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추천을 받아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 책 초반에 나오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에렉투스가 순차적으로 진화한 게 아니라 한 시대를 함께 살았다는 이야기.
- 제가 막연히 갖고 있던 편견을 깨주어서 꽤 흥미로웠습니다.
- 그런데 얼마 못 가 책을 덮고 말았습니다.
- 책은 두껍고 긴 내용에 왠지 읽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손이 가지 않더군요.
□ 얼마 전에는 ‘사장학개론’이라는 책을 사업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선물했습니다.
- 처음에는 공감도 되고 너무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 쇼파 옆에 두고 꾸준히 펼쳐 본다고요.
- 하지만 2주 뒤에 ‘이제 좀 재미없으시죠?’라고 물었더니
- 읽긴 읽어야 하는데 손이 잘 안 간다고 하더군요.
- 재미있게 시작한 책도 결국 비슷한 길을 걷더군요.
“책에서 우리는 지식을 얻는다. 일상생활의 범위에서 벗어나 추상적/논리적 사유를 하는 데 필요한 개념을 익히며, 여러 개념을 연결하는 논리적 상관관계를 배운다. 하지만 독서도 억지로 하면 좋지 않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 사실 독서로 ‘지식’을 얻는다는 건, AI 시대인 요즘 그렇게까지 꼭 필요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 오히려 중요해진 건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유, 그리고 여러 개념을 연결하는 힘입니다.
- 지식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꺼내쓰는 박학다식의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 이제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필요한 지식을 골라 아이디어로 엮어내는 ‘활용’의 시대입니다.
□ ‘구글링’이라는 말이 어느새 잘 들리지 않는 것처럼
- AI 검색은 많은 것을 바꾸고 있습니다.
- 정보를 잘 찾는 능력조차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 호모 사피엔스 이래로 인류는 아직 더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 우리 머리는 수만 년 전 그 사피엔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뜻이죠.
- 어쩌면 그래서, 말하고 듣고 읽는 일이 여전히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 다만, 보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 영상을 볼 때 우리 뇌는 생각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쪽으로 더 많이 움직이는 것 같거든요.
□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 나에게 재미없는 책, 나에게 필요 없는 책을 굳이 끝까지 붙잡을 이유는 없는 것 같습니다.
- 책은 지식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각을 키우기 위해 읽는 것이니까요.
- 요즘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걸 보면, 그만큼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는 뜻이겠죠.
- 책을 읽는 게 ‘멋진 일’로 여겨진다는 건
- 역설적으로 그만큼 흔하지 않다는 의미일테고요.
- 그렇다면 답은 단순합니다.
- 재미없는 책 한 권을 억지로 끝내는 사람보다
- 재미있는 책, 읽고 싶은 책을 꾸준하게 읽는 사람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