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면서>
안녕하세요.
최근 글을 쓰다보면 항상 주장이라는 것은 반대의견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절대적인 정답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서에 질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요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 인수인계서와 기존 업무 매뉴얼을 AI 프로젝트 하나에 모두 넣어 두면 새로운 사람이 전임자 없이도 AI에게 물어가며 일을 익힐 수 있지 않을까.
☐ 예전에는 인수인계를 못 받고 독박을 쓴다는 말이 흔했습니다.
- 전임자가 떠나면 그 사람 머릿속에 있던 것도 같이 떠났으니까요.
- 문서가 있어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 두꺼운 매뉴얼에서 지금 필요한 한 줄을 찾는 게 어려워서 결국 퇴사한 사람에게 연락하게 되더라고요.
☐ 지금은 그 부분이 확실히 달라졌습니다.
- 문서가 충분히 쌓여 있다면 “이 거래처 정산은 어떻게 처리했어?”라고 물으면 됩니다.
- 찾는 비용이 거의 사라진 셈입니다.
- 문서를 만드는 비용도 내려갔습니다.
- 회의 메모나 메신저 내용을 정리해 달라고 하면 꽤 쓸 만한 초안이 나옵니다.
☐ 그래서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 상급자가 업무 내용을 계속 문서로 남기라고 지시하고 그게 쌓이면 사람과 AI가 같이 일하면서 인수인계 문제가 상당 부분 풀리겠다고요.
그런데 문서에는 ‘왜’가 잘 남지 않습니다
☐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 업무 문서에는 대부분 ‘무엇을’과 ‘어떻게’가 적힙니다.
- 며칠까지 무엇을 제출하고, 어떤 순서로 처리한다는 식입니다.
☐ 그런데 인수인계에서 실제로 막히는 지점은 그런 곳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 이 거래처는 왜 다른 곳과 다르게 처리하는지, 이 단계는 왜 생겼는지, 예전에 한 번 문제가 됐던 건 무엇이었는지.
- 이런 것들은 당연하게 여겨져서 적히지 않거나 적기 애매해서 빠집니다.
- 전임자에게는 너무 익숙한 내용이라 굳이 써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수 있습니다.
- AI는 문서에 있는 것은 잘 찾아주지만 문서에 없는 것은 알 수가 없습니다.
- 결국 AI에게 넣을 수 있는 건 기록된 만큼입니다.
그럴듯하게 틀린 답
☐ 더 신경 쓰이는 건 그다음입니다.
- 사람이 혼자 추측할 때는 적어도 자기가 모른다는 걸 압니다.
- 그래서 조심스럽게 확인하게 됩니다.
- 반면 AI는 문서에 빈칸이 있으면 그 빈칸을 그럴듯한 내용으로 채워서 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답의 모양은 확신에 차 있어서 틀렸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게 될 수 있습니다.
☐ 낡은 문서도 같은 문제를 만듭니다.
- 절차가 바뀌었는데 매뉴얼이 그대로라면, AI는 2년 전 방식을 지금 방식처럼 설명합니다.
- 문서가 많다는 것과 문서가 맞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 그래서 “전임자 없이도 어떻게든 때려 맞출 수 있다”는 말은 반만 맞다고 생각합니다.
- 때려 맞추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틀리게 맞추는 속도도 같이 빨라졌습니다.
인수인계서는 가장 늦게 쓰는 문서입니다
☐ 그렇다면 문서화를 지시하면 해결될까요. 여기서도 한 가지가 걸렸습니다.
☐ 인수인계서는 보통 떠나는 사람이 마지막 주에 씁니다.
- 마음은 이미 다음 일에 가 있고, 시간은 부족하고, 기억은 흐릿해진 상태입니다.
- 어쩌면 조직에서 가장 품질이 낮은 문서가 인수인계서일지도 모릅니다.
☐ 지시해서 쌓인 문서도 비슷한 위험이 있습니다.
- 남기라고 하니까 남긴 문서는 칸을 채우는 데 집중하게 됩니다.
- 그런 문서를 AI에 넣으면, 역시 칸을 채운 수준의 답이 나옵니다.
☐ 제가 생각하는 방향은 이렇습니다.
- 인수인계를 떠날 때 하는 일이 아니라, 평소에 조금씩 하는 일로 바꾸는 것입니다.
- 큰 문서를 한 번에 쓰기보다, 일하다가 판단한 이유를 한두 줄씩 남겨 두는 것이 더 쓸모 있었습니다.
- “이번엔 A 대신 B로 했다. 이유는 이것.” 정도만 있어도, 나중에 AI가 답할 수 있는 범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달라지는 건 기록의 쓰임새입니다
☐ 돌이켜 보면 기록이 없어서 생기는 문제는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 문서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오래돼서 쓸 수 없는 경우는 AI가 나오기 전에도 흔했습니다.
- 그 점에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 달라진 건 기록이 제대로 있을 때의 쓰임새입니다.
- 예전에는 잘 정리된 문서가 있어도 찾고 읽는 데 시간이 들어서, 결국 사람에게 묻는 쪽이 빨랐습니다.
- 이제는 그 문서가 바로 질문에 답하는 자료가 됩니다.
- 같은 기록이라도 예전보다 훨씬 많이 쓰이게 된 셈입니다.
☐ 그래서 AI가 인수인계를 쉽게 만들어 준다기보다는, 기록이 갖추어진 곳에서 그 효과를 크게 키워 준다고 보는 편이 맞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