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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단편소설 〈 바다가 부른다 〉 #12

업투보이
673
2025-12-19 00:04:14 수정일 : 2025-12-19 00:06:04 220.♡.106.94

제6장 : 이별 (2/2)

━━━━━━━━━━━━━━━━━━━━━━━━━━━━━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혜진의 고모가 운영하는 디자인 사무실이었다.


처음엔 실수도 많았지만 잘 적응 중이었다.

팀장과 선배의 잔소리가 줄어들었다.

야근과 주말 특근도 익숙해졌다.


자취 생활은 외로웠다.


할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가끔 혜진과 예원을 만나 수다를 나눴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



어느덧 3년 차 직장인이 되었다.

신입이 들어오면서 막내 생활을 면했다. 


지금은 드라마를 보며 캔맥주를 즐긴다. 

쌉싸름한 맥주의 맛을 너무 늦게 알았다. 


조금은 억울했다.



━━━



출근길에 휴대폰이 울렸다.


반찬가게 이모였다.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떨렸다.


할머니의 부고 소식이었다.

며칠 전에도 통화를 했기에 믿기지 않았다.




발걸음을 돌렸다.



━━━



몇 달 만에 고향에 내려왔다.


빈소에는 근조 화환이 여러 개 있었다.

예원의 아빠가 보낸 것이 가장 먼저 보였다.

학창 시절 장학금을 받게 해 준 고마운 분이다.


영정 사진 속 할머니는 웃고 있었다.

나도 웃으며 보내드리기로 했다.


반찬가게 이모의 도움으로 상복을 챙겨 입었다.

야채가게 아저씨가 인사하는 법을 알려주셨다.



━━━



상주가 되어 조문객을 맞이했다.


예원의 부모님이 먼저 다녀가셨다.

동훈과 정후의 부모님도 차례로 다녀가셨다.


재욱 아저씨와 정연 아줌마도 오셨다.

정연 아줌마의 우는 모습은 처음 본다.

할머니 앞에서 서럽게 우셨다.


혜진의 부모님도 오셨다.

지희 아줌마는 이미 눈이 부어있었다.



━━━



지희와 정연 아줌마는 엄마를 그리워했다.

자연스럽게 ‘미녀 삼총사’가 소환되었다.


동네 힘센 오빠들이 엄마를 좋아했다고 한다.

엄마와 함께 다니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고 했다.


두 아줌마의 짝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엄마도 등장하는 세 분의 이야기다.



━━━



롤러 스케이트장 사장님의 큰아들이 주인공이다.

주말이면 대학생 오빠가 롤러장 일을 봤다.


지금은 예원이 아빠가 된 성규 아저씨다.

그 시절 아저씨의 별명은 놀랍게도 테리우스였다.


언제부터 아저씨의 머리카락이 빠졌는지 묻지는 않았다.


지희 아줌마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기타 줄을 튕기는 모습에 반했다.

정연 아줌마는 넘어진 자신에게 손을 내밀던 왕자님을 기억했다.


성규 아저씨가 등장하면 후광이 비쳤다고 한다.

롤러장의 여고생들이 테리우스만 바라봤다고 한다.


두 분 다 공짜로 입장한 이유를 자신의 미모로 알았다.

하지만, 긴 머리를 휘날리던 테리우스는 엄마를 좋아했다.


엄마는 느끼한 롤러장 오빠가 싫다며 피해 다녔다.

군대와 축구 얘기보다 더 싫은 게 꽃을 든 롤러장 오빠였다.


테리우스는 집 앞을 찾아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렀다.

할아버지가 빗자루를 들고 뛰쳐나오자 줄행랑을 쳤다.


두 분은 엄마를 만나러 왔다가 이 광경을 목격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



지희 아줌마는 여고 시절 사진을 꺼냈다.

엄마가 보고 싶다며 눈물을 훔쳤다.

정연 아줌마도 함께 울었다.


이번에도 두 분을 차례로 안아 드렸다.



━━━



마지막 날, 조문객의 발길이 뜸해졌다.


맑은 공기를 쐬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정원을 걸었다.


벚꽃 잎이 바람에 흩날렸다.

그제야 봄이 온 것을 알았다.


유난히 밝은 보름달이었다.

살며시 눈을 감았다.


잠시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누군가 불렀다.



━━━



부부가 된 정후와 예원이었다.

임신한 몸으로 찾아준 예원이 너무 고마웠다.


할머니에게 인사를 드린 뒤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고마운 발길이 또 이어졌다.

내년에 결혼을 앞둔 혜진과 동훈이었다. 


친구들 덕분에 잠시나마 슬픔을 잊을 수 있었다.



━━━



다음날.

어른들과 친구들의 도움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그동안 잘 참았다고 생각했는데

한번 터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의 유골함을 납골당에 모셨다.

목이 너무 쉬어서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다.



━━━



빈집에 돌아왔다.

할머니의 유품을 정리했다.


손때 묻은 물건마다 온기가 느껴졌다.


장롱 서랍에서 낡은 상자를 발견했다.

조심스레 뚜껑을 열었다.


할머니의 스카프와 돈이 든 봉투가 있었다.


아저씨의 편지가 함께 나왔다.

예쁜 손글씨였다.


제주도 여행에 보태라며 준 것이었다.


아저씨는 떠나던 날 할머니를 만났다.

어디로 가는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더 원망스러웠다.




편지를 읽는 동안 그리움이 커졌다.





━━━━━━━━━━━━━━━━━━━━━━━━━━━━━ 

(제7장에 계속) 

업투보이 님의 게시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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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공방 아저씨
 (BYL LEATHERWORKS)
인스타 : byl_atel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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