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밤, 갑자기 남편과 데이트를 나갔습니다. 근무 시간이 들쑥날쑥 하면서 함께 외출하는 일이 쉽지 않았는데 토요일 낮을 출장과 앙상블 연습으로 바쁘게 보내고 들어와 책을 읽고 있던 나에게 저녁을 먹으러 가자고 해 흔쾌히 따라 나갔습니다.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인들 중에는 책을 쓰기 전에 영화를 만드는 것 아니냐며 우스개소리를 할 정도로 영화를 너무 많이 좋아하긴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 대한 별다른 정보 없이 이번에도 예매를 했습니다. 막내 친구들이 자주 보러 간다기에 뭔가 있나보다, 하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습니다.
주인공으로 나온 분은 어느 방송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하는데 나는 처음 접해 새로웠습니다. 많은 대사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예지씨는 얼마 전 영화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 블로그에 리뷰를 적지 않았던 영화 '암전'에서 털털한 감독 역할로 나왔던지라 다시 보니 반가웠습니다. 여자가 봐도 너무 예쁘고 목소리가 특히 매력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수애씨와 느낌이 조금 비슷합니다.) 조연도 연기파 배우들인데 동료로 나온 김관철역의 현봉식님에게 정이 가는 이유가 스스로 궁금합니다.
영화의 내용이 엎치락뒤치락 하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것이 빠르게 진행되어 내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권력에 아부해 더 높은 자리로 가려는 자와 청렴하게 본분을 다하는 자, 그리고 돈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자와 그에 빌붙어 사람까지 죽이는 일을 서슴지 않는 자들의 모습을 리얼하면서도 영화적인 재미를 가미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관에서 중년 남성분들의 가감 없는 웃음소리를 들어보기는 처음이어서 놀랐습니다. 저음의 통쾌한 웃음소리에 미소가 절로 났습니다. 양자물리학은 '왓칭'이라는 책을 오래 전에 읽고 충격적으로 접한 적 있는데 그래서인지 찬우의 대사가 낯설지 않아 좋았습니다. 양자물리학에 대한 책을 더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책 읽는 남자들은 정말 멋집니다.