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잘 보지 않습니다. 영화에 비해 너무 긴 호흡에 늘여 놓은 이야기들이 지루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나의 아저씨>를 한 시간 정도로 요약해 둔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 후 기회가 되면 이 드라마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넷플릭스에 있는 걸 보고 1화를 눌렀습니다. 결말까지 이미 다 봤는데도 어찌나 재미가 있는지요. 처음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90분인 줄 몰랐습니다. 오래 봤다고 생각했는데 2화밖에 안 지난 걸 보고 하나하나가 길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며칠에 걸쳐 저녁마다 야금야금 나눠 보았습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후계 마을로 마실 가는 느낌으로 TV를 틀었습니다. 얼마나 설레는 하루하루였는지 모릅니다.
오늘 오지 않길 바라던 마지막 화까지 모두 보았습니다. 잘 만든 드라마에다 각각의 인물이 실제처럼 살아 움직이고, 장면들의 디테일까지 살아 있는 묘사가 몰입도를 높여 주었습니다. 음악도 한 몫을 했지요. 오랜만에 듣는 백만 송이 장미를 비롯해 각 OST가 적재적소에 삽입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상처 입은 두 사람이 서로를 아끼고 치유해 가는 과정이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지금은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동네 이웃과 친구들 간의 끈끈한 정이 향수를 자극합니다. 한동안 ‘아저씨’하면 떠오르던 조금은 부정적인 이미지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오히려 너무 친근하고 사랑스럽게 다가왔습니다. 형과 동생을 비롯한 동네 아저씨들까지도 너무 귀엽습니다. 형제의 우정, 가족의 사랑, 배려와 보답, 헌신, 인내, ... 이 드라마를 생각하면 좋은 단어들이 수없이 많이 떠오릅니다. 가족 모임 후 남은 케잌을 상자에 다시 담고, 먹다 남은 음식을 음식쓰레기통에 버리는 장면의 디테일함이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이웃의 일인 양 실제감을 주기도 합니다.
친절은 전파됩니다. 누군가에게 건넨 다정한 말 한 마디, 따뜻한 행동 하나는 그 사람을 통해 또 다른 이에게 옮겨 가며 조금이나마 나은 세상이 되어 간다는 이 드라마 속 메시지가 가장 마음에 듭니다. 어떻게 이렇게 완성도 높게 긴긴 드라마를 만들어냈는지 놀랍습니다.
남편과 함께 드라마를 보았던 덕분에 한동안 우리 대화는 아저씨 대사를 흉내내기였습니다. '밥 좀 사 주죠.' 후계 마을이 그리울 때마다 함께 웃고 울었던 이 드라마를 다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일 뿐만 아니라
(우리 마음 속에 있는) 글샘을 자극하여
눈물을 흘리듯, 하염없이 글을 쓰게 만드는
희한한 드라마입니다.
그런 까닭에 지금껏 많은 좋은 드라마가 있었지만
나의 아저씨만큼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강하게 자극한 드라마는 일찍이 없었던 듯합니다.
켈리110님도 그래서 이렇게 긴 후기를 남겼을 테고
그 살벌한 디시갤러리에서조차
나저씨갤만큼은 적어도 시덥잖은 농이나
욕지거리는 가릴 줄 아는
지성인들이 모여 저마다 진실된 후기를 남겼구요.
오죽하면 나의 아저씨가 디시갤러리의 문호들을
다 불러모았다는 말이 있겠습니까.
정말이지 나의 아저씨는 드라마 이상의 드라마
진정한 의미에서의 걸작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
디테일함과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글을 쓰게 만든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좋은 말씀들 감사합니다!!!
"제가 이지안씨를 좋아합니다~" 최애대사입니다 ㅋ
대사들이 정말 명언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