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나도 좋았던 석가탄신일, 볼일 있는 가족들 덕분에 혼자 버스를 타고 늘 가던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돌아 돌아서 가는 버스는 15분이면 갈 거리를 한 시간이 걸려 목적지에 데려다주었습니다. 오랜만에 마스크를 끼고 버스를 타니 사람 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강아지 바구니를 들고 타신 한 할머니는 강아지와 연신 이야기를 나눠 힐끔거리게 했고, 앞에 가는 오토바이 때문에 사고 날 뻔했던 버스 기사님은 함께 위험에 처했던 버스 기사님께 창문 너머로 상황 설명을 하기도 했습니다. 자상한 버스 기사님은 뒤에 계신 할머니와 담소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 향기입니다.
영화를 예매하고 혼자이긴 하지만 너무 좋아하는 칼국수를 먹고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책을 읽으며 기다렸습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져서인지 식당가에 사람들이 늘었지만, 식사 중인 분들을 제외하곤 모두 마스크 차림이었습니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없이 보러 가는 걸 좋아해서 평점 높은 것만 보고 공포영화인지도 모른 채 이 영화를 예매했습니다. 그나마 이번에는 관객이 몇 분이 계시기 망정이지 중간에 또 나올 뻔했습니다. 처음부터 어두운 분위기로 시종일관 어찌나 무섭고 긴장이 되는지요. 정신적인 질병을 가진 분들은 헛것이 보일 때마다 정말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관람했습니다. 아빠가 다른 여동생을 갑자기 책임져야 할 상황이 되었다 하더라도 시골 마을의 호텔에 맡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주인공이 빨리 호텔을 나왔으면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무서운 것 싫어하는 분들은 보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