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동안 대회를 정말 열심히 나갔었습니다. 테니스 인생 근 20년간 제일 대회를 많이 나간 한 해였어요.
대회 많이 나가는 사람들끼리 한 대화 중에, "정신이 갉아먹히는 느낌이다" 라는게 정확하게 와 닿는 느낌이었습니다.
어릴적 운동에 영 소질이 없어서 경쟁하는 스포츠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타입이었기 때문에,
바짝 당겨진 긴장감, 서로 이기려고 서로를 몰아세우는 상황 등에 아무래도 면역이 없는 상태로 시즌을 시작했었습니다.
한 해가 거의 끝나갈 시점엔, 심리적으로 너무 지쳐서 그냥 시즌오프선언 해버리고 대회를 안뛰게 되는 시점까지 왔었죠.
그리고 나서 나름대로 단점을 보완한다고 했지만 실상 그냥 대충 공치는 그런 상태가 지속되다가 올해 시즌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1분기동안 몇 개의 대회를 뛰면서 느낀 점들을 기록해봅니다.
총 참가 대회 :
KATO 신인부 2회 (R128 x 2)
KATO 오픈부 1회 (예선탈락)
KATA 신인부 2회 (공동3위, R64)
생체 신인부 1회 (R32)
지역대회 금배 1회 (R32)
- 신인부의 수준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십년 전엔 32강~16강 언저리에 계셨을 분들이 지금은 예선 탈락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 초보자들이라고 무시할 수 없습니다. 잘 배우고, 심리적으로 단단한 3~5년차들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상대방들입니다.
- 예전의 신인부를 생각하면 "한방 테니스" 같은건 불가능했는데, 요즘엔 정말 자신있는 툴 한두개로 게임을 풀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 오픈부에선 여전히 제가 제일 하수입니다.
- 지역대회 금배는 혼돈의 도가니입니다. 오래전 금배로 오신 분들과 신규 유입된 전국대회 입상자들이 한데 엉켜있습니다.
- 여전히 대회는 정신이 갉아먹힙니다. 작년처럼 한달에 두세개씩 나가는건 정신적으로 부담이 너무 큽니다.
- 대진운이 전보다 더 중요해 졌습니다. 우승 후보를 안만나는게 정말 중요합니다. 물론 마음대로 안되지만요.
결국 운이 좋아 입상 하나를 추가하게 되었지만, 다른 대회에서 저를 꺾었던 상대방을 4강에서 다시 만나 그대로 졌습니다.
스코어마저도 비슷하게 졌네요.
올해는 한달에 하나 정도로만 대회를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전에 등록부터 제때 할 수 있어야 겠지만요.
운동 능력자 이십니다.
저처럼 테린이에게도 발리는 물구력자가 운동에 소질이 없는거죠.
요즘 저랑 와이프는 의욕이 완전 떨어진 상태입니다. 어거지로 여기까지 실력 사람같이 만들어놨는데 다시 까먹을까봐 우울해요 ㅠ
미카님 신인부 우승 응원 합니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그래도 어찌어찌 2~3년(요즘 날라다니는 2~3년의 구력이 아닌, 평범한 구력) 동안 열심히 친게 아까워서 라켓을 놓고 싶지는 않네요. 나중에 신인부 대회 제가 출전하게 되면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본선가는것 보다 대회 등록이 더 어려운것 같아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