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무릎 통증 환자분 진료중에... X-ray 상 특이소견이 없어서 "X-ray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 몸이 뼈로만 되어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X-ray상 이상이 없다고 해서 다 괜찮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 이상을 보려면 MRI가 필요합니다만, 증상이 심하지 않고, 증상 발생이 오래되지 않았고 진찰상에서 심각한 이상이 의심되지는 않기 때문에 약물치료, 물리치료 먼저 하면서 경과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을 드렸지요.
그랬더니 조금 당황스럽게도... "양심을 걸고 이상 없다고 다시 얘기할 수 있어요?"라고 하시더군요.
"아니... X-ray에 이상이 없어서 이상이 없다고 하는데 무슨 양심을 걸고 말고 할게 있습니까?"라고 되물었지요.
"그럼, 내가 다른 병원에 이 사진 들고 가서 이상이 있다는 판정을 받아오면, 이 병원에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지요?"
이정도 되면 아무리 둔한 사람이라도 뭔가 쎄한 느낌이 들기 마련입니다.
"허..허... 무슨 조치를 취하고 싶으세요?" 제가 인격 수련이 덜 되서 그런지 이런 분들에게까지 친절하게는 하지 못합니다. "가져가서 판정을 받든, 가져와서 소송을 거시든 민원을 넣으시든 마음대로 하세요."
"내가 바로 며칠 전에 다른 병원에서 X-ray 찍었는데, 염증이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X-ray 찍을때마다 염증이 있다고 판정을 받았는데, 왜 여기서는 그걸 못봐요?"
또 어제에는 한달 반 전쯤 발목 골절로 수술하신 환자분께서 발목이 아프다고 오셔서 '수술한데 염증이 생긴 것 아니냐'고 문의를 하셨습니다. 사실 이 환자분은 골절 전에도 발목에 상당히 진행된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분이었고, 수술은 골절 수술이기 때문에 퇴행성 관절염에 의한 통증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수술 전에 이미 설명을 드렸던 분이지요.
"혹시 지금 궁금하신 것은 염증이 아니라 감염이 걱정되는 것 아니신가요?"
"그게.... 뭐가 다른가요?"
사실 진료를 보다보면 마법의 단어가 있습니다. 그게 바로 염증입니다.(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이 글의 주제와 관련이 없어서...) 그래서 제가 염증이란 단어를 진료중에 되도록이면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왜 마법의 단어인가 하면... "아... 염증이 있네요.", "염증때문에 그래요."라고 말씀드리면 많은 분들이 마치 자신의 질환을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고, 제대로 진단을 받았다는 생각을 하시거든요. 그래서 "염증때문에 그래요."라고 설명하면 의사 입장에서는 잘못된 얘기를 한 것이 아니고, 환자분은 완벽히 이해했다는 느낌적인 느낌을 받고 가십니다. "아~ 염증때문이구나~"라면서요.
심지어는 제가 염증이란 단어를 진료중에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다음 진료 때 "염증은 나아졌나요? 염증땜에 그렇다면서요?"라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수없이 많습니다.
염증이란 단어를 보면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쉽게 사용하지만 정말 염증이 어떤 것인지는 (제 경험상으로는)아무도 모릅니다. 제가 10년 이상 전문의로 진료하면서 염증이란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고계신 분은 한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염증의 정의를 보면
염증 - 조직의 상해나 파괴가 있을 때 이에 대한 생체조직의 국소적 방어 보호반응이다. (이우주 의학사전)
inflammation : A fundamental pathologic process consisting of a dynamic complex of cytologic and histologic reactions that occur in the affected blood vessels and adjacent tissues in response to an injury or abnormal stimulation caused by a physical, chemical, or biologic agent. (Stedman's medical dictionary)
Inflammation (from Latin: inflammatio) is part of the complex biological response of body tissues to harmful stimuli, such as pathogens, damaged cells, or irritants,[1] and is a protective response involving immune cells, blood vessels, and molecular mediators. The function of inflammation is to eliminate the initial cause of cell injury, clear out necrotic cells and tissues damaged from the original insult and the inflammatory process, and initiate tissue repair. (Wikipedia)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조직 손상에 대한 신체의 수복반응(수정 - 댓글로 주신 의견을 참고하여 수복의 초기반응이라 하는 것이 좀 더 명확할 듯 합니다.)이 염증이라는 것이지요. 좀 더 풀어서 설명하면, 조직이 손상되면 신체는 손상된 조직을 고치거나 아니면 대체하기 위해서 혈관이 확장되고 확장된 혈관으로 염증세포, 재생을 담당하는 세포등이 이동하여 모이게 되고, 혈관이 확장되니까 세포외액이 늘어나고, 이름도 잘 생각 안나는 온갖 cytokine이니 이런게 나오고... 뭐 이런 과정들이 벌어지는 겁니다. (일반적으로 염증 하면 나쁜 것, 생기면 안좋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 반대로 반드시 필요한 기전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수복 반응은 네가지 주요한 요소로 나타나는데, 통증, 국소발열, 발적, 부종(wiki에서는 loss of function도 열거되어 있는데, 제가 배웠을 때에는 앞의 네가지만 배운데다가, 기능상실은 염증 정도에 따라 필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봐서... loss of function은 ischemic damage의 증상이었던 것 같은데...말입니다.)입니다. 그리고 이 염증은 수많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물리적 외상에 의해서 나타날수도 있고, 과사용에 의해서 나타날 수도 있고, 자가면역에 의해서 나타날 수도 있고, 균이 들어와서 나타날 수도 있고... (사족으로... 그러니까 저 위의 첫번째 환자분의 경우, X-ray에서는 연부조직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X-ray를 보고 염증을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염증이 있네요."란 말은 항상 맞기도 하지만 항상 틀리기도 합니다.
자... 넘어져서 발목을 접질렀습니다. 발목이 붓고 아파요. 염증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어제 무리하게 무거운 것을 든 다음에 팔 앞쪽 근육이 당겨요. 염증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었어요. 피부가 벌겋게 부어오르고 아파요. 염증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가려워서 긁었더니 피부가 벗겨졌네? 염증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모기에 물렸어요! 염증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뼈가! 부러졌어요! 염증... 네,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아토피가... 네, 있습니다.
손목이... 네, 있습니다. (응? 뭐가 있지?)
이런 예는 수십, 수백가지도 더 댈 수 있고, 심지어는 환자분이 아파서 진료실에 들어왔다면 (제가 전공하는 과에 한해서는) 그것만으로도 염증은 있는 것이라 봐도 거의 무방합니다.(어쨌든 아파서 진료보러 오셨을테니까...) 이렇기에, 염증이 있다는 말은 항상 맞습니다.
그렇다면 이 "염증"이라는 단어가 이 환자의 증상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기전에 의해 진행이 되고, 치료 방법은 무엇이고, 예후는 어떻게 되는가를 설명해주는가, 즉 진단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그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또 항상 틀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염증이란 단어의 모호함때문에 환자분께 더 자세하고 복잡하게 설명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말 염증이란 단어로만 설명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염증이란 말을 진료중에 쓰지 않습니다.
자, 그럼, 염증과 가장 많이 혼동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감염입니다.
감염도 염증인가요? 네, 염증입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 곰팡이 등 미생물이 신체에 침투해서 조직손상을 일으켜서 생기는 염증입니다. 다만 우리가 감염이라고 할 때에는 근본 원인인 미생물에 맞춰져있는 것이기 때문에 감염=염증이라고 하면 그건 완전히 틀린 말입니다.
그래서 저 위의 두번째 예시의 환자분의 경우 염증이 아니라 수술 후 수술 부위의 감염이 걱정되었던 것이겠습니다.
그러면, 의사가 염증이라고 말하면 그건 진단이 아니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거네?라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겠습니다. 근데 그것은 그런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잘 모르겠을 때 염증이라고 하는 경우가 바로 저 위의 첫번째 환자의 예입니다. 아마도 일반적인 능력을 가진 정형외과 의사라면 그 환자를 진찰하고 X-ray를 봤을 때 정확히 원인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주 초기이거나 아니면 심각한 문제는 아닐거란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럴 때에는 환자가 특별히 요구하지 않은 이상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 관찰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럴 때 저처럼 고지식하게 설명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진찰하고 검사 다 해놓고 뭔지도 모른다네? 돌팔이 아냐? 실제로 왜 모르냐고 따지시는 분들도 있고(의사 입장에서는 X-ray 한장으로 다 진단하면 그게 신이지...라는 생각이... ㅠㅠ), 또 의사들은 알 수 없다고 말할 때 신뢰도가 깨지는 문제에 민감하기도 하거니와 단순하게 염증이라고 하면 복잡하게 설명해야 하거나 간혹 환자분과 마찰이 일어나는 상황을 상당히 피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염증이란 단어 하나로 부드럽게 보존적 치료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심각하지 않은 상태라고 어느정도 확신이 들면 "염증이 있네요."라고 단순하게 설명하고 경과 관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몰라서 염증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 경우는... 진단의 역사적 과정를 볼 때 염증으로 진단이 확정된 진단(~~염이라고 진단이 붙은 질환들)이거나, 염증성 변화가 있는데, 그 근본 원인은 알 수도 없고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경우입니다.
역사적으로 염증으로 확정된 진단의 예로는 외상과염, 퇴행성 관절염 등이 있겠네요. 물론 외상과염의 경우에는 최근에는 염증성 변화보다는 미세 손상의 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역사적으로 처음에 염증인 줄 알았고 그렇게 진단이 굳어진 경우입니다. 그리고 무슨 질환인지 확실하다면 이걸 '외상과 신전건 골부착부의 미세손상의 축적'이라고 진단을 붙이든 '외상과염'이라고 진단을 붙이든 임상적으로는 크게 상관은 없지요. 치료 방향은 확실히 나오니까요.
퇴행성 관절염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질적으로는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 연골이 퇴행되고 깍여나가 관절면에 뼈가 드러나고 그로 인해 통증, 염증성 변화, 심하면 뼈의 변형이 오는 질환입니다. 역시 마찬가지로 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하면 정형외과 의사들은 무슨 질환인지 다 아니까 여기다가 "이건 염증이 근본적 원인이 아니야! 그러니까 진단명을 바꿔야해!"라고 해봐야 바뀌지 않습니다. 마치 미국에서 미터법을 도입 못하고 있는 것이나, 실제로는 전자가 -극에서 +극으로 흐른다는 것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류는 +에서 -로 흐른다'는 명제가 부정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근본 원인을 알수 없거나 중요하지 않는 경우에는 건염이 있습니다. 건염의 경우 특정 힘줄의 염증성 변화가 확인이 된다면 이게 무거운 것을 들다 생긴건지, 직접 타박에 의해 생긴건지, 과사용에 의해 생긴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자세히 질문을 하다보면 힌트는 얻게 되겠지만 그 근본 원인을 검사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니까요.
와이프랑 싸우고 와이프가 애들 데리고 나간 틈에 시간이 남아서 오랫동안 한번 써봐야겠다는 주제에 대하여 한번 써봤습니다. 바라건대,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진료를 보실 때 자기 상태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시는 계기가 되셨으면 하구요, 한가지 더 부탁드린다면 '염증이 있어요'라고 설명하는 의사를 만나신다면 괜히 '염증이요? 무슨 원인의 염증인데요? 염증이 왜 생겼는데요? 어디에 염증인데요?'하고 따지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냥 음... 별로 심한 거는 없나보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의사도 하루에만 수십명의 환자분들을 만나다보면 이 환자분들의 이해 능력이나 요구하는 설명 수준이 천차만별이예요. 저야 어렸을 때부터 좀 반골기질에다 고집이 세서(그래서 인생 평탄치가 않았습니다...) 곧이곧대로 설명하고는 있지만, 좀 연세 있으신 환자분들 자세히 설명드려도 힘은 힘대로 들고 그래서 뭐가 어떻다는건데~?라고 하시면 그냥 '염증 있어요~'라고 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아직은 '염증 있어요'라는 설명을 더 맘편하게 받아들이는 환자분들이 훨씬 많아요.
ps. 와이프랑 화해하고 산책도 다녀오고 애들이랑 놀아주느라 질문 주시는데 다 답변드리기가 어렵네요. 애들 재우고나면 체크하여 답변 드릴 수 있는데까지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물어보시는 것 중에 제 분야가 아닌 부분도 많아서 저보다 저명하신 많은 선생님들 도움말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애가 아파서 입원하는 경우에 아직 염증수치가 높아서 좀더 지켜보자라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무슨 의미인가 잘 몰랐거든요
그런데 그런 특정 원인이 없이 상승해있다면 몸의 어딘가 감염이 있거나, 혹은 수술 후에 올라간 수치가 시간이 지나도 기대만큼 떨어져주지 않는다면 수술 부위의 감염이라든지 기타 합병증을 생각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일리어스님 자녀분의 경우 올라있던 CRP, ESR 수치가 아직 기대만큼 떨어지는 것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 아닐까 싶구요, 그거 떨어지는 것 확인하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Vollago
사람이 살면서 한번도 안싸울 수는 없으니까요. ㅋㅋㅋ
혹시, 계산된 글..? ^^
제 분야의 경우 면역력을 언급해야할 경우가 별로 없어서 제꺼는 다른거이긴 합니다. ^^;
이라는 단어는 어떤가요 ㅎㅎㅎ
본문에 무릎 통증 환자 진료와 발목 골절 환자 수술 및 F/U 진료 말씀하신 걸로 봐서 OS (정형외과) 추측하는데, OS에서는 스트레스나 신경성 언급이 좀...
'맥락' 말씀하셨는데,
컴향기님께서, 면역력이라는 마법의 단어 언급하신 후, prairie님께서 내과나 한의과의 경우 가능할 수 있지만, '제 분야의 경우'를 분명하게 말씀해주신 상황인데요. 여기에 juxtizm님께서 마법의 단어 관련 댓글을 다신다면, 아무래도 prairie님 분야/과에서 자주 쓰이는 용례를 들어주시는 게 맥락에 더 어울리겠죵?
말씀처럼 '제분야' 는 둘째 줄인데욤?
두통약이 웬 소염제? 이런 생각이 들어 좀 의아했었죠.
그런데, 엉덩이 종기(이것도 염증이죠?)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이 들어 혹시 효과가 있나 싶어 제가 한 알 먹었는데, 이게 나을 때가 되서 그런건지, 약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다음날 종기가 많이 사그라들었어요.. 이게 뭐지??
두통약인데 종기에 효과가 있나..? 아.. 혼란하다.. 했었습니다..
저 염증반응이 일어나는 과정을 차단하는 것인데, 염증반응이 근본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심하면 부수적으로 동반되는 증상들이 심한 불편감을 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통증이 심하다든지, 열이 난다든지, 부종이 생긴다든지... 그런데 그 과정을 차단해주니까 이 부수적인 증상들을 줄여주고 그래서 오만데 다 효과가 있지요.
증상 변화를 반드시 관찰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래서 진통소염제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자연 경과가 시간만 지나면 자연히 나아지는 질환의 경우에는 괜히 부수적인 증상들을 감수하고 힘들게 지낼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감기든 염좌든 두통이든 심지어는 심하지 않은 감염에서조차 다 씁니다.
쉬운 설명 필요 or 그냥 진상인 환자를 자주 접하다 보면
의사분들도 여러가지로 자기만의 스타일로 변해가다보면
정말 적당히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이해하고자 하는 환자들은
정작 정보를 얻기도 어려워지고 말이죠.
뭐 의사분들께 강의 들으러 가는 건 아니니 아쉬울 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래서 서로 대화가 통하는 병원에 방문하는게 최적인거 같아요.
물론 다 필요없이 원인 해결 잘해주는게 최고지만요.
우리나라 의료 제도가 자체가 박리다매 식이라...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환자 한 분당 한시간? 한시간 아니라도 30분 이상의 진료시간이 보장된다면 어느정도 환자분이 바라는 수준을 파악해서 맞춰드릴 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면 의료비 상승이 엄청나겠지요. (이 글 쓰는데 두세시간 걸린 것 같은데, 아마 말로 설명드린다고 해도 환자 한분께 이 내용을 다 설명드리려면 그것만으로도 20~30분은 걸릴 것 같습니다. 이해를 하시느냐는 별개로요.)
그러다보니 더 자세하고 환자분들께 알맞는 수준의 설명을 찾는 과정이 생략되는 경우가 많구요... 그러다보니 의사 역시 진료에 있어서 자신의 시간과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루틴을 설정하게 되고, 의사-환자 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하기는 어려워지고... 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질문을 정확히 생각해두고,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유도합니다. 질문한다고 대답 안해주고 쫓아낼 의사는 거의 없으니까요. 문진 과정은 의사들도 공부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의사는 전문가이지 퍼실리테이터는 아니니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환자 차원에서도 어느 정도 노력은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진상 환자들은 커뮤니케이션이나 정보 습득보다는 그냥 원하는 바만 얻고자 하는 범주이죠.
다만 옛 세대 의사분들 중에는 권위의식이 아주 강한 분들이 계십니다. 특히 원내조직에서의 위계생활 오래 하신 분들은 더더욱 그렇죠. 이분들은 도저히 어찌 할 방법이 없습니다. 무슨 약을 주는건지 물어봤다가 훈계 들은 적도 있네요. 약사분께 물어보니 지병상 부작용 가능성이 높아 그 약은 빼고 다른 병원에 다시 갔던 기억이 있네요...
저도 최대한 요약해서 빠르게 질문하고 빠져요. ㅎㅎ
그럼에도 절대 치료 지시 외엔 없으신 분들
계신데 그럴땐 경우에 따라 재방문은 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ㅎㅎ
말씀하신 사례 들어보니
약사분 중요성도 있어요
의사분이 간과한 걸 챙겨줄때
정말 고맙더군요. ㅎㅎ
물론 그분은 위험하신 사례지만요
맞아요 그래서 어쩌다 괜찮은 의사분, 약사분 만나면 멀더라도 오랫동안 찾아가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친해지기도 하고, 하여튼 주변에 그런 분들 있으면 참 든든합니다
우리나라 의료 제도가 현재와 같지 않았을 때도 여전히 5분미만 진료였습니다.
40년전 기준입니다.
따라서 그냥 설명하는 것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문화와 질문하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 문화가 커서 그런면도 큽니다.
선생님이 질문하면 네 라도 단답형으로 대답하게 독재주의자들에게 교육받았거든요. 물어볼 엄두도 설명할 필요도 없는 문화죠. 특히 위에 사람에게 물어보면 머리에 피도 안마른게 뭐가 왜요 냐는 식으로 하던 것이 당연한 시대였고 여전합니다. 박근혜 시절 기자들 하는 형태 보세요. 질문할 능력, 설명할 능력 없는 사람들이 태반입니다.
그나마 요즘에는 인터넷에 자료들이 올라와서 편하더군요. 제 경우에는 알레르기 치료지침이라는 걸 관련협회에서 배포한 자료를 보고 제 병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되었습니다. 의사에게 수만번 진료받으면서 듣지못한 지식을...
자주 걸리는 질병에대해서는 그런 걸 알려줘서 읽어보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다음 진료 때 물어보는 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더 좋다고 봅니다.
온라인에서 치과 관련된 얘기 할 때 제가 꼭 강조하는 말이,
치과에 가면 차과의사랑 얘기를 나눠보고 말이 통하는 사람이면 그 치과에서 치료를 받으라는 겁니다.
결국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코드가 맞아야 신뢰가 생기고 그래야 결과가 좋더라구요.
근데 가만보면 꼭 이상한 치과들이 환자들은 참 잘 홀리는터라...딱히 좋은 조언 같지도 않아요. ^^;;
알맹이 유무에 따라
진실성이냐 접대성이냐 나뉘긴 하죠. ㅋㅋ
얼마 전에는 "정황상으로나, 임상적으로나 코로나일 가능성은 매우 낮으나 1% 이하의 경우도 있기 때문에 코로나 검사를 받을지 말지는 보호자 분이 직접 판단하셔야 합니다", "저희는 검사를 받아라 말아라 판단은 못 해드립니다. 환자분과 보호자분이 찝찝하시면 검사받는걸 권유드릴 뿐입니다."라고 이야기 했더니 도대체 뇌내필터를 어떻게 거쳤길래 "그래서 지금 검사를 안 받아도 된다는거죠?"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옆에 있는 지인한테 "봐봐 검사할 필요 없다고 하잖아"라고 이야기 합니다. 어이가 없어서 "제가 언제 그렇게 이야기 했습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저는 그렇게 이야기 한적 없습니다" 했더니 난감한 표정을 지으십니다. 일하기 진짜 힘드네요.
간혹 제 앞에서는 별 문제가 없는데 병동에서 진상피우는 분들의 경우 병동 간호사 선생님들이 제발 어떻게 좀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대체로 단호하게 대처하는 편인데(음주의 경우 시간 막론하고 즉시 강제 퇴원 뭐, 그렇게.) 그걸 제가 다 해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렵지요.
예를 들어 인터넷이 제대로 되었다가 안되었다가 원인 불명의 현상이 일어나서 인터넷 AS기사를 불렀습니다.
기사는 고객에게
"정황상 매설 케이블의 불량일 가능성은 낮으나 1% 이하의 확률로 콘크리트 벽채 안의 매설된 케이블이 단선되어 접촉 불량일 가능성도 있으니, 집을 철거하고 다시 지으면서 케이블을 교체할지 말지는 세대주와 상의해서 직접 판단하셔야 합니다. 저희는 재건축 하라고 말씀은 못드리고 찝찝하시면 재건축을 권유드립니다."
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고객이 전문가인 인터넷 AS기사를 불렀을때의 원하는 기대치가 무엇일까요.
비용 설명하고 검사 긁어도 비싸다고 난린데 "아 그럼 검사 받으세요~' 하고 검사 끝난 뒤에 "20만원 나왔습니다~" 하면 그 민원은 누가 감당하나요? 의료진이 검사 받으라고 해서 받았는데 왜 비급여냐고 나는 돈 못 낸다, 급여로 처리해달라 등등 30분 넘게 들들들 볶습니다. 바쁘고 힘들어 죽겠는데 환자들 많은 그 한가운데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거 계속 듣고 있어보세요.
저희는 검사를 받으라고 강요도 못하고, 받지 말라고 강요도 못 합니다. "찝찝하면 검사 받는걸 권유합니다, 그리고 자가격리는 필수입니다" 이런 이야기 한 마디 밖에 못해요. 안 당해보셔서 모르겠지만 신천지 같은 입에도 담기 싫은 새끼들한테 한 달 넘게 들들들 볶이고 고통받으면 결국에는 원칙적인 이야기랑 선택은 스스로 하라는 방어적인 태도밖에 못 취합니다. 병원도 병신인데 나를 지켜줄 수 있는건 나 자신이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것 말고는 없습니다. 그리고 검사를 할지 말지 확실한 답이 듣고 싶으면 선별진료소가 아니라 보건소랑 1339로 연락을 해야합니다. 저희는 그저 검사 긁고 오더 수행하는 기계일뿐이지 권한도 뭣도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과 Suikaa 님의 경우는 좀 다르지 않나 싶네요.
인터넷 AS 기사는 말 그대로 애프터 서비스죠. 내가 이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서비스를 제공받기로 되어있고 돈을 내고 있으므로 약속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죠. 따라서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어느 정도의 의무가 있는 상황입니다.
Suikaa 님의 경우는 그렇지 않아요. 선별진료소에 계신 Suikaa님은 방문자의 건강을 보장해야하는 의무가 없습니다. 단지 방문자의 선택에 따라 적절한 행위를 하는 것만이 Suikaa님의 의무라고 할 수 있겠죠.
본질은 비전문가가 전문가에게 의뢰했을때의 얻고 싶은 답과 그 상황에 대한 역지사지입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방면으로 그러한 상황에 부딪치고, 전문가 입장에서도 명확하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은 숱하게 있습니다.
우리가 클리앙을 하면서 사용하는 컴퓨터 조차도 고장과 장애의 결과만 보고 원인을 추론하자면 여러 경우의 수가 나옵니다.
겨우 기계 쪼가리도 그러한데 사람의 인체는 더욱 더 복잡하고 기계 고장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더 신중하고 명쾌한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어려움도 분명히 있겠지만, 그만큼 서비스를 제공받는 소비자들도 그 무게의 중함에 비해 소견의 가벼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지적한 겁니다.
왜 안 어렵겠습니까. 앞서 비교한것처럼 사람의 몸과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하찮은 기계덩어리 조차 명쾌한 결론을 내지못할 상황에 매번 직면하는데요.
다만 그 하찮은 물건에 비유해서도 피제공자의 불편함을 꺠달았다면 훨씬 더 중요한 사람의 일에서는 더욱 더 무게가 크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저도 의료계 종사자지만...
그런 설명에는 대부분 그렇게 반응할 것 같습니다
확대해서 생각해보면
단순 감기에도 사망률이 0.01프로정도는 있는거니까요
그럴 경우에는 짜증내시기보다는
99프로정도는 그렇게 생각하셔도 되지요
하고 여운을 남기며 넘어가셔도 될것 같습니다 ㅎ
개개인마다 기대치는 다 다릅니다.
어떤 반응을 기대하고 본인 의견을 피력하신 건지 모르겠지만 동조는 안되네요.
100원짜리 물건 사면서 100만원짜리 기대하면 안된다는 얘기예요.
Karv48 께서 하신 말씀을 그대로 돌려 드리면, 본인의 주관적인 기대치가 평균에 수렴하는지 고찰 잘 해 보시고 (말씀하신 내용으론 본인께서도 그럴 권한은 없으시겠지만요), 타인에게 기대치를 강요만 하지 말고 본인께서도 타인의 기대치를 충족 시키는 행복한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좋은 글에 댓글로 이러는 것도 다른 분들께 실례일 것 같으니, 더 하실 말씀 있으시면 쪽지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제 기대에 미치는 대화는 아닐 것 같아서 미리 차단해 놓겠습니다. 그건 제 자유 의사고 재량이니까요. :)
고약상자님께서 진료하시는 분야의 특성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제 경우 환자가 하나의 강한 impression을 가지고 들어오면 그 뒤에는 어떤 객관적인 근거가 뒷받침된 설명을 해도 다 튕겨나가버리고 그 impression(설사 근거가 전혀 없다고 해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향이 매우 강합니다.
그런데 그 매우매우 강한 impression을 주는 단어가 "염증"입니다. 제가 진료중에 염증이란 단어를 의도적으로 피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진료 중 제가 단 한번이라도 "염증"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환자의 머리속에 각인되는 단 하나의 단어는 오로지 그 염증입니다. 그리고 한번 머리속에 "염증"이 각인되면, 그 외의 설명은 모두 환자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여러차례 '이건 염증 아닙니다, 염증 아니예요~'라고 강조해서 설명드렸던 환자가 "염증"이 각인되서 다음번에 와서 염증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차라리 뭔지 모르면 모르되,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설명을 드려도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는데 매우 심각한 장애물이 됩니다. 염증이란 단어가 너무 정확한 설명 없이 남발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그리고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상황에 의사들의 책임도 어느정도 있다고 봅니다.) 이글을 쓰게 된 계기도 그것이구요.
차라리 모르시는 분이면 제가 조심하면 되는데, '염증 생긴건가 싶어서 왔다'고 하면서 들어오시는 분들의 경우 방법이 없지요...
틀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화를 내기보다 알려고 하는 사람을 만나면 참 다행이라 생각해요.
진상은 그냥 나갔으면 합니다.
사지 외상의 경우에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항생제를 쓰기는 합니다. 이비인후과쪽이나 기관지, 폐의 경우 염증반응이 보이는 감기 증상의 경우 대개 바이러스 감염인 경우가 많은데, 이게 가벼운 바이러스 감염인지 아니면 비교적 그보다 심한 세균 감염인지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증상이 심한 경우 세균감염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항생제를 쓰는 것으로 알고있습니다...만... 제 분야가 아니라서...
장염이 걸리면 장만이 아니라...
전신적으로 증상이 옵니다.
발열, 오한통증 등등이 따라옵니다.
장염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원이니
명확하지 않은건 맞을겁니다.
다른질환도 같이 올수 있어서
장만 아프진 않을겁니다
이상 만성장염자 올림....
x-ray에 염증이 보이는 의사 선생님들이 너무 많은게 사실 제일 문제같습니다.
누군가 그런 말을 하던군요 우리나라가 문맹은 없는데 난독율은 높다고..
사람말을 잘 듣고 이해해주는 면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무릎 연골 수술을 했는데
새로 건물 올린 정형외과라 의사 선생님이 환자가 많아서 그런지 친절하면서도 짧고 굵게 이야기하시드라구요.
저는 어려가지 더 자세한 사항을 묻고 싶었는데 홀로 검색하고 필요하면 논문도 찾아보고 그랬습니다..
(의학지식이 없어 읽을 줄도 모르지만..ㅎㅎ)
건물이 새로지어져서 좋다고 하니 의사 선생님이 열심히 진료해야지요라고 대답하시던데
아마도 은행 빚 갚으려면 열심히 해야한다는 의미로 읽혔습니다.^^
mri 판독은 의사분들마다 다 하 실수 있나여?
자기가 맞고 있는 파트라면요
대학병원은 영상의학과로 토스 시키고
뭐. mri 자체가 찍으면
영상의학과에서 판독을 내리긴 하지만요
외부 mri도 병원의사분들마다
영상의학과에 판독안하시고
잘 보는분, 판독후 추가 검토만 하시는분들
잘 보는 분들이면
판독하시면서 실제로 보시고
음 여기가 문제가 있네요 찝어 주시는분
갈때마다 긴가민가 해요...
클량 의사분들 이거의 답은 뭔가요?
영상의학과에서 판독을 해주지만 많은 경우 환자의 증상에 따라 진료하는 의사가 마지막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여러경우가 존재합니다.
1. 주치의가 딱 보기에 확실한 경우. 이럴 땐 영상은 그냥 더블체크뇽이죠.
2. 주치의가 의심은 가지만 애매해서 영상에 확인차 의뢰
3. 봐도 정상같아서 or 뭔가 이상한데 뭔지 모르겠다 싶어서 의뢰
··· 등등의 여러가지입니다.
그렇군요. 답이 없으면... 후...
다만 영상의학과 선생님께 들은 바로는 근골격계 MRI의 경우는 영상의학과 선생님들도 펠로우를 해서 따로 배운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임상의의 경우 자기 전문분야의 MRI는 워낙 많이 보는데다가, MRI와 수술 소견, 환자 진찰소견을 비교하고 종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보니 자기 분야의 MRI를 볼 때 정확도는 오히려 왠만한 영상의학과 선생님보다 나은 경우도 있습니다.
저의 경우 제가 자신있게 보는 파트의 MRI는 저의 생각을 우선시하고 제가 혹시 놓치는 부분이 있지 않은지 영상의학과 선생님의 판독을 참고합니다. 제가 잘 모르는 파트(종양이라던지...)는 판독을 주로 따르는 편이구요, 제가 봤을 때 애매하다...싶은 건 따로 전화를 드려서 상의해보기도 합니다.
어쨌든 판독의 권한은 영상의학과 선생님께 있는 것이고(영상에 대한 법적 효력도 임상의의 의견이 아닌 영상의학과 선생님의 판독에만 있습니다.), 그 판독 결과로 임상적 판단과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각 과 임상의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체온이 조금 높은 체질과 조금 낮은 체질도 있는걸로 아는데.. 일단 전 무식한 지식 동원해서 그 친구한테 어딘가 염증이 있는거 아니냐? 라고 몇번 물었더니 내시경하고 한약을 지어먹더군요
평상시 체온이 평균대비 높거나 낮은것도 문제가 되나요?
너무 오래앉아있어 세포조직이 파괴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염증인가봅니다.
바로 응용했네요.
결국 CT로는 뭔지 정확히 알수는 없고 디스크가 터진건 아니니 그냥 소염제나 먹고 버텨 라는 소리 였군요 ㄷㄷㄷ
위에도 언급된 내용인데, 염증은 몸의 수복반응에서 나오는 부산물이라면 소염진통제는 수복반응을 늦춰서 그 부산물들, 통증이나 발열을 막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견딜만하고 휴식에 방해될 정도라면 먹지 않아도 되나요?
소염제가 염증의 확대를 막는거다는 이야기도 있고 걍 진통제와 비슷한거라 사람들 잘 쉬게해서 회복력을 높이는거란 이야기도 있고,그래서 많이먹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잘 모르겠습니다
재작년인가 온몸 여기저기가 아픈적 있었는데 결론은 피로누적 수면부족이었습니다 업무강도가 심하진 않아도 개인사정으로 3년간 주말이건 밤이면 쉬는시간없이 지내다보니 많이 몸이 망가지더라구요
그때 찾아보기로 밤에 잘 자야 나온다는 성장호르몬이 면역력을 키워주는거라, 밤에 숙면을 취하지못하고 2시간마다 깨고 자는 생활이 몸을 망가트린거였더라구요,
이후 제대로 쉬고 어떻게든 잠을자니 몸이 간신히 회복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아프다 싶으면 일단 걍 쉽니다 외상이나 특정증상 없는거면 잘 먹고 잘 자는게 소염진통제 먹는것보다 훨씬 낫더라구요 도대체 염증 소염제가 뭔지 알수가없어 인터넷 찾아봤는데 마치 스트레스마냥 전가의보도로 쓰이는 단어라 더 이해가 안가더라구요
예를 들면 심한 감염으로 인해 고열이 나는데, 이 열이 40도 이상 진행이 된다면 항상성을 유지하는 정도를 넘어서 고열 자체가 다른 신체 기능의 이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니, 발열 역시 정상적인 신체 반응의 일부이므로 고열일지라도 방치해야 할까요?
따라서 항상 같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정도에 따라 달라지는 답이라 보셔도 될 듯 합니다.
일단, 진단적으로 신체 반응이나 발열의 체크가 중요한 상태라면(예를 들면 이번 코로나도 주요한 증상이 고열이기 때문에 진단적으로 중요하지요.) 진통소염제로 발열을 틀어막는 것이 증상을 가려 진단을 늦추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masking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이런 경우 진통소염제를 복용하면 안되겠지요.
반대로, 진단이 확실하고 심각한 문제가 아닐 경우, 그리고 빠른 시일내에 자연 치유가 가능할 경우, 아니면 완치법이 없어서 대증 치료가 주가 되는 경우 그간 발생하는 통증, 부종, 발열을 그냥 참고 견뎌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럴 때에는 당연히 진통소염제로 환자의 불편을 줄여주는 것이 올바른 판단일 것입니다. 그리고, 통증을 방치하게 되면 positive feedback이 걸려 통증이 더 큰 통증을 불러오는 효과도 있습니다. 이를 차단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예를 들면 큰 수술을 받아 수술 직후 심한 통증이 있는 환자를 방치하면 통증이 더 오래 심하게 지속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결론적으로 딱 잘라서! 진통소염제가 치유적 효과가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치유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씀드릴 것 같습니다. 그럼 안먹어도 되는 필요없는 약인가?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그렇지 않다!고 또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landscape119님께서 느끼는 통증이 심하지 않고 견딜만 하다면 진통소염제를 반드시 드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약을 안먹기 위해 통증을 참고 견디는 것은 전혀 권할만한 행동이 아니구요, 또 진통소염제를 드셔서 좀 더 편안히 잠을 자고 쉴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질환의 회복을 돕는 아주 중요한 효과라고 생각됩니다. (먹으면 안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서요.)
답변 감사합니다. 많은게 명확해지네요
감사합니다.
폐의 염증은 엑스레이에 잡혀서 촬영을 하는건지 궁금하네요 ㅎ
엑스레이도 찍는부위,보고싶은 포인트에따라 세팅이 다릅니다. (사실 소아,마른사람, 뚱뚱한사람 개개인마다도 세팅이 다르죠.) 폐렴 진단과 치료경과를 파악하는 기본 검사는 흉부 엑스레이 입니다.엑스레이로 폐의 염증을 보는거죠. 흉부엑스레이도 늑골골절이 의심되면 뼈에 포커스를 맞춰세팅해서 찍으면 연부조직은 구분이 잘안되는거고, 정형외과에선 대부분 뼈가 잘보이게 세팅하고 검사하겠죠.
그런데 폐는 연부조직의 밀집도가 다른 부위에 비해 매우 낮고, 거의 공기가 들어차있는 장기입니다. 따라서 공기와 연부조직의 경계는 비교적 쉽게 보이겠지요. 그러다보니 폐렴이 생겨 폐포안에 고름이나 진물이 들어차게 되면 근골격계에 비해 비교적 쉽게 발견됩니다.
물론 이 연부조직의 변화가 폐렴인지 폐암인지 늑막염인지 이런 것은 연부조직 변화의 양상에 따라 판단하게 되겠지만, 폐렴이 단순 흉부 X-ray로 진단이 가능하냐고 물으신다면 많은 경우 가능하다, 다만 정밀 검사(폐 CT라든지...)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정도로 알고있습니다...만 제 분야가 아니라서 그쪽은 일반의 수준에서의 답변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