 부스(통역사가 안에 들어가서 소음 없이 통역할 수 있는 공간), 통역사장치, 신호 송신기, 수신기 등 다양한 장비들이 필요합니다.
순차통역과 동시통역의 장점과 단점
- 순차통역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는 점입니다. 동시통역의 경우 앞에서 말한것처럼 통역사 2명이 필요하고 각종 장비도 대여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순차통역은 통역사 1명만 있으면 진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동시통역 대비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순차통역의 또 다른 장점은 동시통역 대비 높은 정확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동시통역에서도 통역사들은 높은 정확성을 추구하지만, 두개의 언어 구조가 다른 경우에 통역사는 뒤에 어떤 말이 이어질지 모르는 채로 들으면서 이해를 하고 동시에 통역을 하기 때문에 완벽한 정확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베테랑 통역사는 분명 더 정확성이 높지만, 베테랑 통역사들조차도 동시통역에서 100% 정확도는 어렵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력적인 부분보다 언어구조로 인한 불가피한 문제입니다. 반면, 순차통역은 발화가 끝난 뒤에 통역을 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가 된 상태에서 통역이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국가 정상간의 만남 등 결코 실수가 있어서는 안되는 상황에서는 순차통역이 많이 사용됩니다.
- 순차통역의 단점은 시간입니다. 발화자와 통역사가 번갈아가며 말하기 때문에 최소한 2배의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하나의 언어(A)와 또 다른 언어(B) 사이에 통역만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다른 언어(C)를 추가할 수 있지만 이 경우 A>B로 통역이 끝난 후에 (A>)C로 통역이 되기 때문에 시간이 3배가 걸립니다.
- 동시통역의 장점은 반대로 시간 효율입니다. 당연히 발화와 통역이 같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낭비되지 않습니다. 또한 발화자와 통역사에게 번갈아가며 집중해야 하는 순차통역과 달리, 통역을 들으면서 발화자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집중도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관련하여, 하나의 언어에서 다양한 언어로 통역이 필요할 경우에 원활하게 진행이 이루어집니다. UN의 경우 8개 공식 언어를 채택하고 있으며, 총회 등에서는 하나의 언어로 발언을 하면 동시에 8개 언어로 통역이 나가기 때문에 다양한 언어를 사용할 때에는 대부분 동시통역을 사용합니다.
- 동시통역의 단점은 장비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일단 장비를 (임시 또는 영구적으로) 설치하려면 공간이 필요합니다. 또한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은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순차통역과 동시통역은 통역이 필요한 회의의 성격에 맞추어 선택해야 합니다.
덧)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봐 추가합니다. 순차통역이나 동시통역이나 모두 통역사에게 지급되는 비용은 같습니다. 동시통역이라고 통역사가 돈을 더 받지는 않습니다. 위에서 동시통역이 순차통역에 비해 비용이 더 든다고 한 것은, 순차통역은 1명의 통역사가 필요하지만 동시통역은 통역사 2명(혹은 3명)에 장비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에 비용이 더 든다고 적었다는 점을 밝힙니다.
※ 궁금하신 사항은 댓글로 남겨주시면 아는 범위 안에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마치 자전거를 타는것처럼 연습하다보면 몸에 익어서 된다고 밖에는 설명이 안되긴 합니다.
동시통역은 들으면서 말하고, 동시에 듣는다는게 신기하네요.
단가가 더 비쌀만 하네요.
어후.. 진짜 윗분 말씀대로 인간의 영역이 아닌거 같아요 ㄷ ㄷ 어떻게 기억을 했다가 그대로 얘기하시는지
보통 번역사를 translator, 통역사를 interpreter라고 합니다. 좀 크게 묶어서 통역사와 번역사를 한꺼번에 translator라고 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통번역 대학원 2년 과정을 거쳐도 동시통역이 가능한 상태에서 졸업하는 분들은 일부입니다.
그리고 문장 구조는 다르지만 언어 자체에 힌트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반드시"가 나오면 뒤에는 대부분 "해야 한다"가 이어지고, "결단코"가 나오면 부정적인 내용이 이어집니다. "여전히"가 나오면 ~를 하지 않고 있다라는 식의 동사가 이어지고요. 부사를 잘 연구해 보면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복잡한 프로세스로 한사람이 동시통역말을 한다니 놀랍군요..
장비는 쉽게 설명해서 일종의 라디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 같습니다. 통역사가 통역하는 음성이 마이크>통역사 장치>음향장비>송신기>수신기를 통해 고객의 귀로 전달됩니다.
또 동시통역을 할 때 통역사는 외부소음으로부터 차단된 부스(booth)라는 공간안에 들어가서 통역을 하기 때문에 발화자의 음성이 마이크>음향장비>통역사 장치>통역사로 전달됩니다.
감사합니다
다만 분야 특성상 개개인의 기본적인 역량과 노력이 어떻게 학교와 시너지를 내느냐가 더 중요할듯 합니다.
발표 등이 있다면 발표 PPT나 논문초록 등의 자료 등은 사전에 제공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용어집을 따로 제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그래서 해당 분야 통역 경험이 있는 통역사를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신입 통역사들에겐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죠.
대부분의 통역사는 개인 용어집을 정리해서 가지고 있고 재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