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얼마 전 올라온 '스위트 홈'을 보았다. 무섭다는 말을 듣고 망설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이시영씨가 나온다는 말을 듣고 바로 첫 편을 열었다.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이틀에 걸쳐 열 편을 모두 보았다. 시리즈 영화 서너 편을 몰아 보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좀비 영화인가 했는데 그것과는 좀 많이 달랐다. 어린이가 보면 안 될 정도로 너무 끔찍한 장면이 많긴 했지만 전반적인 메시지가 의미있게 다가와서 좋았다.
가족을 잃고 혼자 그린홈 맨숀에 이사를 온 현수는 죽을 날을 표시해 두고 의미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집에 찾아온 이상한 여자를 보며 두려움이 시작된다. 이 아파트에는 현수 말고도 각각의 주인공들이 인상적인 등장을 하는데 그 장면만 보면 정말 모두 왜 저러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그들에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음을 알게 되고, 인물에 깊이 감정이입하게 되었다.
최악의 상황을 접했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반응을 보인다. 자신만 살기 위해 몸부림 치기도 하고, 전체를 통제하며 다같이 살아남을 궁리를 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몸을 사리지 않고 다른 이를 구하려고 애쓴다.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라는 생각을 했다. 배경이 또 의미심장하다. 재건축을 앞둔 한강 변 아파트. 담 너머로 보이는 화려한 서울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낡고, 오래된 아파트의 내외부는 괴물 영화의 배경으로 최고인 듯하다. 오래 된 아파트의 모습을 너무 잘 묘사했다.
영화에 나오는 괴물들을 보면 서로 같은 게 없다. 덩치 큰 것, 눈만 있는 것, 입에서 또다른 괴물이 나오는 것.. 징그럽긴 하지만 다양한 괴물을 보는 것이 한편으로 신선하기도 했다. 엄청난 상상력으로 태어난 괴물들이다. 괴물로 변하게 되는 데는 인간의 욕망이 한몫 한다고 나온다. 머리털이 별로 없는 슈퍼 주인은 긴 털이 복슬복슬한 괴물이 되고, 아이를 잃은 여자는 태아가 된다. 덩치 큰 괴물은 아마 왜소했을 것이고, 배 고픈 괴물은 아마도 다이어트를 심하게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모두가 힘을 합쳐도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세상에 남을 괴롭히며 사는 사람도 있다. 여러 인간 군상을 재미있게 구경할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너무 끔찍한 장면을 보긴 괴로웠다. 넷플릭스의 좋은 점은 영어 더빙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인데 드라마를 다 본 후에 영어 더빙과 영어 자막으로 한 번 더 보고 있다. 내용을 다 아니까 영어가 귀에 잘 들어온다. 무서운 장면들은 넘기고 대사 위주로 다시 보니 아무래도 원래 배우들의 목소리만큼 극적이고 재미있진 않지만 또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빠지면 안될 것이 음악일 것이다. 장면에 맞는 멋진 음악들이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