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들고 다니는 아이폰16 프로의 카메라는 풍경이나 일상을 주로 찍는 용도로 쓰고 있지만, 가끔씩 하늘로 향하기도 합니다. 멋진 노을이나 달이 주요 피사체가 되죠. 약간 딴 이야기이지만, 다음 달에 나올 17 프로는 제발 2TB 버전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카메라롤에 사진이 24만 장을 돌파해서 공간이 거의 다 찼거든요.
아무튼, 그러다 최근에 문득 은하수 사진도 찍을 수 있나 궁금해서 한 번 시도해 봤는데, 이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생각보다 잘 찍혔습니다. 뒤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지만, 원본 사진에서 블랙포인트 같은 값만 조정한 겁니다. 그런데 이걸 찍기 위해 육백마지기 같은 곳에 간 것이냐?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살고 있는 나주 혁신도시에서 찍은 겁니다. 소도시이긴 하지만 북쪽으로는 광주광역시가 붙어있어서 광공해가 호락호락한 곳 또한 아닌데 말이죠.

도시와 같이 별 사진을 찍기에 불리한 위치에서 은하수나 희미한 별을 찍으려니 최대한 광공해가 덜한 방향으로 찍어볼 수밖에 없습니다. 저의 경우는 남쪽 방향이 그나마 최선입니다. 아직도 논밭만 있거든요. 도시 경계에는 가로등도 별로 없고요. 그리고 지금과 같은 늦여름에는 저녁 9~10시 쯤 바로 그 남쪽 하늘 한복판에 은하수가 위아래로 흘러내리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조건과 시기를 맞춰서 촬영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파악해둔 입지로 이동해서 삼각대를 세우고 아이폰을 얹은 뒤 찍으면 일단 할 일은 거의 다 마친 겁니다. 아이폰11부터 지원되는 야간 모드(Night Mode)가 대부분의 일을 하게 되는데, 최대 노출 시간인 30초를 다 활용하도록 하면 폰이 알아서 ISO 값을 골라 최대한 디테일을 살려줍니다. 개인적인 경험 상 14 프로에서 16 프로 까지는 그리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매년 꼬박꼬박 돈 내고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살짝 회의감이 들기는 합니다.

급한 마음에 미처 삼각대를 못 챙겨 나왔다면, 그리고 주변에 기댈 수 있는 구조물이 없다면, 최대한 안 떨리게 잡고 찍었을 때 노출 시간을 10초까지 늘릴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찍어보면 이 정도의 결과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은하수의 전반적인 느낌은 그럭저럭 살아 있습니다. 다만 세세한 별들의 모습은 다소 뭉게져 버린 듯 합니다.
일단 사진을 찍어놓고 보면, 도시의 빛공해 때문에 처음부터 쨍한 모습으로 나타나진 않습니다. 하늘이 회색을 띄는 흐릿한 무언가가 찍혀있죠. 이대로 실망하지 말고 편집 프로그램의 권능을 믿어 봅니다. 저의 경우는 맥 사용자라 예전에 유료 구매한 Pixelmator Pro를 주력으로 씁니다. 작년에 애플이 아예 통째로 인수했으니 품질은 확실하다고 봐야겠죠. 인수된 앱 치고 공식 홈페이지도 잘 살아있고 앱스토어에도 잘 올라와 있습니다.
은하수의 실체를 끄집어내기 위해 제가 사용한 설정은 먼저...
- 대비 (Contrast) 100%
- 블랙포인트 (Black Point) 100%
- 텍스처 (Texture) 100%
이것만 해도 기본적인 디테일이 올라옵니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 밝은 영역 (Highlights) -20 ~ -50%
- 어두운 영역 (Shadows) -15 ~ -30%
- 명료도 (Clarity) 0 ~ 20%
정도를 사진의 상태에 따라 조절해보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여기에 레벨 설정 중 25% 지점을 30 ~ 35% 사이로 올리는 것도 해볼만 합니다. 물론 각각의 촬영 여건은 다르기 때문에 직접 써먹어 보시겠다면 이런 수치를 출발점으로만 삼고 본인 사진에 맞는 값을 찾아나가야 합니다.
촬영, 편집 과정, 그리고 이렇게 찍은 약 30장 정도의 최종 결과물에 대해 한 번 살펴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영상에서 확인해 주세요.
다음에 또 흥미로운 피사체가 있으면 찾아뵙겠습니다.
출근준비하는데 수성 달 금성 목성 보여서 찍었어요. 15프맥
다른 분들을 위해 추가 팁을 몇 줄 적자면, 은하수는 북쪽보다 남쪽이 진하게 나오기도하고, 4-10 월사이가 진하게 찍기 좋습니다. 11-3 월 사이에는 은하수가 약해서 찍기가 힘들더라고요. 4-10월에 진한 은하수를 원하시면, (시간대에 따라) 남동쪽-남쪽-남서쪽 방향으로 은하수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은하수 위치를 좀 더 쉽게 찾기 원하시는 분들은 아이폰의 경우 Sky Guide 라는 앱을 설치하고, 은하수 위치를 확인 한 후, 눈에 잘 보이지 않아도, 앱이 알려준 방향대로 전화기/카메라를 향하게하고 찍으면 은하수를 중앙에 찍히게 하기 쉬울겁니다☺️ 스카이 가이드말고 다른 앱들 설치하셔서 도움 받으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삼각대 거치하고, 저는 타이머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야 눌리는 순간 흔들림이 없어서요. 타이머 없이 찍었는데, 만약 사진이 많이 흔들린거 같으면 타이머를 이용해보세요~
추가로, 촬영할 때, 지구 자전으로 인해 15초만 지나도 별이 살짝 흐르기 때문에, 찍으신 사진에서 별이 동그랗지 않고 별이 길쭉하게 찍힌다고해서 이상하다고 생각안하셔도 됩니다. 이 부분은 기본 삼각대 이용할 때는 15초 이상 노출시 어쩔 수 없거든요. (확대하면 살짝 흐른 궤적이 나옵니다)
백업은 어떻게 하시나요???
/Voll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