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만들 때 항상 염두에 두는 게 하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해당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이 어떤 감정을 느낄까?” 입니다. 여행 영상이라면 나도 떠나고 싶다는 설렘이 생기면 좋고, 웨딩이라면 행복, 기쁨 등의 감정이 생기면 좋고, 제품 광고라면 결핍을 느끼며 구매욕이 생기면 좋겠죠?
그리고 이런 감정들은 이것은 영상의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영상을 통해 감정을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작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111주년 홍보 콘텐츠를 다양한 주제별로 제작할 때 대본을 만드는 작가님이 따로 계셨어요. 이때 스크린라이팅이라는 전문 분야가 따로 있고, 이 자체로 굉장히 큰 분야에요. 이번 영상에서는 이런 대본 제작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기초적인 영상 촬영/편집 관련 스토리텔링을 말씀드리면서 여러분들의 영상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려보겠습니다.
감정 형성
처음 인트로 때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스토리텔링의 핵심 목표는 감정 형성 입니다.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낄 것인가에 대해 미리 계획하고 영상을 만드는 거죠. 그럼 감정 형성이라는 목표를 위한 촬영과 편집에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포인트를 말씀드려보겠습니다
1.편집을 위한 촬영 (Shoot to edit)
정확한 비율을 산정하는 것은 힘들지만 절반 정도는 후반작업에서 스토리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shoot to edit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초보 영상제작자분들이 자주 놓치는 것 중 하나가 내가 최종적으로 어떤 영상을 보여줄지에 대한 비전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촬영하는 샷에 대한 목적성이 부족한걸 볼 수가 있어요. 일단 촬영하고 보는 거죠. 한번 찍어보자…어떻게 될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되면 편집 때 고민만 더 많아지고 스토리가 없는 영상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미리 계획이 세워져 있다면 촬영 시 어떤 돌발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촬영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즉, 촬영 때 편집에서 정확히 어떤 장면이 나올지, 해당 카메라 움직임이나 앵글을 통해 시청자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미리 계획하고 촬영 진행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예전에 문체부 요청으로 제작했던 전통공예 영상을 샘플로 보여드릴게요. 창의명품이라는 주제로 각 지역의 대표 장인들의 전통공예품의 제작과정을 고급스럽게 담아달라는 요청을 받아 제작했던 영상이에요. 제작사 요청 중 하나가 해당 영상의 장인 외에도 담당자들과 함께 회의하는 모습이 꼭 들어가 줬으면 하고 최종 완성 공예품의 모습은 나중에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사전 조사를 통해서 제작공방의 형태와 제작과정을 확인했어요.
우선 인트로 샷으로 나무가루가 떨어지는 샷인데, 해당 공예품 제작소가 호화스러운 건물이 아니고 산속에 있었고 내부에도 시청에 집중을 떨어뜨리는 물건과 배경들이 많아서 인물 및 장소를 와이드샷으로 잡기는 부적합했습니다.
대신 클로즈업으로 영상의 주제와 연결되면서 기대감을 주기 위해 나무가루가 떨어지는 샷을 슬로우모션으로 잡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연이은 샷에서도 가지런히 정리된 작업장을 타이트샷 혹은 미디움 샷으로 보여주어 기본 스토리를 쌓았고요. 이후 몇번의 타이트샷 이후 미디움 샷으로 전반적인 느낌을 보여준 후 타이트 샷을 통해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 기대감을 넣었습니다. 혹시 몰라 초광각 렌즈도 가져가긴 했지만, 전혀 사용하지 않았고 딱 계획했던 그대로 촬영하고 마무리했던 작업입니다 . 만약 아무 생각 없이 촬영장에 가서 급하게 스토리를 짜고 진행했다면 필요한 몇몇 샷이 없어 엉성한 영상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꼭! 편집할 것을 생각하고 촬영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2. 스토리텔링 5단계 활용한 편집
백그라운드로는 인트로샷이나 설정 샷을 활용하는 건데, 즉 영상의 스토리가 전개될 장소나 시간에 대한 소개 클립을 배치하는 겁니다.
또 이 부분에서는 핵심 디테일을 보여주어 해당 영상의 스토리가 어떤 주제의 영상인지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초반 부분에서 메인 캐릭터나 혹은 주제와 감정적 연결을 시작할 수 있는 단계로 사용해도 좋고요.
두 번째는 rising action 혹은 conflict로 볼 수 있는데 이때는 시청자가 다음에 어떤 장면이 이어질지에 대한 흥미를 빌드업하기 좋은 단계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장소나 환경에 대한 소개가 나와도 좋습니다.
세 번째는 클라이맥스인데 즉 스토리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부분을 보여주어 영상의 주제에 맞는 감정을 끌어내는 부분입니다. 가장 아름답고 주제가 되는 샷을 보여주면 되죠.
네 번째 단계는 falling action인데 클라이맥스 이후에 이어지는 스토리를 연결해주면 됩니다. 시청자가 영상을 끝까지 볼 수 있도록 retention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클라이맥스의 분위기와 최대한 비슷한 톤을 유지한 클립을 사용해보는걸 추천해 드립니다.
마지막에는 resolution인데 즉 이야기의 마무리입니다. 영상의 마지막을 보여주면서 의도했던 감정을 간직하도록 만드는 샷입니다. 모든 영상이 반드시 5단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주제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2~3단계만 따른다고 하더라도 틀이 잡힌 영상이 되기 때문에 꼭 사용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3. 편집 - 샷 선택
모든 촬영이 그렇지는 않지만, 촬영분에서 가장 좋은 부분만 골라서 사용하기 때문에 보통 촬영분의 5퍼센트 정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립니다. 여러분이 촬영했다고 해서 모든 클립을 다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리 촬영본의 퀄리티가 좋다고 하더라도 스토리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버릴 줄 알아야 합니다.
영화감독 중에 Mira Nair라는 분은 bank of images 라는 단어를 사용했어요.
즉 최대한 많은 클립을 남겨 후반작업에 부족함 없이 준비하라는 뜻이고 쓸데없는 샷은 촬영하지 말고 필요한 것만 담으라는 베르너 헤어초크 영화 대부도 있습니다. 감독마다 관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클립을 고를 때 까다로워야 한다는 것은 동일한 것 같습니다.
4 음악 선택
배경음악과 효과음은 정말 중요해요. 며칠간 고생한 촬영본을 편집한 내용이 영상에 맞지 않는 음악 선택으로 영상이 한꺼번에 무너져내릴 수 있어요. 로열티프리 음악사이트에서 첫 번째 페이지 혹은 인기곡만 몇 개 들어보고 바로 고르지 말고 까다롭게 여러 페이지를 검색하며 음악을 고르시길 바랍니다. 예를 들어 영상은 우울함이라는 감정을 일으키는데 음악은 행복을 말하고 있다면 2가지 감정이 한꺼번에 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어울리지 않겠죠? 그래서 해당 음악과 영상의 감정선이 잘 어울리는지 생각하며 작업하는걸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노래가 4분이라고 노래에 맞춰서 필요 없는 클립을 다 넣어버리는 게 아니라 노래가 길다면 줄여서, 불필요하고 반복되는 클립은 없애고 스토리텔링에 맞는 클립만 남겨 편집하는 게 중요합니다.
음악이나 효과음 관련 무료 사이트 중 유튜브 스튜디오나 NCS 말고도 pixabay라는 사이트도 있습니다. 상업 사용까지 가능한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사이트고 무료치고 꽤 좋은 품질과 사운드 이펙트 그리고 사진까지 사용할 수 있어서 한번 사용해보시는 것 추천해 드립니다. 저는 유료로 사용하는 사이트가 3개 있는데, 뮤직배드, 에피데믹사운드, 아트리스트 총 3가지입니다. 세 사이트 모두 훌륭한 품질의 오디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사이트 선택해서 사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5.편집리듬
그다음은 편집 리듬인데 여러분들의 편집 흐름이 감정에 연결이 되는가에 대한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웨딩 영상에 미친 듯한 트렌지션과 빠른 음악이 들어가는 것 보다는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발라드 그리고 상대적으로 적은 트렌지션이나 컷 변환이 어울리겠죠? UMF 처럼 EDM 페스티벌 장르라면 빠른 컷 변환이 훨씬 어울릴 거고요. FINAL KID 편집들 보면 음악과 편집이 찰떡처럼 잘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부드러울 때는 슬로우 모션으로, 빠른 비트와 함께 기대감을 줄 땐 타임랩스, 짐벌 움직임 등으로 감정을 빌드업하기도 하고요.
6. 색
그다음은 색입니다. 색은 감정과 많은 연결이 있다는 건 수많은 논문과 글로 증명되었죠. 색을 통해서 여러분들이 나타내고 싶은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어요. 간단하게 대표되는 색들이 주는 느낌을 말씀드려보자면 웜톤은 보편적으로 행복이나 밝은 감정을 나타내기 때문에 로맨스 영화나 영상에 많이 사용되고
쿨톤은 드라마틱한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에 스릴러나 공포영화에 많이 사용됩니다. 또 채도가 빠진 색은 활기, 생기가 없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Apocalyptic 한 영화나 영상에 많이 사용되고
채도가 높은 영상들은 생기가 돌고 활기찬 느낌을 주기 때문에 코미디나 쾌활한 느낌의 영상에 많이 사용되요.
추가로 색에는 다양한 컬러 디자인들이 있는데 complementary color라고 해서 보색대비 등을 이용한,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오렌지 엔 틸 이라고 부르는 컬러스킴이죠.
촬영 전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감정에 맞는 컬러톤으로 영상의 분위기를 정해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방향을 제시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공유 감사합니다
옛날에 이것저것 다 찍으라고 ㄸㄱ 훈련 시킨 ㄴ이 생각나네요 ㅠㅠ 편집 감독은 매번 시나리오에 없는 이건 왜 ? 저건 왜 ? ?...쓱 쓱 휴지통 ㅜㅜ
대단하신 분 같아요.
기회가 되시면 촬영 데이터를 보관 (저장), 편집용으로 변환해서 편집 까지 거치는
과정을 다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저는 이제 갓 시작한 40대 유부남 초보 유튜버입니다.
한 두세번째 영상을 만들때쯤...
이번에 찍은 건 쓸만한 게 없을 것 같아서 망했다 싶었는데
편집으로 쓰래기 같던 소스가 살아나는 걸 보고 편집의 힘에 깜짝 놀랐었네요.
영상 편집이란게 참 매력이 철철 넘치더라고요.
하나하나 주워 들어서 한편한편 좀 더 나은 영상 만들고 싶네요~^^
구독합니다! ^^
좋은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은 필요를 넘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유튜브 채널도 구경가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