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유튜버 사이에서 핫한? 스팀 게임 인펙션 프리존을 40시간 정도 해봤습니다.
결론 부터 밝히자면 얼리도 그냥 얼리가 아니라 초 얼리 억세스라 컨셉과 약간의 스토리 모드만 들어가 있는 정도고 아직 제 값을 하는 게임은 아닙니다. 대충 씻어 물에만 담가 둔 딱딱한 생쌀이지만 그래도 잘 익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 게임의 제작사는 911 오퍼레이터라는 유명한 게임을 제작했던 곳입니다.
저도 아주아주 오래전 재미있게 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스팀에 검색해보니 911 오퍼레이터도 있고 출시 년월이 다르게 112 오퍼레이터도 있네요. (그리고 왜 이게 내 라이브러리에 등록되어있지..?)
전작 911오퍼레이터 해본지 너무 오래되었는데 구조 요청에 대해 각종 구난 장비를 활용해 임무를 수행하는 게임이었던걸로 기억합니다.
인펙션 프리존의 가장 큰 특징은 OSM 기반 현실 맵에서 게임을 한다는 점입니다.
OSM이 사용자들의 참여로 생성되는 오픈소스 맵이라는데 한국은 워낙 완성도 높은 상용 지도들이 있어서 일반인들이 굳이 OSM을 쓸 필요가 없다보니 사용자 참여가 적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정확도는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도 서울, 분당 등 인구 밀집 대도시의 대형 빌딩과 아파트 단지는 그럴듯하게 구현되어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게임 자체에 지형 높낮이 구현이 되어있지 않아 우리나라에 흔한 산지나 터널은 생략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평소 알던 지역을 선택해보면 내가 아는 건물이나 상호 등이 보여서 재미있습니다.^^
게임 컨셉은 좀비 바이러스 창궐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좀비화 되고 생존자들은 지하 벙커 비축 물자로 버티던 중 바이러스가 약화되었다는 무전 메세지를 듣고 지상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우리 대원들은 게임 중 좀비에게 공격 당해도 좀비화가 되지는 않고 그냥 체력이 닳다가 죽게 됩니다) 지상의 건물들은 완전히 폐허화 되어 있습니다.
맨 처음 시작하는 기지는 임시 거처+창고 역할을 겸하게 되고 이후 튜토리얼에 따라 페허가 된 건물을 개조하여 창고, 거처, 공장, 연구실 등 필요 시설을 추가로 마련하고 연구를 통해 새로운 무기나 도구 들을 직접 생산하게 됩니다. 생산하기 전까지는 전부 폐허속에서 채집을 해야하며, 이 중 나무가 가장 쓰임이 많은데 나중에도 공장 합성이 불가능한 필수 자원이라 맵에서 나무가 많은 곳 근처 자리 잡는 것이 유리합니다.
게임은 낮 페이즈와 밤 페이즈로 나뉘는데 좀비는 태양빛 아래에서 지속적으로 체력이 깍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낮에는 채집과 건설을 하고 밤에는 어둠속에서만 돌아다니는 좀비들의 습격을 막아내야 합니다. 대부분의 디펜스류 게임이 그렇듯 날이 지날 수록 습격하는 좀비가 더 강해지는데 게임상 아직까지 단 3종의 좀비만 존재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 수록 한번에 습격하는 좀비 개체수가 많아집니다. 그리고 월드워Z를 본받아 좀비 때가 한 구역에 밀집되면 자기들끼리 발판삼아 벽도 타넘고 그럽니다..;;
게임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 마치고 아쉬운 점은 제작사가 RTS와 시티빌더 장르에 대한 경험이 없어서인지 게임 UI가 너무 불편합니다.
듄2? C&C?부터 유구한 전통인 Ctrl+숫자로 부대 단축키 지정을 할 수는 있는데 그 상태로 게임을 새로 로드하면 그 전에 부대 지정했던 것이 무조건 초기화가 됩니다.
단축키 개념이 거의 없다시피한데 부대 단축키를 두번 눌러 시야를 선택한 부대가 화면 가운데에 오게하는 기능이나 드래그나 더블 클릭으로 여러 목표를 한번에 선택하는 기능이 없습니다. UI는 거의 일일히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스마트폰 게임 수준으로 보입니다..
드래그나 단축키가 없는건 한번에 수십개 씩 연달아 건설 계획을 해야하는 방어벽 건설 때 특히 불편한데 마음에 들지 않아 건설 계획을 취소하기 위해서는 해당 오브젝트를 하나씩 클릭 후 뜨는 상세 창에서 다시 취소 버튼을 클릭해야 합니다..
그리고 벽은 무조건 양 끝 연결만 인정이 되고 Y자나 X자로 겹쳐 건설할 수 없으며, 수리도 벽마다 일일히 플레이어가 클릭하여 상태 열람 후 수작업으로 수리 지시를 내려야 하기 때문에 방어에 필수적인 벽을 건설 및 유지하는게 꽤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끝으로 각종 버그가 난무합니다.
최근 업데이트 한번 진행하고 나서 개선되긴 했는데(그 전에는 세이브 파일이 손상되는 치명적인 버그로 재수 없으면 로드 불가.. 현재는 반대로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도 저장 후 로드하면 해결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세이브/로드할 때 오류 가능성 있는 부분 리셋? 복구?하는 기능이 추가된게 아닐까 짐작합니다) 아직도 게임 진행에 큰 지장을 초래하는 버그가 꽤 존재해서 운이 없으면 수 시간 진행한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지도에서 플레이 할 수 있다는 컨셉에 혹해서 시작한 게임인데 게임 컨셉 자체는 취향인데다 밸런스도 적당히 도전욕을 자극할 정도라서 UI 불편과 버그가 해소되고 컨텐츠가 추가될 앞으로가 기대되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