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김영란 법 때문에 기업의 언론 관련 장학사업이 없어져서 오는 분들이 적어졌지만, 제가 사는 곳은 비지팅 스콜라의 자격으로 기자분들께서 연수를 많이 오는 주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만나본 대부분은 기업 언론 재단을 통해 연수를 오신 분들이긴 했는데, 그 중에는 국가의 장학프로그램으로 오신 분들도 몇 분 계셨습니다. 저는 미국에 산지는 제법 되었지만, 연수 오시는 기자분들과의 경험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제 경험이 전체적으로 기자 연수생들로 일반화 하기 힘들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또한 이것이 과연 기자라는 직업 때문인지 아니면 보통 그걸 국가수준의 혹은 기업수준의 지원을 받고 오시는 (직업 속성과 관련없이) 연수자 분들의 특징 인지는 저는 알 수 없습니다.
1.
일단 지원을 받게 되면, 가고자 하는 지역의 학교에 있는 언론 관련 학과에서 방문학자 자격을 얻고 특정 프로그램을 참여하는 것이 연수의 목적입니다 ... 만, 대부분 등록만 하고 거의 가진 않으십니다. 제가 만나 뵌 분들 중 한분은 열심히 프로그램에 참여하셨는데, 대부분은 첫 날과 마지막 날 사진찍고 확인증 받을 때 빼고는 학교에 가지 않으십니다. 프로그램 참여, 아니 연수가 일단은 목적이긴 한데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일단 단순 수료 프로그램이기도 하고, 학교 입장에서도 일단 프로그램 등록금만 받으면 되는 일이니까 그다지 강제성이 없습니다. 이건 사실 공무원 분들과 만났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데, 학위 과정으로 오지 않은 이상은 그렇게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습니다. 한번은 이런 이야기를 하던 연수생 분이 계셨는데, 학교의 프로그램 디렉터가 연수 온 한국 분들에게 "아 잘 쉬다 돌아가세요. 여러분, 여러분의 나라에서 엄청 힘들게 일하신 것 다 알 고 있습니다. 걱정마시라!" 라고 말해주었다며 이야기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학교도 아는 거죠 ... 그러니 일단 돈만 잘 내면 군소리 없는 거구요.
이런 것으로 비교 하기는 그렇지만, 중국 그리고 일본 출신 연수생들 에게서 이런 모습을 저는 자주 보진 못했습니다. 제가 경험 했던 바는 중국 분들은 프로그램에 이런 저런 (과도한) 요구를 하는 특색이 있고 일본 분들은 저랑 아침에 맨날 버스 타고 같이 매일 연수 받는 연구실/프로그램에 출근해서 (일본에 있던 것처럼) 일하고 돌아오는 특색이 있지만, 일단 학교는 열심히 갑니다. 중국 분들은 영어가 잘 안되는 분들도 많지만, 그러면 뭔가 영어스터디를 조직해서 그걸 하러 갑니다. 어떻게든 학교를 갑니다. 연수의 기회를 어떻게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거죠. 업무적인 측면에서 (여행 많이 다니는 것 말고)
저는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 과도할 정도로 스스로에게 강제하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일단 연수비용을 지원받는 상황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을 이행하지 않는 부분이 이해가 잘 되진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그래서 쉬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도 이해하지만, 일주일에 1-2번, 오전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조건으로 지원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불편했습니다만, 제가 그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이의 삶을 제단할 수도 없기 때문에 크게 상관을 안하려고 했습니다. 또 어차피 기업에서 지원받는 돈이고, 세금에 기초한 것은 아니니까 라고 자위할 수는 있겠지만, 저는 지원급의 출처와는 상관없이 그러한 사회적인 비용들의 소모를 쉽게 여기는 모습들이 좀 보기 그랬습니다.
+ 제가 경험했던 것 중에 이런 것과 관련된 최고는 ... 국가지원을 받고 실비 지원을 받는 기자 분이 (나름 나무위키에 항목도 있으신 분이셨는데), 실비정산 시 최대 1000만원 받을 수 있는데 (예를 들자면), 학교 프로그램 비용이 1000만원이 안되니까, 가라 영수증을 먼저 학과에서 1000만원으로 써주면 그것만 스캔해서 한국에 보내겠다고, (그리고 학과에서 그 비용을 다시 취소하고 원래 금액으로 청구하면 된다고) 부탁하는 메일을 보내서 학과 차원에서 심각하게 이게 무슨 이야기냐? 당황해서 회의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2.
그러면 무엇을 하는가 하면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골프도 치시고 여행도 다니시는게 주업무이긴 한데. 일단 저녁에 같은 아파트에 온 기자 연수생들과 식사들을 하면서 약주를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저희 아파트에는 일종의 반상회 같은 것이 조직되어서 주기적으로 모이시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대부분 가족 구성원 모두가 연수를 같이 오기 때문에, 아이들 학교 때문에 별다른 휴일이 끼지 않은 이상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지내면서 이바구도 나누고 약주도 마시고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몇 번 오라고 했는데, 이 곳에서 생활하는 생활인으로서 그다지 시간을 낼 수도 없고, 개인적으로 교류하는 다른 한국분들이 있어서 거의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술들은 엄청 많이 자주 마십니다. 아침에 아이들 학교 데려다 주러 나가면 술이 얼큰하신 채로 나오는 분들을 만난 경험도 생각보다 많이 있네요. 덕분에 생각보다 감정적인 골도 제법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건 그냥 인간사라 당연한 것 같습니다. 많이 만나서 술 많이 마시면 웃고 울고 싸우다 화해하는 법이니까요. 누구네 집은 이번에 어딜 놀러간다고 하던데 ... 우리는 왜 안가냐 뭐 이런 걸로 부부싸움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휴식도 연수죠 뭐.
3.
하면 안되는 거 은근히 많이 합니다. 커뮤니티나 타운의 룰, 혹은 이용하는 시설의 규칙있는데 (예를 들면 운동시설), 그냥 일단 한국식으로 무작정 밀어 붙여보고 그게 성공하면 유쾌한 추억처럼 말씀 하십니다. 정확히 이야기 사례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전에 너무 신나서 이야기 하시길래 "그러면 안되는데요" 조용히 읊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는 여기 남아서 살아야 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은근히 그런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 부담됩니다. 미국은 그런 일탈을 개인의 특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전반적으로 있다지만, 늘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어서, 그렇게 해서 형성된 사회적인 시선들에 영향을 받는 건 결국 남아서 지내는 사람들이라는 생각/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코리안은 이렇지? 하면 ... 난감하죠.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두가지 인데, 하나는 그냥 그런 세부적인 사항을 지키려고 규칙을 숙지하기에는 언어적으로 이해가 안되거나 , 또 다른 하나는 그냥 그렇게 하려는 노력을 하기 싫거나 입니다. 그냥 모른 척 하고 하면 되니까.
4.
"우리가 일을 되게는 못해도, 안 되게는 할 수 있지" 라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게 저는 이상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아직도 저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곤조인지, 자신감인지, 자괴감인지 아니면 지나친 자의식 이거나 특권 의식인지를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 태도에 대한 많은 것이 내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5.
(강제성이 없는) 프로그램 연수가 아니라 학위과정으로 보내야 합니다.
6.
아무튼 그래서 ... 저는 이제 그냥 멀리 떨어져 삽니다.
아까 본 영상 중에 중국 공안 회의 중에 문 열고 그 안 모습 비디오 찍었던 장면 보니까 탄식이 나와서 써봤습니다.
기자들뿐 아닙니다. 검사, 판사, 교수, 공무원들.. 말씀하신대로 연수 이런거 없애고 정말 필요한 사람만 학위코스 지원해야 합니다.
쓰레기보다 못한 오물임...
그런 인물들이 회사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이간질하고 횡령하고 등에 칼 꽂고 이직하죠
저도 가끔 생각합니다. 오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굳이 자기가 와서는 그 사람의 기회도 뺏고...
자기는 시간 낭비하고... 교육장 분위기는 썰렁하게 만들고....
적폐를 청산하려면 아직 멀었죠.
제 주변에서도 겪는 공감되는 일이 많네요...
저도 잘 모르겠고 멀리 떨어지고 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