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노바디를 봤습니다. 처음엔 제목 때문에 별로 끌리지 않았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제목이 왜 저런지 알겠네요. 장르는 SF, 판타지, 멜로, 드라마?
예전에 '일요일 일요일 밤에' 라는 프로에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라는 코너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인기도 많았고 참 재미있었죠. 두 가지의 선택. 각각의 선택에 따라 주인공의 운명은 바뀌게 됩니다. 이 영화도 이 인생극장과 비슷합니다. 대신 9개의 인생으로 나뉘기 때문에 인생극장의 확장판. 인생극장 a, b, c, d, e, f, g, h, i 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한마디의 말을 뱉는 사소한 선택부터 배우자를 결정하는 것까지 각각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결과들이 나옵니다. 영화 시작부터 각 인생의 마지막 장면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정신이 없는데 영화 마지막에 깔끔하게 다 정리해줘서 좋았습니다. 중간에 살짝 이해가 안 가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도 좋고 음악도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러닝타임이 140분 정도로 꽤 긴데 조금만 줄였으면 더 좋았을 거 같은데 아쉽네요. 멜로, 드라마의 비중이 높은 편이라 좀 지루했거든요. 재상영에 무비꼴라쥬에 걸려서 상영관이 많지 않아 보기에 조금 불편함이 따르지만 이런 장르 좋아하시면 상당히 괜찮은 영화입니다.
O.S.T
이 영화의 엔딩이나 전달하는 메시지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음악들도 굉장히 좋습니다. 멜로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달달한 곡들부터 쓸쓸한 가을 날씨에 잘 어울리는 피아노 연주곡들, 엔딩에 참 잘 어울리는 상큼하고 신나는 곡들까지 종합선물 세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음악감독은 이 영화의 감독인 자코 반 도마엘의 형인 피에르 반 도마엘이 담당했습니다. 기존의 명곡들과 에릭 사티의 곡들 피에르 반 도마엘이 작곡한 2곡과 한스짐머의 곡들까지 빼곡하게 채웠네요. 음악만 들어서는 SF, 판타지의 느낌은 잘 안 나는데 이야기의 주 내용이 멜로, 드라마라 그런 이유도 있겠네요.
Buddy Holly - Everyday
귀염귀염한 곡이네요. 니모가 아기일 때 흘러나오는 곡으로 행복했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해주는 곡입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이런 올드송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분위기를 잘 살리는 데 있는 거 같습니다.
Otis Redding - For your previous love
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멜로, 드라마에 어울리는 곡입니다.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을 때
어디선가 이런 음악들이 자동으로 들리게 되죠. 영화를 너무 많이 봤나 ;
Erik Satie - Lent et grave
에릭 사티의 곡입니다. 쓸쓸한 가을 날씨에 잘 어울리는 피아노곡이네요. 주인공인 니모가 순간순간
선택을 하게 되는데 선택 후의 허망함을 잘 표현한 거 같아요. OST에는 이 곡 말고도 에릭 사티의 Je
te veux(나는 당신을 사랑해요)까지 총 2곡이 수록되었습니다.
Pomplamoose - Mister Sandman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셨을 듯한 음악입니다. 영화 중간중간 흘러나오고 엔딩 때 나오는 곡으로 상큼하고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곡이네요. 원래는 The Chordette의 곡인데 Pomplamoose라는 밴드가 부른 버전입니다.
몰랐는데 유튜브에서 유명한 밴드군요 ^^ 사전정보 없이 영화 보러 갔었는데 이 곡 흘러나오자마자 프랑스
영화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큼상큼한게 4월의 어느 봄날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에요.
가끔 "왜 이렇게 됐지?"라고 자신의 지난 선택을 후회하는 경우가 있죠. 이 영화도 마찬가지. 하지만 감독은
여러 가지 인생들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메시지를 던집니다. 결과는 영화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
덕분에 다시 또 들어봅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