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글 씁니다.
지난 6월 4일에 군산에서 챌린지 대회가 있었습니다. 2023 챌린지 군산-새만금 철인3종 대회인데요, 이번 대회는 풀/하프 두 가지 입니다.
반성의 글이 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 남겨두면 참고하시는 분이 계실 것 같아서 글 남깁니다. 자전거당에는 자전거 위주로 글 썼고, 퐁당퐁당에는 수영 위주로 글 쓰는데, 참 헷갈리네요 ㅎ
참고로, 챌린지는 아이언맨과 함께 인터내셔널 철인3종 대회의 양대 산맥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규모는 아이언맨이 더 크긴 합니다.
작년에는 대회 앞두고 수영 LSD도 주 1회는 하고 그랬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올해는 대회 직전까지도 불이 붙지 않아서 게으른 준비를 하다 덜컥 대회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바다수영이 있는 대회는 처음입니다. 바다에서 수영연습 한 것도 코로나 전이니, 정말 한심하기도 하고 반성도 되고 그렇습니다.
대회 준비는 달리기와 자전거는 나름 열심히 했습니다. 달리기의 경우 작년 11월 부터 자세 교정을 하면서 올해 2월과 4월 하프마라톤 대회에서 비루하지만 연푸 개인기록을 세우면서 자신감이 조금 생겼고, 자전거도 토요일에는 무조건 근전환훈련을 한 덕에 잘하진 못해도 중간은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가 생기기 전 까지 말이죠. 그러다 대회 2주 앞두고 욱신하게 근전환 훈련 마쳤는데, 왼쪽 서혜부가 저리면서 힘이 안들어갑니다. 다급하게 병원을 찾았는데, LFCN 증후군이 의심된다네요. 물리치료하시는 분께서는 제발 스트레칭 좀 하라고 하십니다. 암튼 이렇게 부상인 채로 대회에 갑니다.
대회 전부터 ‘너울’이라는 단어를 몇 번 들었습니다. 저는 포항출신으로 대구에 살고 있어서 아주 드문 경우지만 바다수영을 하게되면 당연히 동해쪽으로 가게됩니다. 칠포나 오도, 월포 같은 곳으로요. 물론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횟수 입니다. 대부분의 동호인들이 그렇듯 수영연습은 수영장에서 합니다. 그런데, ‘너울’이라는 단어는 들어봤지만 생소합니다. 동해바다는 파도가 있지, 너울은 크지 않거든요. 암튼, 설명을 들어도 생소하니, 그런게 있겠거니 하고 말았습니다.
대회전날 카보디너 입니다. 국제대회인만큼 상당히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요, 내일 같이 뛰게 될 여러 국가 출신의 프로선수들도 자리를 빛내주십니다. 확실히 국제대회라 분위기 자체가 다릅니다. 저는 촌놈답게 살짝 주눅이 들어서 입만 떡 벌리고 앉았습니다.
카보디너 직전에 비응항에서 수영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수영 연습 하면서 죽을뻔 한것은 처음입니다. ‘와, 너울이 이런거구나’ 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너울을 직접 체험해보니까 이거 살아돌아올 자신이 없습니다. 너울이 심할때는 대략 20센티 내려갔다가 다시 40센티 정도 올라갔다가 수직 진폭이 상당히 큽니다. 계속 이러니까 속이 미식거리고 멀미 증상이 나옵니다. 게다가 서해바다는 처음인데 왤케 짜고 비린지… 특히나, 호흡 타이밍에 너울로 얼굴이 물에 잠겨버리니까 멈출 수 밖에 없더라고요. 수영연습은 대략 400m 만 하고 나와서 한숨만 쉽니다.
대회 당일에 아침에 눈뜨자 마자 수영 걱정부터 됩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포기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기에, 대회장으로 갑니다. 아침에 수영연습 시간이 있어 다시 한 번 가봤는데, 10분 일찍 종료되는 바람에 아침에 물도 못 적셔봤습니다.
엘리트 선수들이 먼저 출발했고, 그 다음 풀코스 에이지별 롤링스타트 그리고 저는 한참이나 뒤에 하프코스에서 출발했습니다. 풀코스는 1.9km 코스 2랩이고 하프는 1랩인데, 딱 봐도 나중에 유입된 하프 주자와 먼저 돌고 있는 풀 주자가 엉키는 모습도 보여 더 무서웠습니다. 실력이 비루한 저는 누가 치고가건 말건 간에 무조건 줄 옆에서 수영하기로 마음먹고 출발신호 받자마자 뻘밭을 달리기로 가로질러 줄 쪽으로 갑니다. 처음 300m 가량은 큰 탈 없이 줄 옆에서 잘 했는데, 더 나아가니까 너울이 많이 심해집니다. 너울로 호흡 타이밍에 바닷물이 얼굴을 덮치는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그냥 강물이 코에 들어가도 따가운데 바닷물이 들어가니까 더 괴롭습니다. 과호흡도 오고 심박이 170넘게 올라갑니다.
포기하기는 싫고, 부끄럽지만 줄다리기를 시전합니다. 첫 번째 턴 까지 대략 500m 가량을 수영 반, 줄다리기 반으로 갑니다. 두 번째 턴 하고서 다시 해안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수영다운 수영을 했는데, 첫 번째 턴 전까지는 정말 이러다 죽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줄 잡고 서 있었던 시간을 다 합치면 대략 12~15분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울이라는건 정말 파도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닿습니다.
출수 직후 사진인데요, 제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나왔을때, 앞에 사진찍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인지를 못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한부모 가족 만들뻔 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과 그냥 짐 싸서 집에 갈까 하는 생각 밖에 없더라고요. 가긴 어딜 가, 끝내고 가야지…
암튼, 준비없이 대회 나간 자의 최후 입니다. 1.9km 인데, 실제로 수영하는 구간은 1.6km 정도 되었습니다. 당시 아침이라 물이 빠지는 타이밍이라서 수영 거리가 실시간으로 줄고 있었거든요. 53분이나 걸려서 겨우 컷오프 안당하고 수영 마쳤습니다.
오픈워터 수영이라는 것이 원래 변수가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나 바다는 더 심하구요. 저는 이번에 ‘너울’이라는 변수를 처음으로 접해봤습니다. 이런 변수를 넘을 수 있는 것은 연습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깨닿습니다. 나중에 철인선배님들한테 들어보니, 너울이 심하면 리듬을 파악해서 수영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아직은 잘 이해할 수 없지만, 연습 많이 하면 언제가는 이놈의 너울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후에 자전거는 이냥저냥 탔구요, 달리기는…ㅠㅠ 위에서 말씀드렸던 LFCN으로 왼쪽 다리가 살짝 저리고 힘이 안들어가서 망했습니다 ㅎ 2시간 예상한 달가기는 2시간 40여분 걸려서 마쳤습니다 ㅠㅠ 왼발이 착지할때 힘이 안들어가니까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고 오른쪽 다리에 부하가 많이 걸리더라고요. 밤에 혼자 천천히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LSD 해도 21km는 2시간 20분 정도면 끝내는데, 이번 대회는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사실, 철인3종 하프는 처음입니다. 코로나 전에 올림픽만 몇 번 나갔었고, 작년에 아는 분 꾀임에 넘어가서 덜컥 킹코스 완주하고 거만해졌던것도 사실입니다만, 너무 준비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하프 대회 진행을 어떻게 해야할지 끝까지 갈팡질팡 했거든요. 올림픽코스 처럼 준비하면 퍼질 것 같고, 풀코스 처럼 진행하면 컷오프 될것같고 중간에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부상까지 겹치는 바람에 너무 아쉽습니다.
혐오스런 사진이긴한데, 여러분~! 자외선 차단 대책은 꼭 세우시기 바랍니다. 저는 대회 중에 귀찮아서 선크림 안바르거든요. 손 씻을 곳도 없고 해서 안바르는데, 이제 슬슬 벗겨지는 피부 보니까 꼭 발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뻘개져서 집에 가니, 큰 아이가 ‘아빠 빨개져서 아이언맨 됐네’ 라고 합니다. 아이언맨 맞죠… 날지 못할 뿐이지만.
이게 피부와 바꾼 메달입니다. 저 메달 안에 생사를 넘나드는 추억이 담겨 있습니다.
전체 후기는 일기장에 써 놨는데, 너무 길어서 링크 남겨놓겠습니다,
대회전~전야제 : https://m.blog.naver.com/phantomstar/223120567645
대회 : https://m.blog.naver.com/phantomstar/223120606229
너울이 심한 날 두어번 수영 했을 때 안 좋은 기억이 있어 너울의 무서움은 익히 잘 알기에 더욱 공감이 되는 후기네요.
저는 올해 여주 대회에서 하프 첫 도전인데.. 내년에 새만금/고성 중에 가까운 새만금으로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너울 때문에.. 고성으로 가야할 것 같기도 하네요. ㅠㅠ
https://m.blog.naver.com/phantomstar/223102818129
이건 제가 얼마전에 정리한 글인데, 철인3종 준비물과 물품에 대한 설명입니다. 혹시나 궁금하신 점 있으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최대한 설명드릴께요. 저도 첫 대회때 얼마나 갑갑하던지 잠도 못잤습니다.
군산대회는 제작년 750미터로 단축 수영, 작년 수영 취소로 두 번 연속 김빠진 대회라서 신청 안했는데
너울이라도 수영하는 다행입니다.
저는 수영하러 대회 나가는데 작년에 수영을 취소해서 집에가고 싶더라고요.
풀코스도 하시고 하프도 하시고 부럽습니다.
저는 올림픽코스 이상은 못합니다.
사실, 제 기록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운동을 잘하는 사람은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못 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컷오프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다행스럽게 그 안에 왔다고 봐야죠!
올린픽코스는 몇 번 해보니까, 너무 정신없이 진행되어서 대회 끝나도 기억이 잘 안나더라고요. 코스별로 장단점이 있나봐요. 암튼, 차근히 준비하시면 하프도 킹도 완주 하실 수 있을꺼에요. 저도 하는데요… ㅎ
작년에 생각없이 킹코스 도전할 때도 그랬지만, 일단 신청하고 목표가 생기니까 어떻게 되딘 되더라구요 ㅎ 암튼 축하해주셔서 고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